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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쿄돔 관전기: 요미우리 VS 히로시마 (8월25일, 2016년)

alyosa 2016. 9. 6. 01:00


이번 여름은 책 쓴다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 8월 마지막 주에 일본 도쿄에서야 드디어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게 되었는데, ‘도쿄하니까 먼저 생각나는 게 나는 그저 도쿄돔, 급하게 요미우리 자이언츠 일정을 찾아보니 25일 딱 하루 홈 경기인 것이다. 다행히 인터넷 예매가 되길래 미리 사서 드디어 도쿄돔에 입성~. 지하철 카수가 역 혹은 코라쿠엔 역에 내리면 된다.

도쿄돔은 바로 옆에 라 아쿠아라는 쇼핑 센터와 놀이동산까지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낭만적이었다. 아래는 라 아쿠아 2층에서 먹은 일본 라멘.

 말이 라멘이지 사실 생면이고 여기 라멘이 정말로 맛있긴 했는데 비싸긴 좀 비싸다. 값싼 식사를 원한다면 라 아쿠아 입구 문 바로 옆에 식권을 뽑아서 음식 신청하면 바로 나오는 셀프 서비스 식당이 있다. 거의 절반값인데 양은 좀 적긴 하다

 

일본 야구의 전당, 그리고 볼 파크 스토어가 있어 전부 줄을 서고 사람이 많아 입장 통제를 하고 난리가 났는데, 밖에도 매장이 많다. 경기장 안에도 있고, 물론 유니폼이나 모자는 스토어에서 사는 게 좀 안전한 기분이 들지만 소규모 매장들도 다 정품을 팔기 때문에 굳이 사람으로 터져 나가는 스토어에 들어갈 필요 없을 듯. 사람에 떠밀려 물건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경기장 안의 판매소

 돔 경기장은 원래 시원하다 못해 춥다. 마이애미 말린스 돔에서 에어컨 때문에 추워서 떨었던 기억이 생생해 긴팔 옷도 준비했다. 그런데 갓 지은 마이애미 개폐형 돔에 비해 도쿄 돔은 좀 낡은 듯한 느낌은 있다. 그리고 돔에서 경기를 보니 확실히 뜬 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에 전준호 선수가 도쿄 돔에 가서 천정이 하얘서 공이 잘 안보인다하던 게 생각났다 

경기장에 들어가니 먼저 들리는 건 트럼펫 소리, 그리고 보니 한때 유명했던 롯데 자이언츠의 트럼펫 불던 일본인 팬 생각이 났다. 그래, 일본에서는 앰프를 안 쓰고 트럼펫으로 응원가를 연주하면 팬들이 따라 부르거나 하는 걸로 유명하지, 아무래도 시끄러운 앰프 소리보다는 트럼펫 소리가 청아하다, 원정 응원단이었던 히로시마 팀의 응원가는 아직도 내 입에 맴돌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도쿄돔 천정에 저렇게 빈 틈새가 있고 그 사이로 하늘도 보이는데 혹시 비가 오면 안 세나 뭐 그런 망상도 들었다.  아무래도 유서깊은 돔이니 떼는 좀 타 보인다.


 나는 솔직히 일본야구는 하나도 모르고 또 한자는 좀 읽어도 일본 표기 문자 히라가나는 그냥 까막눈이라여기 홈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알아도 상대팀이 어디인지를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었다. Carp 라고 적힌 유니폼은 많이들 입고 있는데, 지역명은 영문 표기가 잘 안보이는대다 전광판을 보니 한자로 가끔씩 지나가는데 뭐 광도? 가 어디지? 그냥 하위권 팀인가 보다 했는데, 왜냐하면 경기 초반에 너무 못했기 때문이다. 찬스를 다 날려먹고 해서 어디 약체팀인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히로시마! 센트럴리그 1위팀! 요미우리는 그 뒤를 이어 2위.

히로시마 팀 벤치

 


홈팀 요미우리 쪽


아니나 다를까, 경기는 히로시마가 계속 고전하다가 9회초에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났다. 아슬아슬했던 내야 안타로 동점을 만든 후 우익수 앞 안타 때 요미우리 우익수 7번 치노가 공을 한번 놓치며 역전. 나는 경기 초반 3루측 히로시마 응원 관중들 틈에 끼여 찬스를 날릴 때마다 같이 탄식을 하다가 경기 후반 1루석으로 옮겼는데 거기서 역전극을 보는 바람에 주변 요미우리 응원 관중들과 함께 또다시 탄식을~. 그냥 히로시마 쪽에 쭉 있었으면 아마 옆사람이랑 하이파이브라도 했을 거 같은데.

어쨌든 리그1, 2 위 팀 경기답게 흥미진진한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양쪽팀 다 사실 찬스를 많이 날렸었다.


최종 스코어 G(요미우리 자이언츠)  4:6 (C, 히로시마 카프), 원정팀 히로시마 승


요미우리 자이언츠 응원단


일본 프로야구는 경기 전에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 모양이다. 대신 미니 콘서트랑 꼬마들 치어리더 전을 했다.

 


경기를 보니 내야수들이 마운드에 모이는 경우가 많은 게 눈에 띈다. 도대체 몇번을 모이는 건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자주 모였는데 그렇다고 경기 지연을 하진 않고 빨리 모였다가 빨리 해체한다. 그리고 볼보이는 물론 배트걸도 아주 빨리 뛰어다니며 베트를 치워 경기 진행은 느리지 않은 편이었다.

 


야구장의 명물인 생맥주 아가씨. 여기는 머리에 꽃을 꽂고 미소로 무장한 예쁜 여자들이 생맥주를 짊어지고 다니며 파는데 다다다닥 계단을 뛰어 내려 온 뒤 관중들을 바라보고 마실 사람없느냐 신호를 보낸다. 생맹주통 사이즈가 좀 작긴 해도 어쨌든 무거울 텐데 프로패셔널하게 미소를 잃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생각해 보면 추억꺼리로 저 생맥주를 사마셔도 됐을 텐데, 미지근할 거 같아 대신 아이스크림 과자 비슷한 걸 사 씹으면서 경기만 넋 놓고 보다가 내가 먹고 있는 걸 한번 내려다 봤더니 아이스크림 과자의 모양이 도쿄 돔 지붕 모양이다!  아이디어 좋네 싶어 찰칵.  


경기 끝나고 초대 관중들에게 경기장을 개방하는 행사가 있어 관중들을 빨리 내쫓지 않았다. 어차피 지하철에 사람들도 많을 거 같고 해서 느긋하게 앉아 있으니 히로시마 응원단들도 역전승의 감동에 겨워 계속 노래하느라 나갈 생각을 않는다. 결국 히로시마 팬들과 뒤섞여서 아쉽게 돔에서 나왔다. 그런데 돔 밖의 마당도 떠나고 싶지 않게 낭만적이었다.

 

솔직히 야구장만 가면 안방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한데, 도쿄돔도 마찬가지였다.  아쉬워서 경기 없는 날 라 아쿠아 쇼핑 센터에 가는 길에 다시 와 봤는데, 이날은 야구장에서 콘서트가 있는 날이었다. 하필 콘서트가 딱 끝나는 시점에 떨어졌는데, 광장에 경찰과 경비들이 쫙 깔려 있다. 뭐 감시하러 그러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가는 사람들 정리 정돈 하러 온 것이어서 JR 역으로 가실 분들은 오른쪽으로, 도쿄 메트로 지하철 갈 사람들은 왼쪽으로 어쩌고 하며 선도를 하는데,  일본 사람들 질서를 잘 지킨다는 설 이런게 각자가 잘 지키는 것도 있지만 인솔을 워낙 잘해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았다. 진짜 착착 인솔, 정리, 안내 이런 걸 너무 잘하는 것이다. 

 어쨌든 도쿄돔, 도쿄에서 내겐 최고의 장소. 마이애미 말린스 돔도 가고 도쿄 돔도 갔으니 이제 우리나라 고척 돔만 가면 되는데 사실 서울서 살 때 수도권 야구장은 골고루 섭렵했었는데 이후 문학 구장도 생기고 고척 돔도 생겼다. 피아노 한쪽에 야구 중계를 틀어 놓고 리스트의 에튀드를 연습하고, 잠실까지 뛰어가 포스트시즌 보곤 했던 그 시절이 이제는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