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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마나우스. 아마존의 중심부 자연과 문명의 경계에서

alyosa 2009. 11. 22. 06:56

[현대 자동차 사보 지구촌 줌인 아메리카편 2009 11월 16일자]

 

브라질 마나우스 아마존의 중심부, 자연과 문명의 경계에 선 도시.

 

                장혜영

 

 

 

 

아마존의 도시 마나우스의 상징 중 하나인 오페라 하우스 아마조나스 극장. 19세기 후반 고무 시대의 영광을 반영하는 건축물이다.  (c) 장혜영

 

변화무쌍한 기후대와 자연을 가진 브라질에서도 40%가량이나 되는 북쪽 땅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 유명한 아마존 정글, () 아마조나스이다. 유럽대륙의 면적과 맞먹는다는 거대한 열대 우림의 에코 지대인 아마존은 브라질 외에도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에 걸쳐 있지만 그 중 브라질에 가장 넓게 분포해 있고 그 최 중심부에 지어진 도시가 마나우스(Manaus)이다. 상파울루나 리우 같은 해안 지역과는 시차까지 있는 이 머나먼 북쪽의 마나우스까지 내가 기를 쓰고 간 것도 아마존의 심장부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어서였는데, 사실 아마존은 상상이 불가능하게 넓은 데다 산이나 언덕처럼 높은 지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마조나스 강 주변에 솟아오른 열대 수목들로 이루어진 초록색 밀림이 평평하게 깔려 있기 때문에 그 우림을 밀어내고 지은 마나우스 같은 도시의 안에 있으면 여기가 아마존 안인지 밖인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대신 습기가 가득하면서 푹푹 찌도록 더운 찜통날씨가 세계 산소의 10 % 를 생산한다는 녹색 정글 안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데 그런 마나우스는 예상보다도 큰 도시처럼 보였다.

마나우스는 아마존의 고무 채취 산업이 한창 성황이었던 19세기에 그 상권을 쥐고 있던 유럽 사람들이 여기 와 있을 동안 편하게 생활하기 위해 밀림을 밀어내고 세운 유럽의 복사판 도시다. 그래서 그들의 자랑스런 문화를 상징하는 오페라 하우스까지 떡 하니 지어져 있다. 하지만 인조 고무가 발명되어 더 이상 아마존의 천연 고무가 높은 값어치를 갖지 못하게 되자 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지금 현재의 마나우스는 외국 투자를 유치해 아마존 땅을 개발하려는 브라질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자유 무역지대가 조성되어  한국의 대기업들도 많이 진출해 공장이 지어져 있다. 

 

 

 

 

검은 네그루 강물과 황토색 솔로모잉스 강물이 섞이지 않고 흘러가는 기이한 현상. (c) 장혜영   

 

마나우스는 아마조나스 강의 거대 지류들 중 하나인 네그루 강변에 위치해 있다. ‘검은 (Negro) 이란 이름 그대로 강물이 검게 보이는데 강물에 녹아 내리고 퇴적되어 강 바닥에 쌓인 주변의  수림 때문이다. 이 검은 물은 황토색의 솔리모잉스 강과 만나 두 색깔의 띠를 이루다 대 아마조나스 강에 합류해 흘러 들어간다. 솔리모잉스 강의 황토색 물은 성분, 수온, 흘러 내려오는 물의 속도 등이 모두 달라서 네그루 강물과 섞이지가 않는 것인데 이 기이한 광경을 보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사실 마나우스의 진짜 모습은 이 강에서 만날 수가 있다.

마나우스와 아마존의 여러 다른 지역들을 잇는 것은 바로 이 거대한 강이다. 지금도 아마존 사람들은 강을 따라 이동한다. 3층으로 이루어진 우아한 흰 유람선도 오가지만 한 두 명이 탄 조그만 전동 보트들이 과일, 석유, 식료품, 공산품 등 물건을 잔뜩 싣고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그 뿐이랴, 강에는 또 많은 수상 가옥들이 지어져 있다. 게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이 더울 때면 사람들이 뛰어 들어 수영도 하곤 하니 이 강은 그야말로 사람들 삶의 터전이자 휴식처이자 길이다. 하지만 번잡하면서도 활기찬 항구 특유의 풍경이 점점 멀어지고 나면 드디어 끝없는 녹색의 정글 아마존이 강 양 옆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옛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정복자들이 여기 처음 도착했을 때는 금이 쌓여서 남아도는 도시 엘도라도 (El Dorado)가 이 어딘가에 있다고 믿어서 배를 타고 강을 항해하다가 가도가도 바뀌지 않는 녹색의 풍경과 더위, 습기에 지쳐 제풀에 정신이 나가버렸다고 하는데, 사실 이곳에다 엉뚱하게도 아마존이라는 그리스 전설의 여 전사들 부족의 이름을 갖다 붙인 것도 바로 그들이었다.

 

그렇게 아마존은 욕심 많은 사람들의 끝없는 도전을 받아왔지만 위대한 자연은 인간을 밀어내고 범접할 수 없는 지구의 허파역할을 해주며 제자리를 지켜 왔다. 하지만 아마존은 계속된 개발과 벌채로 점차 파괴되어 가고 있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왔던 원주민들과 고무 수액 채취자(일명 세링게이루)들은 오히려 그들 삶의 터전이었던 숲으로부터 쫓겨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아마존이라는 장엄한 자연을 향해 가는 여정의 출발점에다 조성해 놓은 자유무역 공장 지대의 도시 마나우스가 주는 아이러니처럼, 아마존은 이제 개발이냐 보존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