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하카 시는 내륙쪽에 있고 거기서 태평양 바다쪽으로 가면 오아하카 코스타 Costa de Oaxaca 가 형성돼 있는데, 그 몇발짝 안되어 보이는 오아하카 시에서 오아하카 바다까지 버스로 최소 6 시간 반, 길게는 10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뭔 소린지 호텔 직원한테 물어보니 5 시간 반 정도 걸릴꺼라고.. 그래서 좋다, 6 시간까지는 봐준다 하지만 6 시간이 넘으면 안간다 하고 2등 버스 터미널에 갔더니 거기 표파는 인상좋은 할아버지가 군말 군 설명 없이 6 시간 걸린다고..
그래서 불편한 2 등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6 시간은 무슨 6 시간.. 8 시간에다 정말 최악의 길.. 오아하카 시에서 바다까지 가려면 시에라 마드레 산맥의 지류를 건너야 되니 계속 산길인 것이다. 어떨 땐 갑자기 추워지기도.. 너무 산 높이 올라가서.. 하여튼 그렇게 도착한 에스콘디도 항구의 모습들.
사진: 장혜영
위 사진들은 다음날 찍은 건데 도착할 때 거의 저녁에다 비도 온 뒤라 바다가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가 않아서 내가 미쳤다고 이 고생을 하며 겨우 이런 바다를 보러 왔나 싶었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또 다르더군요.
그런데 이 에스콘디도 항구는 나름대로 꽤 유명한 관광지인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랫쪽 바닷가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구역과 길 윗쪽의 현지인들 구역으로 딱 나뉩니다. 그리고 파도 멋지게 치는 시칼리테 바다는 외국인 관광객들 전용이나 마찬가지이고 멕시칸 관광객들은 주로 고기잡이 배랑 뒤섞인 바이아 프린시팔에.. 위 사진들은 전부 바이아 프린시팔 풍경들..
나는 우연히 그냥 싸고 좋은 호텔을 잡았는데 역시 바이아 프린시팔쪽에 현지인들 구역과도 바로 연결되는 곳이라 비교적 말 트기가 좋은 시골 혹은 지방 사람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거기서 먹은 닭 포솔레도 맛있었고.. 거의 닭죽 비슷.. 그리고 장사 안되는 말더듬이 아줌마의 찻집엔 일부러 도와주는 셈치고 매일 갔고.. 그 아줌마의 낡은 찻집 벽에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사진과 마우쩌뚱 사진을 붙여놓고 있던데..
그리고 하나 잊을 수 없는 일은 거기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러 몇번 갔는데 거기 물건 봉지에 담아주는 일 하는 어린 아이가 손이 정말 재빠르고 일을 잘했는데 그렇게 소년이 담아준 검은 봉투를 받아가지고 호텔에 돌아와 보니 음료수 말고 이상한 봉지가 하나 더 들어 있더라고.. 난 무슨 사은품인가 하고 자세히 보니 영수증에 찍어주는 스탬프 도장과 스탬프 도장약을 싸둔 봉지인 게 그 아이가 너무 바쁘다 보니 내가 산 음료수에다 자기 가게 물건까지 같이 넣어 버린 것..
밤 늦은 시각에 거기는 날도 무서울 정도로 덥고 그냥 넘어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는데 그 또 종업원 고용해 쓰는 슈퍼에 뭐 하나라도 없어지면 주인이랑 절대로 좋을 리가 없고.. 해서 운동하는 셈 치자 하고 땀 뻘뻘 흘리며 언덕길을 다시 올라가 문닫은 슈퍼 셔터 두드려 갔다 줬더니 자기들도 찾고 있었는지 당장 ‘ 정말 감사해요’ 를 연발하던데..
어쨌든 사람들은 정말 좋았고 싼 호텔도 케이블 TV 도 있고 생각보다 조용하고 잘 지냈는데 수영은 하긴 했지만 거의 수영이 아니었다. 이쪽 태평양 바다의 특징은 기가 막힌 파도들에 있는데 너무 파도가 쎄서 수영은 거의 불가능이다. 위 사진의 바이아, 즉 만쪽으로나 겨우 수영이 가능한데 거긴 주로 어린 애들이 놀고.. 하여간 나도 물에 들어갔다 파도에 씰려서 굴러 다니다가 겨우 기어 나왔다. 그래서 주로 서퍼들이 많이 오는데 시원찮은 서퍼들에겐 좀 위험하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에스콘디도 항구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뒤 다음날 버스 밤차를 타고 오아하카 시로 돌아가려고 짐을 호텔에 맏겨 놓고 유명한 시폴리테 해변으로 가봤다.
그 시에라 마드레 산맥을 타고 가던 2 등 버스는 목숨이 두개가 아닌 이상 밤차를 타선 안되겠고 좀더 서비스가 좋은 1 등석 버스가 있어서 그거 타려니 그거는 다른 좀 완만한 길로 가기 때문에 무려 10 시간이 걸린다는 거였다.
그럼 밤차 타고 자면서 가는 수 밖에 없어서 그렇게 시간을 정하고 지역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서 다시 트럭 버스 타고 거북이 동물원으로 유명한 마순테를 먼저 본 다음에 다시 시폴리테로. 나는 트럭 버스라 생각해서 트럭을 한대 세워 탔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냥 짐 나르는 짐차였는데 공짜로 태워준 거였고 그렇게 도착해서 시폴리테 해변을 갔는데..
사진: 장혜영
시폴리테는 나체족들의 해변으로도 유명하다. 수영하고 있는 두명의 나체족.
사진: 장혜영
나체족들의 구역은 그 큰 해변의 한쪽 바윗쪽인데 그것도 모르고 옷 입은 사람들의 구역에서 나체 수영하고 있는 외국인 남자. 그래도 아무도 별 다르게 쳐다 보지 않고 다만 한참 뒤 빨간 모자 쓴 해변 관리인이 나타나 나체 수영은 저쪽에 가서 하면 된다고 일러주더라. 이 사진이 지금 민망한 건지 아닌 건지 지금 내 눈도 나빠 잘 안보이고 민망함의 한국적 기준도 이젠 헷갈리기 시작해 모르겠다.
시폴리테 Zipolite 는 아직 개발이 덜 되어 큰 호텔 같은 게 거의 없다. 대신 모래사장 쪽에 이런 짚으로 만든 방갈로 같은 걸 만들어 관광객들을 받기도 한다.
어쨌든 시폴리테는 정말 파라다이스 같은 해변이었다. 사진상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아쉬운데 내가 본 최고로 아름다운 태평양 바닷가였다. 카리브해의 환상적인 물빛은 나오지 않지만 호수같이 잔잔한 카리브해에 비해 무섭게 파도가 몰아치는 태평양 바다의 그 맛도 매력이 뒤지지 않았다.
나는 밤차를 타야되는 입장이라 수영은 못하고 역시 짚으로 만든 바에서 정말로 시원한 음료수 한병 사 마시면서 앉아 있었는데 진짜 바다와 함께 시간이 정지하는 거 같았다. 그러니 종합적으로 볼 때, 미국이나 구미의 양코쟁이 (?) 들이 왜 그렇게 오아하카 바닷가로 몰려오는지 알만 하다 싶다. 물가 싸지, 바다 아름답지, 사람들 친절하고 눈빛 맑지, 낭만 그 자체 아닌가. 그러니 보니까 여기 시폴리테에 방갈로 하나 빌려서 그냥 죽치고 있는 약간 히피 성향의 백인들이 많은 거 같았다.
그런데 그러면서 왜 미국 영화 보면 멕시코는 전부 총 쏘고 사람 죽이고 하는 위험하고 너저분한 곳으로 묘사를 하는 건지, 하여튼 미국 사람들의 멕시코에 대한 시각은 아주 이중적인 게 사실이다. 한편으로 멕시코를 폭력과 무지, 야만의 나라로 묘사를 하고 취급을 하면서 또 다들 멕시코 바닷가로 여행가는 게 꿈이다. 하기야 얼마나 좋겠어, 외국인 옷 벗고 수영해도 뭐라 한마디 안 하는 동네이니..
그렇게 파라다이스 바닷가를 나와서 다시 트럭 버스 타고 에스콘디도 항구행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데 그 파라다이스 바닷가에서 온갖 물건 팔던 사람들이 다 올라탄다. 아이스크림 팔던 할아버지 그 쇠 아이스크림 통 이고 올라오는데 정말 무겁겠다 싶었다. 얼음을 꽉 채운 뒤 거기에 아이스크림을 재서는 들고 다니거나 끌고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땅콩 해바라기씨 이런 거 파는 꼬마 애도 올라타는 데 그거 생각보다 무겁다. 나무통에 옥수수, 해바라기씨, 또 뭐 하나 이렇게 담은 뒤 또 거기다 뿌릴 양념 고춧가루나 레몬즙 이런 것도 같이 갖고 다니니 얼마나 무겁겠는가. 근데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이번에 풍선 장수가 타니 좁은 트럭 안에서 나는 풍선에 둘러싸인 채 앉아 있다 겨우 헤집고 내렸다.
버스 타기 전에 겨우 건강 밀가루로 만든 햄버거 하나 사 먹고, La Jornada 신문 파는 다리 저는 아저씨 보며 좀 씁쓸해 하다 호텔로 돌아가 가방 찾은 뒤 전부 한 가족인 호텔 사람들의 따뜻한 환송 받으며 버스 터미널로 건너가 그 에스콘디도 항구를 떠나왔다. 진짜, 가고 오고 고생은 했지만, 너무 마음 따뜻하게 잘 지낸 에스콘디도 항구였고, 두가지 생각이 드는 게, 사람은 역시 좀 더운 데 사는 게 좋긴 좋다,
정말 무지하게 더운 동네였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뜨거운 태양, 사람 사는 듯이 사는 거 아닌가. 하지만 한편으로, 더운 데서는 절대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면서 못 산다. 오후 되니까 웃통 훌딱 벗고 일하는 공사장 인부들도 연장을 놓고 전부 길바닥에서 낮잠을 자던데 진짜 내가 봐도 도저히 그 시간엔 일이 안된다. 길에서 걸어다니기도 힘들다.
한국 여름도 못지 않게 덥지만 그래도 가을이 오니까 견뎌지는데 1 년 내내 더운 데는 정말 사는 문화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낮잠 시간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 여하튼 정말, 지금도 다시 생각나는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시폴리테, 그 꿈의 바닷가에 계속 있으면 정말 행복할까? 정말 파라다이스일까? 그게 아니니깐, 이렇게 현실로 돌아와 있는 거겠지..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 Mis escrit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년 12 월 아르헨티나 여행 일지 2 (0) | 2008.01.13 |
---|---|
2006 12 월 아르헨티나 여행 일지 1 (0) | 2008.01.13 |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에서 받은 인상들.. 그 첫 여행 때... (0) | 2007.08.31 |
페루 마추픽추/티티카카 호수 여행기 (0) | 2007.08.15 |
오아하카 여행 사진과 글 (0) | 2007.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