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여행기 Mis escritos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에서 받은 인상들.. 그 첫 여행 때...

alyosa 2007. 8. 31. 13:42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볼리바르 광장... (촬영: 장혜영)

 

( 2006 년 7 월 24 일 http://latincine.netian.com 자유 게시판, 콜롬비아는 그 때 첫 여행, 이후 다시 갔을 땐 느낌이 또 달랐던... )

 

덜덜덜덜 돌아가는 에어컨들 소음에 질려서, 실은 베네수엘라서 막판에 호텔을 도저히 못 잡아서 조금 일찍 돌아왔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하나도 안 보이던데 호텔은 다 꽉 찼다고... 어쨌든 그동안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면...

1. 보고타

해발 2640 에 달하는, 우리나라 백두산과 비슷한 높이의 고지의 도시인 콜롬비아의 수도입니다. 그래서 밤에 너무 춥더군요. 하필이면 밤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전부 모직 코트에 파카를 입고 다니던데... 낮에는 더운데 그것도 온난한 정도.. 1년 내내 기후가 비슷해서 여름 겨울을 모른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참 사람들이 친절하고 물가도 싸고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지는 마음 따뜻한 보고타였습니다. 다만 밤에 추운 건 너무 싫긴 하덥니다만... 콜롬비아 하면 마약 밀매와 게릴라 등등 어두운 이미지부터 떠오릅니다만 실제 느낌은 전혀 다르더군요.

같이 비행기 타고온 교포 여자분도 콜롬비아가 한국 보다 더 살기 좋다고... 동양인 관광객이 없긴 없는지 황금 박물관에서 애들이 황금은 안보고 나만 쳐다보던데... 어쨌든 정 들자 떠나온 보고타 였습니다. 밤에 비행기에서 내려 도시로 들어갈 때 나던 짙은 풀 냄새도 인상적이었고...

2. 베네수엘라 - 폭포 관광 실패

 

다른 스페인어권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과는 다른 뭔가 아주 독특한 성향을 지닌 나라가 아닌가 싶은 게 바로 이 베네수엘라였는데 좀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주는 게 수도인 카라카스 사람들이었다면, 또 반대로 너무 친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게 하던 게 지방 사람들이었는데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세상에서 제일 높은 폭포 살토 앙헬까지 다녀오는 투어가 한 70 - 80 만원하더군요. 그래서 이틀동안 버스를 타고 그 폭포 근처의 도시까지 갔습니다. 시우닷 볼리바르 라고 오리노코 강 (아나콘다 나온다는 강) 을 끼고 있는 도시...

그랬더니 이번엔 투어가 28 만원 선. 그것도 아까워서 망설였지만 그래도 OK 했습니다. 근데 여행사 직원이 전화를 걸어보더니 하는 말이 내일 투어 가겠다는 사람이 이 도시 통틀어 나 하나 뿐이라 경비행기가 못 뜬답니다. 사람이 모여야 갈 수 있다나요.

그래서 결국 세상에서 제일 높은 폭포는 못 보고 돌아왔습니다. 한마디로 관광 루트가 아직 개발이 안됐단 얘긴데 사실 나중에 베네수엘라의 주 교통수단인 경비행기를 한번 타 봤더니 목숨이 두개가 아닌 이상 안타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 폭포와 그란 사바나라는 베네수엘라 관광의 중심지 전체가 경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이동이 안되게 되어 있었습니다.

3. 미니 사하라 사막 (사구)

그런데 다행히 사막 (사막보다 좀더 작은 규모, 정확히는 사구) 은 봤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 미니 사하라 사막 ' 이더군요. 근데 입장료가 공짜. 지키는 사람도 없음.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다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약 두시간여 밖에 못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뜨거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더군요. 눈도 부시고 아프고... 모랫바람도 불고.. 왜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게 되는 건지 알만했습니다.

여하튼 그 도시는 바닷가에 가까이 있는 ' Coro ' 라는 도시였는데 내가 가본 가장 덥고 갈증나는 도시였습니다. 좀 끔찍한 얘기지만 길에 개가 한마리 죽어 있었는데 바싹 말라 미이라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사막이 형성되는 거긴 하겠는데 하여튼 하루 종일 목이 마르단 기분이 들던 그 도시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해서 어리둥절할 정도였습니다. 야밤에 풀 냄새 맡으며 야구 구경 한 기억도 좋은 추억의 하나로 남네요. 베네수엘라는 수십명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야구의 나라, 이것도 좀 특이한 듯... (코로 사막 사진은 중남미 여행 사진 란에.. )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시몬 볼리바르 생가 (촬영: 장혜영)

 

4. 카라카스 지하철

베네수엘라는 잘 사는 나란지 못 사는 나란지 구분이 안되는 곳입니다. 생각보다 신용카드 거례도 많이 되구요, 전부 비싼 컬러 휴대폰 들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통화...

문화적으로는 브라질 영향권에 있는 듯 하고 포르투갈하고도 이례적으로 관계가 가까운 거 같더군요. 포르투갈 방송이 나오고 포르투갈 항공이 뜨는 거 보면... 근데 수도 카라카스에 지하철이 있는데 한국 지하철 보다 더 좋아 보이더군요.

근데 카라카스 사람들은 약간 좀 불친절... 아마 한국에서 바로 베네수엘라로 갔더라면 꼭 그렇게 느끼진 않았을 겁니다. 근데 매사 느긋하고 천천히 양보하고 '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 ' 가 입에 붙은 멕시코에 익숙해 있다 새치기가 공공연한 베네수엘라 특히 수도 카라카스 사람들을 보니 조금 혈압이 오르더군요. 새치기를 한다는 것은 꼭 의도적으로 남의 차례를 가로챈다기 보다는 다들 바빠서 주변을 헤아릴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

그래도 또 그 와중에도 친절한 사람들이 있고,특히 케이블카 타러 산동네 가니 다들 인간적이고 그런데 하여튼 어쨌든 스페인어권 다른 중남미 나라들하곤 다른 캐릭터의 나라 베네수엘라가 아닌가 싶긴 했습니다.

동양인 관광객이 없어서 나만 보면 아우성 수준이 되서 내 이름이 ' 치나 (중국여자 혹은 동양여자) ' 가 되어 버린 기분이었는데 이상한건 사실 베네수엘라엔 중국 사람이 많다는 거... 가는 데마다 중국 사람이었는데 왜 나만 보면 야단인지 그것도 이상했고...

5. 베네수엘라는 미녀의 나라?

베네수엘라 여자들이 진짜 예쁘더냐구요? 전반적으로 예쁘게 해다니고 다닙니다. 미녀 대회 이런 데에 관심도 많은 거 같구요. 그리고 원래 중남미 여자들이 대부분 옷을 야하게 입긴 한데 여기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특별히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느낌...

근데 멕시코 여자들이 못나거나 뚱뚱하거나 몸매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다니는 건 당당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던 거에 반해 베네수엘라 여자들이 전부 풍만한 몸매의 바비 인형같이 해다니는 건 좀 쓸데없는 데 정신 파는 거 같은 느낌을 주는 면이 있었습니다. 내면을 가꿀 생각은 없고 외모에만 신경 쓴다는 느낌... 요즘 추세가 다 그렇긴 하지만... 사실 한국도...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가끔 천편일률적인 차림새에서 벗어나 수수하게 해다니는 여자들 중에 의외로 진짜 미녀가 많았습니다. 하기야 외모가 받쳐주니 안꾸며도 돼서 그러고 다니는 거 같기도 하고...

하여튼 전반적인 차림새는 엉덩이를 강조하는 타이트한 청바지에 어깨가 드러난 끈으로 된 민소매 옷, 치렁치렁한 긴 머리 그런 스타일인데 원래 중남미 여자들이 주로 그러고 다니지만 얘네들은 좀 특별하더라는... 멕시코 돌아와서 여자들 옷 차림 보니 차이가 나긴 나더군요. 멕시코는 지 멋대로 입지 전부 똑같이 야하게 입진 않음...

나는 어쨌든 키 작고 못 생긴 멕시칸들의 그 맑은 눈빛이 훨씬 좋지 크라우디아 쉬퍼같이 차리고 다니는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좀 부담스럽게 보였습니다.

6. 베네수엘라 관광지

어쨌든 베네수엘라 관광은 카리브해의 섬인 마르가리타 섬, 사막이 있는 코로 주변, 그리고 거대한 자연지대인 그란 사바나 ( 세상에서 제일 높은 폭포를 포함한 ) 정도인데 사실 카리브해야 멕시코나 쿠바가 더 낫고 그란 사바나가 관광 대상으로서는 최고인데 지금으로서는 경비행기에 의지해야 하는 입장.. 경비행기 + 배 + 산행이 포함된 2박 3일 코스도 있긴 있음...

하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높은 나라 같습니다. 일단 석유가 많이 나고 관광 자원도 개발 가능성이 높으니... 그리고 참 부랑자나 동냥자가 거의 없던데 아마 지금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사회주의를 표방하니 그런 것부터 없애지 않았을지.. 거리 노점도 비교적 적은 편이고...

7. 정치 이야기

베네수엘라 도착해 보니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가 약간 싫어질라 말라했는데 TV 에서 메르코수르 협상 중계 해주는 거 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무슨 말을 그리 잘하는지... 유머와 재치가 섞인 연설로 다른 나라 대통령들을 웃기고 울리던데 괜히 대통령이 된 게 아니긴 아니구나 싶긴 했습니다.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는 (?)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차베스가 자꾸 칭찬을 해대는 통에 고개도 못들고 수줍어 하고 있던데...

차베스가 사회주의를 표방한다지만 제가 볼 때 다른 것은 앞서 말했듯 길에 부랑자가 없는 거 하고 TV 중 한 채널이 쿠바 국영 방송을 본 따 선전 방송을 한다는 점 밖에 없었는데 찬반 양론이 많긴 하지만 어쨌든 베네수엘라의 영웅인 건 사실인 듯 했습니다.

그러나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역시 독립의 영웅 볼리바르의 나라... 베네수엘라의 공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이고 온 사방이 볼리바르로 도배되어 있음.. 마치 쿠바가 호세 마르티의 나라이듯이...


8. 살기 좋은 중남미 나라

대충 남미 한바퀴 돌고나서 드는 생각은 제가 보기엔 이 바닥에서 제일 살기 좋은 덴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정도가 아닌가...

어차피 자기 차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야 다 살기 좋은데 (앞서 한국 교포분이 콜롬비아가 살기 좋다고 한데서 알 수 있듯) 차가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데는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정도... 브라질도 괜찮은데 버스 시스템에 조금 문제가 있는 거 같고...

제가 볼 땐 대중 교통은 정말 중요합니다. 근데 베네수엘라도 지방 도시에 버스가 너무 부족해 사람들이 정 안되면 그냥 택시를 잡아 타고 그러더군요.

9. 후기

어쨌든 좋은 정 뿐 아니라 미운 정도 꽤 들었던 베네수엘라지만 돌아와 이렇게 뒤돌아 생각해보니 또 좋은 추억이었다 싶습니다. 더운 데서 추운 데로 돌아오면 적응이 안되기 마련인데 베네수엘라는 에어컨을 많이 틀어 더웠던 기억보다 추웠던 기억이 더 많이 납니다.

거기서 우리나라 김치 보다 멕시코 매운 살사 뿌린 타코 먹고 싶은 생각이 많이 나던데 거기는 타코집인 줄 알고 들어가면 아라비아 케밥 집이더라는... (원래 케밥은 터키 음식 아닌지? 그런데 거기선 아라비아 음식점에서 케밥을 팔더라고) 그러고 보면 공항에서 기도하는 무슬림들도 많이 봤는데 아랍인들도 좀 많이 사는 거 같았음..

그리고 베네수엘라 같은 데는 겨울에 여행가는 게 좋은 듯... 여름엔 비가 너무 많이 내리더군요...


여하튼 이렇게 제 남미 투어(?) 는 6년여에 거쳐 거의 끝났습니다. 올 겨울에 아르헨티나에 다시 가보는 게 목표이긴 합니다만 그건 번외가 되겠고 작년에 세상의 남쪽끝으로 향해 달려갔던 한달여간의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제는 그리 해라 등 떠밀어도 못할 듯...

P.S.>> 몇년 후의 후기 - 그리운 베네수엘라

 

이때 이후 콜롬비아야 여러번 다녀와 안방 같은 느낌이고, 베네수엘라는 아직 다시 못갔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의외로 베네수엘라가 정말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때는 좀 투털대고 싸우기도 했던 거기 사람들 생각도 많이 나고 걸었던 거리나, 불어오던 바람의 느낌까지도... 코로의 건조하나 시원했던 바람과, 푸에르토 라 크루스의 조금 습하지만 기분 좋았던 바닷바람의 느낌까지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게... 

 

아침이면 TV 에서 흘러나오던 하프 소리... 호로포를 연주하던 악사들의 음악... 음색이 색다르고 꽤 음악적이던 그 나라 국가까지, 이상하게 이 작은 베네치아 (= 베네수엘라)가 가면 갈 수록 참 그립네요, 그들의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그냥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우닷 볼리바르의 버스 터미널에 물 받으러 오던 소녀... 집에 수도가 안 나오는지 터미널의 수돗가에서 물을 받아서 그 무거운 걸 집에까지 혼자 지고 가던데, 그 소녀가 집에서 바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되기를...

 

 

 

 

헤리 벨라폰테가 부른 추억의 노래 < 베네수엘라>, 사실 이 노래보다 베네수엘라 본토 노래가 더 좋지만 이 노래도 베네수엘라를 추억하기에는 괜찮은 듯...  (영상의 그림은 전혀 안맞게 아르헨티나 탱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