[현대 자동차 사보 지구촌 줌인 아메리카편 2009년 12월]
페루의 쿠스코-마추픽추(Cusco-Machu Picchu) : 잃어버린 문명의 슬픈 유산들
장혜영
남아메리카 여행객들의 성지 페루의 마추픽추 (c) 장혜영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국가라고 하면 아마도 페루가 아닐까. 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해 아마존 쪽으로는 브라질과 맞닿아 있기도 한 태평양 연안 국가인 페루는 스페인 정복 이전 잉카 제국의 흔적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유럽 등 구미 관광객들에게 가장 낭만적인 여정의 장소로 손꼽힌다. 페루의 현실도 그렇게 낭만적이라면 얼마나 좋으련만 실제 페루는 스페인 정복 이후 중심지가 되어온 태평양 연안 대도시 사람들과 아직까지 잉카 시대의 전통을 잇고 있는 산악 지대 원주민간의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커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페루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공용어는 스페인어지만 산악 및 고지대에는 그들 고유의 언어를 쓰는 원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케추아어를 쓰는 쿠스코 지역과 아이마라어를 쓰는 티티카카 호수 지역이 대표적이다.
쿠스코는 옛 잉카 제국의 수도로 지금은 마추픽추로 향하는 출발지에 위치한 관광 도시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고층 건물은 거의 찾아 보기 어렵고 옛 건축물들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잉카 시절 원형 그대로의 건축물들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고 스페인 정복자들이 새로 세우거나 고친 건축물들이 대부분이다. 백두산보다 더 높은 해발 3399m 의 고지대에 위치해 사람들은 만성 두통에 시달리고 밤이면 계절에 상관없이 기온이 뚝 떨어질 뿐 아니라 낮에도 살갗을 마구 스치는 찬 바람이 자주 불어 아이들의 볼을 보면 빨갛게 터 있기 일수인데 잉카 시대 때부터 깔아놓은 돌 바닥으로 된 길들의 폭이 아주 좁아서 주로 소형차 택시가 돌아다닌다. 그 중 상당수는 한국제로 주로 중고차를 수입해서 택시로 활용하고 있다.
잉카시절 유적들의 가장 큰 특징은 돌을 깎아서 틈새 없이 정교하게 끼워 맞춘 돌담들이다. (c) 장혜영
마추픽추는 쿠스코에서 기차로 4 시간여 걸리는 위치에 있는데 ‘공중도시’ 라는 별칭처럼 공중에서 내려다 보아야만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접근할 수 있는 루트도 기차 + 전용 버스 코스와 ‘잉카트레일’ 이라는 도보 여행 코스 두 군데로 한정되어 있다. 다만 해발 고도는 2280~2430m여 정도로 쿠스코보다 낮아 고산병에 시달리던 관광객들을 한숨 돌리게 하는데 이 마추픽추가 1911년 미국인 하이럼 빙엄에 의해 처음 발견될 때는 풀더미에 덮여 있었다 한다. 결국 이 도시가 언제 어떻게 형성이 되어 어떻게 사람들이 떠나갔는지 기록이 없다는 얘긴데 비상시에 대비한 피난용 도시이거나 잉카의 수도 쿠스코를 지키는 요새 중 하나였을 거라는 학설이 있고 스페인 정복 후에는 스페인 군을 피해 잉카인들이 살다가 들킬 것 같아지자 이 도시를 버리고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갔을 거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오려면 ‘뜨거운 물’ 이라는 뜻의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역에 내려서 전용 버스로 갈아타야 되는데 동네 이름 그대로 온천이 있어 피곤해진 여행객들의 휴식처가 된다. 한국처럼 공중 목욕탕 형태의 온천이 아니라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야외 수영장 형태이다. 이 아구아스칼리엔테스는 깊은 산중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라 푸른 계곡에 맑은 물이 좔좔 흐르는 게 무주 구천동 같은 한국의 전형적인 계곡을 떠올리게 했다.
쿠스코에서 아구아스칼리엔테스-마추픽추에 이르는 지역은 잉카의 후예들 중에서도 케추아인들의 땅이다. 양갈래로 머리를 쫑쫑 땋아 길게 늘어뜨리고 색동 빛깔 보자기를 늘 어깨에 동여매고 다니는 케추아 여인들을 어디서든 볼 수 있는데 그들은 스페인어 대신 케추아어로 대화한다. 하지만 그네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옷차림도 부모들과는 딴판으로 도시 사람들과 다름 없는 차림새를 하고 다닌다. 결국 다음 세대에 가면 케추아어를 쓰고 케추아 복장을 한 사람들은 점차 없어져 갈 거라는 얘기다. 한편 이 지역의 또 다른 화두는 코카 재배에 관한 설왕설래로 여기는 워낙 고지대라 만성 두통에 효과가 좀 있는 코카잎을 우려서 차로 마시거나 그냥 과자처럼 씹어서도 먹는다. 잉카시대 때부터 한국 사람 김치 먹듯 대부분 주민들이 상시로 먹고 마셔왔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코카잎이 필요한데 이것을 고도로 농축해서 화학약품으로 만들 경우 ‘코카인’ 이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마약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코카 나무를 재배하지 말라고 페루 정부에 압력을 넣는 바람에 우리 전통의 먹거리까지 외국 눈치를 보며 먹니 마니 해야 되냐 하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해외관광객들에게는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마추픽추와 쿠스코지만 현지인들은 아름다우나 열악한 자연 환경 속에서 잃어버린 과거의 찬란한 문명을 뒤로한 채 현재의 수많은 문제들을 떠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파블로 네루다의 싯구처럼, 마추픽추의 거대한 돌덩어리 들만이 찬란했던 과거의 문명과 현재를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잉카 제국 때 수도 쿠스코를 지키는 성벽이었던 삭사이와이만, 이미 오래 전 무너져 버린... (c)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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