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동차 사보 지구촌 줌인 10월 아메리카 편]
열대의 바다와 검은 사람들, 브라질의 혼이 담긴 도시 ‘살바도르 다 바이아’
장혜영
브라질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다. 하지만 나라가 워낙 크다 보니 스페인어를 쓰는 다른 남아메리카 나라들을 다 합친 면적과 맞먹는 땅덩어리를 자랑한다. 그렇게 남아메리카의 중심부를 다 차지하다시피 하고 들어앉은 광대한 나라 브라질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신나는 삼바? 죽고 못산다는 축구? 지구의 허파 아마존? 사실 브라질은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한가지 이미지로 묶어내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아마 그런 다양성이 바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핵심 이미지이리라. 하지만 이왕에 브라질을 얘기하자면, 뜨거운 열대의 땅부터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의 첫 수도였던 살바도르 다 바이아 (Salvador da Bahia), 브라질의 혼이 담긴 곳이라 감히 단언할 만한 아름다우나 슬픈 땅 북동부 지역의 가장 큰 도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대서양 해변에 위치한 바이아 주의 수도 살바도르 다 바이아 (이하 살바도르)는 ‘흑인의 로마’ 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길에 걸어 다니다 보면 정말 검은 피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가 정말 아프리카계 사람들만 사는 곳으로 오해하지는 마시라, 큰 쇼핑몰이나 고급 백화점에 들어가면 그와 반대로 흰 피부에 큰 키, 금발의 사람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을테니.
사실 여기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흑인의 도시라 할 만큼 피부 빛이 검은 사람들이 숫자적으로 많기는 하다. 아프리카가 가까운 위치에 있는 만큼 역사적으로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노예로 끌려와 강제로 정착해야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이 하필 흑인의 ‘로마’로 불리는 이유는 브라질 내에서도 손꼽히는 문화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카포에이라’ 라는 무예의 본고장이기도 하고 강렬한 색채의 열대 미술, 바로크적인 혼합미를 살린 아름다운 건축물, 독특한 종교 의식, 북치는 소년들의 그룹 올로둠 (Olodum), 게다가 브라질 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무수한 뮤지션들과 유명 작가 조르지 아마두 (Jorge Armado) 등 수많은 예술인들이 이곳 출신으로 이들이 자신의 고향에 대해 갖고 있는 자부심은 굉장한데 그들 중 상당수는 흰 피부에 공부도 꽤 한 엘리트들이다. 그들은 인종적인 대립보다는 살바도르 특유의 열대 문화를 통한 화합을 택했고 아프리카인들의 피와 문화를 이어받은 열대의 ‘검은 브라질’을 자신들의 대표 문화로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강렬한 태양, 잉크를 풀어 놓은 듯 짙푸른 바다, 하늘 높이 치솟은 푸른 야자수들, 달궈놓은 프라이팬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뜨거운 날씨… 브라질에서도 가장 더운 이곳에선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오후 시간을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오후에는 아예 퇴근하거나 아니면 집에 돌아와 잠시 휴식하거나 더위를 식히려 바다에 뛰어들기도 한다. 한편 에어컨 버스와 일반 버스가 요금을 다르게 받는다.
또 리우 데 자네이루 같은 대도시에 비추어도 규모가 작지 않은 이 큰 도시에는 특이한 것이 있는데 아래 지역과 위쪽 지역을 잇는 도심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이다. 살바도르의 명물 라세르다 엘리베이터인데 산이 없고 전반적으로 평평한 형태의 도시가 두 개의 접시를 아래 위로 포개놓은 것처럼 2층 구조를 이루고 있어 아래 지역 (Cidade Baixa) 에는 주로 서민들이, 위쪽 지역(Cidade Alta) 에는 중산층 이상이 주로 살고 있는데 이 두 지역을 일직선으로 내려가고 싶을 때 중심가에 있는 도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살바도르의 명물 라세르다 엘리베이터. 역사 지구에 위치해 있다. © 장혜영
엘리베이터 요금은 거의 공짜 수준이고 엘리베이터에서 바라본 살바도르의 바다는 왜 이 도시 출신들이 그렇게 자신의 고향에 자부심을 가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지만 그럼에도 가난한 아래 지역에는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부유한 위쪽 지역에는 흰 피부의 사람들이 많이 사는 현상 만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니, 아무리 문화로서 인종간의 벽을 넘어서고 화합을 이뤘다 한들 경제적 계층의 벽이 인종간을 갈라 놓고 있는 것은 아직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브라질의 현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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