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여행기 Mis escritos

2006년 12 월 아르헨티나 여행 일지 2

alyosa 2008. 1. 13. 23:54

(이어서)

 

사실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질리는 면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지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4 시간 정도 걸리는 2 도시 로사리오로 갔다. 아르헨티나 쇠고기 산업의 원천인 팜파, 소들이 풀을 뜯는 끝없는 초원의 한복판에 있는 파라나 강변의 도시이다.  작년에도 갔던 곳인데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활기찬 도시라 여기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갔는데 작년하곤 느낌이 틀리다.

 

 

 

파라나 강가의 아름답고 활기찬 도시 로사리오, 아르헨티나 제 2 의 도시이자 체 게바라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 장혜영)

 

게다가 무뚝뚝한 면이 있는 도시 사람들은 나를 봐도 어디서 왔어요? 중국? 일본?’ 이런 질문은 커녕 아이스크림 청년은 그저 열심히 아이스크림 떠주기 바쁘고 야채 장사 아저씨는 아채 싸주기 바쁘니 나로서는 심심해 지는 거다.  대신에 절대 바가지는 씌운다.  관광객한테 잔머리 굴려 뜯어내고 이런 전혀 없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이브날은 로사리오에서 조금 들어가야 있는 지방  소도시인 베나도 투에르토 Venado Tuerto 가보았다. 도시들은 많이 봤으니까 아르헨티나의 시골이 보고 싶었던 거다. ‘베나도 투에르토 애꾸눈 사슴이란 뜻인데 사슴에 얽힌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로사리오에서 여기까지 거의 3 시간이 걸렸는데 거리가 그렇게 멀어서가 아니라 중간에 작은 마을들에 들리고 사람들이 내려달라는 데마다 차를 세워주려니 그렇게 거다.

 

그런데 어쩔 없겠다 싶은 보이는 거라고는 밀밭, 옥수수밭, 소가 뜯는 초원 밖에 없는 끝없는 평원을 가다가다 보면 한집 있고, 같은 평원을 가다 보면 집이 드문드문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 나오고 하니 거기 사람들을 내려줄 수가 없다. 곱게 양장을 차려 입은 중년 여자가 아무리 둘러봐도 한채 보이지 않고 끝없는 밀밭 밖에 보이는 평원에 내리는데  도대체 저기서 짐까지 들고 내려서 어쩔려고하고 생각하니 뒤에 젊은 남자애가 차를 끌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는 그렇게 넓은 땅에, 얼마 안되는 사람들로, 그렇게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렇게 넓게 살다보니 사람들이 부에노스 아이레스 같은 복잡한 대도시로 생각을 안하는 거다. 아르헨티나 지방의 집들은 부잣집이든 가난한 집이든 풀장을 보통 갖고 있다.  땅만 파서 물만 채우면 풀장이니까 어려울 없다.  땅이야 남아도는 땅인데

 

그렇게 도착한 베나도 투에르토는 예쁘고 자그마한 자전거 천국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전부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데 우리같으면 친구끼리 만나면 손잡고 수다 떨며 돌아다니는 얘들은 둘이 나란히 자전거를 몰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떤다. 할머니도 자전거, 손자도 자전거, 자전거 없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같았다. 공기도 맑고 바람도 시원하고, 시골이라 해도 시설이나 삶의 질에 있어서 떨어지는 없고 오히려 좋아진다는 아르헨티나의 강점인 같았다.

 

손님들을 위해서 공짜 인터넷 컴퓨터까지 갖추고 있는 레스토랑에서 정말 맛있는 쇠고기 요리 먹고, 크리스마스 이브라 문을 닫아버린 영화관 앞의 카페에서 신문을 읽고 있으니 급기야 종업원이 신기했는지 묻는다. ‘ 아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떻게 사슴 마을 까지 왔소? 아는 친구라도 있소?’

 

내가 생각해도 외국 사람이 여까지 관광 경우가 있겠는지, 나는 전에 아르헨티나 신문에서 마을이 그들만의 천국 이라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어 왔는데, 빵빵거리는 소음이 일상화된 대도시에 있다가 소리없는 자전거들이 왔다갔다 하는 마을로 오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 돌아가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미사까지 보고 가려고 했는데 아르헨티나 성당들은 정말 성당이 아니다. 성당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루종일 문을 닫고 있지 않나, 몇시에 미사를 하는지 동네 사람들도 몰라 헤매고 있지 않나  그래서 미사는 보고 그냥 9 시차를 타고 로사리오로 돌아왔는데 사실 동네도 시내 한복판은 깨나 복잡했다.

 

 

베나도 투에르토는 우리나라 읍내 정도에 해당되는 소도시인데, 삶의 질은 오히려 더 높아 테니스나 골프 같은 고급(?) 스포츠도 많이 즐긴다고 한다. 왜냐면, 땅이 넓으니까... 사진: 장혜영 

 

그런데 돌아오는 버스 위로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산도 없고 고층 건물도 없는 평원 위로 치는 번개니까 정말 장난이 아니다. 번개의 모양이 그렇게 크고 무서운지 처음 알았다. 그런데 창밖으로 크리스마스 만찬을 먹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이는데 더우니까 문짝까지 떼내고는 한결같이 탁자에 댓명이 둘러앉아 각자 앞에 접시를 하나씩 놓고 있다. 우리처럼 아들의 집에 모이는 건지 어쨌든 전반적으로 가족 숫자가 많다.

 

어쨌든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애꾸눈 사슴 마을에서 나름대로 재미있고 가슴 따뜻하게 보내고 나서 다음날 로사리오 시내에 나가 보았더니 열어 놓은 가게라고는 아이스크림 하나 보았다.  완전히 시내 전체가 철시상태인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데가 없어 전부 파라나 강변에 간이 의자 하나씩 들고 나와 앉아 있는데 나는 이날 저녁에 음악회 생각이어서 그전에 파라나 크루즈 배나 타기로 했다.

 

가게는 문닫고 사람들이 도무지 일이 없으니 크루즈 배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나는 부부와 , 그리고 남자애의 여자 친구까지 여섯이 함께 일행과 섞여 앉아 버렸다. 그런데 바릴로체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 한번 신이 나면 어린애들처럼 아주 순진하게 놀기 시작하는데 내가 사진을 찍을 있도록 자리를 비껴주고 의자도 치워주니 그때부터 신나는 포토 타임 시작되어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난리더니 이태리 영화 감독 난니 모레티같이 생긴 아저씨는 나보고도 사진가는 바로 저런 장면을 찍어야 하며 지시까지 해준다.   저런 장면 예쁘게 꾸민 강변 공원 아래에 있는 남루한 판잣집이었다. 

 

나를 사진가라 해주니 고맙네 싶은데다 얘기도 저녁에 음악회 간다며 음악회가 열리는 비야 오스텐시야 아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로사리오에 살아서 모른다며 대신 자기들이 로사리오 사는 사람 없냐고 찾더니만 아까부터 무슨 불만 있는 사람처럼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한쌍 한테 비야 오스텐시야 가는 버스 번호를 물어본다. 그랬더니 여전히 기분 나쁜 표정을 하고 있던 , 여전히 뚱한 태도로 나한테 하는 말이 우리집이 근처니까 우리차 같이 타고 가면 된다 것이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그래서 상당히 거리도 음악회 장까지 표정은 뚱하나 마음은 친절한 로사리오 사람들 차를 타고 가게 됐는데 여자가 멕시코에서 살다 왔다는 여자다. 당연히 멕시코 얘기로 꽃을 피웠는데 여자가 웃으면서 멕시코 남자들 어떻더냐고 한다. 분명히 좋은 얘기가 아닐거다 싶어 되물었더니 멕시코 남자들 키가 작고 똥글똥글하게 생겨서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더라는 거다. 사실이지.. 멕시코서 만원 지하철 타면 시야가 가리지가 않는다. 나보다 작은 남자들이 많아서

 

그리고 멕시코는 좋은데 음식이 입에 맞지 않더라고 한다. 멕시코의 매운 살사 양념이 이태리 스타일의 음식을 주로 먹는 아르헨티나 사람들한테는 맞지가 않는 거다. 반대로 나는 지금 매운 멕시코 살사 소스가 너무 먹고 싶다고

 

그리고 나더러  한국 어디 출신이냐 묻길래 로사리오처럼 한국 2 도시인 부산 출신이라고 로사리오도 아르헨티나 2 도시 아니냐고 짐짓 떠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웃으면서 우리 맨날 싸운다고 한다. 교육 도시인 코르도바 하고 로사리오 하고 서로 2 도시라며 싸운다는 거다. 생각에 아마 코르도바가 좀더 도시일 같았다.

 

 

나보다 언니 뻘인 여자하고 그보다 7 연하의 똘똘하게 생긴 남자 (나보다 어린) 덕분에 음악회 장까지 오고 좋은 얘기 나누고 이른바 Beso, 뽀뽀인사를 하고 헤어져 음악회장에 1 시간 반전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줄을 있다. 공짜 야외 공연이라서 나도 걱정이 돼서 일단 빨리 오고 건데 원래 서두르는 편인 할머니들을 선두고 젊은 사람도 있고 딸린 사람들도 있고  입장권을 얻으려고 줄을 있는 것이다.

 

미사 끄리오야 Misa Criolla, 안데스 음악의 명곡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사 끄리오야 음반 표지, 께나, 삼포나 같은 안데스 악기로만 반주를 하는데도 사운드가 아주 강렬하다.

 

음악회는 미사 끄리오야라고 안데스 리듬에 바탕을 그들 고유의 미사곡인데  한국엔 메르세데스 소사가 솔로를 하는 음반이 들어와 있다. 미사곡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 일단 곡이 짧다, 30 정도)  아주 대중적이라 누구에게나 한번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곡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한다고 해서 나는 그냥 됐다 하고 건데 곡의 작곡가 라미레스가 로사리오가 있는 산타페 출신이라 매년 크리스마스 저녁이면 곡을 차원에서 무료 공연을 한지가 어언 11 년째라고 한다. 그러니 일찍 와서 아줌마들 이런 사람들은 11 년동안 한해를 정리하는 뜻깊은 크리스마스 행사로서 매년 거의 빠지지 않고 사람들이다.  당연히 곡도 줄줄 외울 정도다.

 

조금 늦게 오는 사람들은 각자 간의 의자를 들고 와서 공연이 열리는 비야 오스텐시야 잔디밭에 들어갈 있으면 들어가 앉고 안되면 바깥의 공원에서 의자를 놓고 멀리서 음악만 듣고 그럴 모양이었다. 하여튼 다음날 지역 신문 1 면을 차지해 나도 사진에 점처럼 찍힌 이런 뜻깊은 음악회에 있었던 나로선 행운이었다. 

 

일찍 줄선 덕분에 좋은 자리 잡아서 앉으니 옆에는 각자 따로 아줌마 둘이 앉았는데 서로 처음 사이이면서 만나자  말자 신나게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역시 아줌마들 수다는 대단하다 싶은데 그중 한명이 일행을 만나는 통에 다른 자리로 가버려 옆에 아줌마는 갑자기 수다의 대상이 없어졌다. 그러니 내가 옆에 아줌마의 수다 욕을 풀어줘야 하는 입장인데 어려울 것도 없었다.

 

음악회 매년 하는 거냐, 그리고 음악회장 아름다운데 실내에서도 공연을 하냐 이런걸 물었더니 그때부터 음악회와 음악회장의 역사 등등을 일사천리로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음악회 전에 메르세데스 소사나 아타우알파 유팡기 같은, 그러니까 일종의 운동가요 같은 노래들을 틀어주니 아줌마 따라부르고 나도 같이 따라부르고 당연히 음악회도 좋았다.

 

 

그날 공연 장면, 미사 크리오야도 좋았지만 사진 맨 오른쪽의 솔리스트 가수가 부른 'La Viajerita/ La Tucumanita' (A. Yupanqui 작사 작곡)  란 삼바도 가슴을 아렸다.  솔리스트 하러 나오는 사람 의상이 첫 단추 풀어헤친 우중충한 색의 난방셔츠다.. 사진: 장혜영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미사 크리오야를 크리스마스에 본고장에서 들으니 어찌 안좋을 수가 있겠는가. 앞자리의 할머니는 진짜 매년 오셨는지 올해는 멜로디를 이런 식으로 끝내는군하면서 다시 따라 부르고 난리다.  마지막에는 나눠준 촛불을 켜고 고요한 , 거룩한 평화의 , 사랑의 밤으로 개사해서 다같이 불렀는데 그것도 매년하는 세레모니라고

 

어쨌든 그래서 옆자리 아줌마랑 서로 고맙다고 다시  Beso, 뽀뽀 인사를 하고 헤어지고, 음악회를 보러 간이 의자를 들고 북쪽까지 버스 타고 사람들이랑 함께 버스 타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 완벽한 크리스마스 였다.~’ 

 

어제는 같은 사슴 마을에 가서 동네 사람들이랑 놀고, 오늘은 이렇게 좋은 음악회에다 배에서 고마운 사람들도 만나고, 이런 크리스마스는 멕시코에 이후로 다시 없었던 같다. 크리스마스는 항상 외국에서 맞았는데

 

크리스마스는 쿠바, 사회주의 국가라 크리스마스 개념이 없는 곳이라 크리스마스인지 뭔지도 모르고 지나갔고 작년에는 페루, 그날 크리스마스 사서 길에 부랑자들이랑 나눠 먹었는데 시간에 돈을 약간  잃어버려서 무진장 기분 나빴던 크리스마스 ( 근데 사실은 진짜 잃어버렸는지 내가 계산을 잘못한 건지 아직도 수가 없긴 하다 ), 그런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크리스마스는 이보다 좋을 없다 였던 것이다.

 

그렇게 팜파의 도시 로사리오에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올 이번 여행도 거의 끝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행복한 아르헨티나대신 비참한 아르헨티나 알아가는 과정이 남아 있었다. (계속)

 

 

 

베나도 투에르토 Venado Tuerto, 사진: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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