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여행간 곳은 오아하카 라고 사포테카 인디헤나 문화의 중심 도시 하고 거기서 좀더 내려가면 있는 태평양 바닷가 였는데 역시 바닷가가 좋긴 좋더군요. 근데 오아하카에 먼저 도착해서 놀란 것은 웬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리 많은지.. 내가 보기엔 그리 볼 거리가 많은 동네는 아닌데 뭘 볼려고 이리 많이들 몰려오는지 궁금하더군요.
오아하카는 몇몇 중요한 사포테카 유적들이 있는데 사실 솔직히 말해서 유카탄이나 치아파스 쪽의 세밀하고 예술적인 마야 유적들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아래 사진은 오아하카 근교의 몬테 알반 유적지 풍경.. 그리고 아래는 몬테 알반의 구기 경기장.. 치첸이사의 구기 경기장과는 비교가 안되게 작고 경기 방식도 좀 틀린 듯.. 그리고 또 유명한 게 아래의 춤추는 사람 (단산테) 조각인데…
사진: 장혜영
이게 춤추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지? 하지만 연속적인 조각들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춤추는 사람의 모습이라는군요. 근데 한 스페인어 가이드가 얘기하는 거 옆에서 엿들으니 당시 사포테카 인들이 질병을 갖고 있었던 거 같다고.. 손목이 굽은 거라던지 춤추는 동작이 몸이 정상이 아닌 걸로 보인다 하더군요. 그리고 이것은 역시 유명한 수영하는 사람 조각.. 누워서 하는 게 배영인 듯..
사진: 장혜영
어쨌든 몬테 알반은 조금 실망.. 예술성에 있어서는 마야 쪽이 훨 빼어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오아하카에서 가장 인상적인 일은 시내의 산토 도밍고 교회에서 연주를 들은 일입니다. 아래 세 사진은 산토 도밍고 화려한 내부 사진을 담은 엽서를 스캔한 것.. (촬영자: Cecilia Salcedo/ 엽서 디자인 회사 Cave-Castor) 이건 전경이고.. 이건 천정의 생명의 나무 조각입니다.
사진: Cecilia Salcedo
이것도 천정..
사진: Cecilia Salcedo /위 세 사진 엽서 디자인 회사: Cave-Castor
근데 이 성당에 미사에 갔다가 끝나고 나니 갑자기 현악기를 매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겁니다. 직감적으로 뭘 한다 싶어 무조건 앞자리 차지하고 봤더니 역사학자들 국제 학회 같은 게 있었는데 마지막날 이벤트로 비발디 사계 연주회를 한다고..
근데 다들 검은 옷을 입고 악기를 꺼내 준비하고 있는데 머리를 사흘을 안감은 듯한 완전 숙자씨 (노숙자) 분위기의 한 남자가 혼자 구겨진 빨간 난방을 입고 구석에서 바이얼린으로 고도의 기교를 연습하고 있는 겁니다. 설마설마 했더니 그 사람이 솔리스트라고.. 게다가 연주를 위해 딱 첫 활을 긋는 순간 그 숙자씨가 파가니니로 돌변을 하니… 맨 앞자리에 앉아 섬세한 손놀림까지 자세히 보며 넋나간 듯 음악을 들었는데 그렇게 연주가 좋았던 건 연주자들도 감성적으로 잘 연주했지만 뭣보다 그 산토 도밍고 성당의 음향이 죽여줬기 때문.. 정말 자연의 소리 그대로 공명이 되더라는… 제대로 안 찍히긴 했지만 이게 그 숙자씨 혹은 파가니니 독주자, 이름도 소크라테스라고 들었는데.. 본명인지 예명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름이랑 딱 어울린다는..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건 오아하카에서 한 1 시간쯤 나가면 있는 오코틀란이라는 작은 동네의 금요일 장.. 아래는 이 동네의 산토 도밍교 교회…
사진: 장혜영
그리고 여기 여자들은 다 곤색 스카프를 지니고 다니는데 싹 다 그런 건 아니고 자기 부족이나 집안을 표시하는 것 같았다고.. 사진: 장혜영
이 할머니 머리에 두른 건데 별로 표가 안나고 있는데 머리에 두르기도 하고 어깨에 두르기도 하고.. 어쨌든 오아하카, 아주 강렬한 인상은 주진 못했지만 돌아오니 나름 그리워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돌아오던 날, 밖에 나가보니 택시들이 꽃단장을 하고 줄을 지어 행진을 하는 겁니다. 사진: 장혜영
보다시피 진짜 꽃 단장… 사진: 장혜영
이 택시는 정말 예술.. 과달루페 성모 그림까지 붙여서 리본으로 단장을 했는데… 그런데 진짜 이런 머리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오아하카 사람들 말고 또 있을는지.. 택시에다 꽃단장이라니… 사연인즉슨 그날이 택시기사들의 날이어서 그랬다는 데 내 그래서 살다살다 택시에다 꽃단장하는 건 처음 봤다는.. 오아하카 사람들의 삶의 기조를 엿볼만한 대목이었지만 사실 이 사람들이 그럼에도 결코 밝지를 않습니다. 표정도 어둡고 음악도 어둡습니다. 이 사진은 바로 그 택시 기사들의 축제 장면인데 우리나라 탈처럼 종이죽으로 만든 거대 인형을 사람이 뒤집어 쓰고 춤을 추는 겁니다. 근데 이 인형의 개념도 좀 어둡고 슬프지 않습니까, 게다가 오아하카에선 사진처럼 브라스 밴드 연주를 자주 하는데 그들이 연주하는 멜로디도 보면 항상 어둡다는… 산둥가 라는 구슬픈 민요의 고장이 또 오아하카고..
치아파스만큼은 아니어도 어쨌든 일종의 변방이고 작년에도 한번 중앙 정부와 시민들 간에 무력 충돌이 있었던 도시인 만큼 그렇게 웃을 일이 없는 걸까요, 한편으로 사진은 지금 없는데 베니토 후아레스의 집을 다녀왔습니다. 사포테카 인디헤나 출신의 19세기 초 대통령이죠, 지금 생각하면 그 옛날에 인디헤나 출신이 어떻게 대통령까지 할 수 있었는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싶습니다. 지금도 인디헤나들을 경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아원 교사인 레베카 말로는 어떤 골빈 부잣집 엄마들은 저 더럽고 천한 애들 (인디헤나들) 하고 우리 순수한 인종 (?!) 애들하고 어떻게 한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냐고 대놓고 말한다더군요) 그 옛날에 대통령이 됐다니.. 하여튼 그땐 아주 조용한 오아하카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지내다 왔지만 멕시코시티 돌아오자마자 오아하카 사람들이 그리운 게 좋은 여행이었다 싶습니다.. 천국 같았던 오아하카 해변가 얘기는 이어서..
* 촬영자와 출처 표시 없는 사진 및 글의 무단 복사는 절대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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