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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 아메리카 결산 [1]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alyosa 2011. 7. 21. 12:53

아르헨티나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2011 코파 아메리카 (Copa América = 아메리카 컵)가 내 입장에선 아주 꿈의 대결로 갈 뻔 하다가 오늘자로 스톱, 일단 탈락한 팀들 사연들부터 먼저 좀 올려보자면

 

[브라질] 8 강전서 파라과이와 0 0 무승부 후 승부차기 0 2 패로 탈락

 

그런데 이번에 브라질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팀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고, 지금 세대 교체기라 젊은 선수들 위주로 뽑았으니 수비 하나는 징글징글한 파라과이 상대로 운이 나쁘면 질수도 있는 거… 아무튼 '밉상'과이는 그네들의 반라 응원녀들과 함께 남미 축구 대회에서 축출하던가 해야지, 유로 2004 때 그리스를 넘어서는 최악... 

 

브라질의 아직은 어린 별 Neymar

그런데 네이마르는 아직 어린데 너무 언론의 집중을 받아 부담을 느끼는 게 눈에 보였다. 호빙유, 파투, 루시우 등 쟁쟁한 형님들도 많았는데도 네이마르 네이마르 네이마르 소리뿐... 그래도 그럭저럭 잘했는데 계속 하는 소리지만 아직 좀 호리호리하다, 그렇다고 호나우두처럼 너무 급격히 체중이 늘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아무튼 체격부터 좀더 커야 전성기가 시작될 듯

아무튼 네이마르 본인은 일단 산투스에 남아 연말의 클럽 월드컵 때 산투스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컵을 차지한 뒤 떠나겠다고  얘기했는데 글쎄 그게 그렇게 될지일단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유수의 팀들로 이적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8 강전서 다른 과이’, 우루과이 1 1 무승부 후 승부차기 4 5

 

 노래하지 않는 메시의 고뇌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는 경우가 좀 달랐던 게 이번에 홈이라 엄청난 응원을 등에 입고 있었고, 멤버도 쟁쟁하다 못해 번쩍번쩍했고, 게다가 문제의 8 강전 때 상대팀이 초반 1 명 퇴장당해 그 대단한 11 명이 열명을 상대했는데도 졌으니 정신 상태, 팀웍 어쩌고 하면서 비난의 소리가 나오지가 않을 수 가 없는데… 그리고 그 비난의 한 가운데엔 지금 축구계 최고의 선수라는 소리를 듣는 메시가 서 있는 것도 사실이고... 메시도 그럭저럭 잘 했지만 그래도 '리오넬 메시'니까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사실 최근 메시를 둘러싼 논쟁 중 제일 시끄러웠던 것은 왜 메시는 경기 전에 아르헨티나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가하는 거였다. 사실 뭐 그런 것까지 왈가왈부할 거는 없긴 한데, 유난스레 길고 장황해 예전엔 전주만 연주하고 끊어 버리던 아르헨 국가를 개최국이라는 이유로 드디어 전곡 다 해주는데, 그 기나긴 곡이 끝날 때까지 입을 꼭 다물고 우울한 표정으로 멍하니 땅만 내려다 보는 메시의 모습이 꼭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팀에서 그의 마음가짐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줬던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어떤 나란가, 아르헨티나 국가만 나오면 눈물을 글썽이며 가슴을 치고 울고 불고 하면서 팀을 이끌던 마라도나가 있던 나라 아닌가. 물론 그 세대의 무조건 반응적 애국심을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거고, 체구가 탄탄하지 못한 메시의 자기 나름의 한계일 수도 있으니 크게 뭐라 하지는 않는 거 같은데 그래도 아르헨티나 사람들 입장에서는 약간의 섭섭함이 있긴 한 모양마라도나 만큼 팀을 이끌어 주지 못하는 메시에 대한 섭섭함이

 

 5 월 광장 어머니들을 건드리지 마라는 테베스

 

그런 면에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테베스에게 더 인간적인 정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현재 자기네 축구의 상징으로서 TV 와 신문을 장식하는 메시가 있다면, 좀더 가까운 존재로서, 약간은 마라도나를 닮은 테베스에 대한 애정사진은 테베스가 오월 광장 할머니들을 지지하는 인터뷰를 하면서 할머니들의 상징인 수건을 둘러쓴 것인데, 이 자리에서 테베즈가 말하길 나같은 놈이 축구를 안했다면 지금쯤 살아나 있었겠냐”, “빵값이라도 벌려고 범죄 조직 끄나풀로 붙어다니다가 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고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카를로스 테베스라 이번에 처음에 국가 대표에서 제외되었을 때 엄청난 반대 여론이 일어 결국 바티스타 감독이 백기를 들고 국가 대표에 뽑기는 뽑았다. 그런데, 감독이 자기를 싫어하는 걸 뻔히 아는데 테베스라고 마음이 편했을까?

바티스타 감독은 여전히 테베스는 내가 뽑은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테베즈는 테베스대로 가시방석 상태에서 주전과 교체를 오가는 둥 정신 헷갈리게 나오다가 결국 8 강 승부차기를 실축, 최악의 상태로 대회를 마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괄되게 영국 생활을 버거워했던 테베스라 브라질 코린티안스로 팀을 옮기려다 이적료 지급 시기 문제로 결렬되고 말았는데 앞으로 어쩔런지아무튼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테베스에 대한 애정을 쉽게 놓아 버리지는 않으리라 본다.

 

Messi & Tevez

그리고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8 강에서 졌을 때 아르헨티나 관중들이 난동이라도 일으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눈물을 글썽이며 체념한 듯 박수를 쳐주던 거. 내가 볼 땐 자기팀 선수들에게 보내는 박수 라기 보다는 상대팀에게 박수를 보내는 거 같았다, “그래 너네들이 더 승자의 자격이 있다, 우리도 인정한다이러는 거 같았는데 어쨌든 축구의 가치를 알고 누구보다 축구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인 건 맞는 듯문제가 좀 없는 건 아니지만

 

한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8 강전 때는 유명한 지미 점프가 남미까지 원정을 와 난입을 했는데, 축구 '신'의 사위 아구에로에게 모자를 씌우는데 성공하고 잡혀 갔다. 아구에로 어쩐지 모자가 잘 어울리는 듯...  

 

[멕시코] 3 패로 조예선 탈락 - 코파 아메리카냐, 코파 남아메리카냐, 코파 라틴아메리카다!

 

멕시코는 사진 보다시피 지난 2007 코파 아메리카 때 3 위를 했고 그전엔 준우승도 한, 우승후보 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멕시코는 젊은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내보냈다. 누구보다 코파 아메리카에 목숨 거는 멕시코라 대규모 취재진 방송팀까지 보낸 거 뻔히 아는데 뭔가 좀 이상타 싶었는데 3 패로 조 예선 탈락 한 뒤 악에 받힌 듯 방송에다 하는 소리가 북중미 축구 협회 CONCACAF가 올림픽 대표팀을 내 보내라고 강요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아메리카 컵에 최상의 대표팀을 못 보내냐, 우리는 어쩌면 북중미 축구보다 남아메리카 축구에 더 가까운 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는데

 

 이게 무슨 소린고 하니 코파 아메리카는 비록 남아메리카 축구 협회 CONMEBOL 에서 주관하고 있지만 그 이름이 코파 남아메리카가 아닌 코파 아메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축구 잘하는 나라를 가린다는 대회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에야 북중미/남미 축구로 가르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예전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축구 좋아하는 건 스페인어,포르투갈어를 쓰는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 뿐이었다. 그들에게 축구란 문화적인 동질성을 보여 주는 가장 대표적인 문화였고그들의 동일한 언어와 함께그중 멕시코는 정치적으로나 축구적으로나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제 북미의 대국 미국, 캐나다도 축구를 좀 잘하기 시작하고 하면서 멕시코를 미국, 캐나다 옆에 끌어다 놔 북중미 축구 협회 산하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려는 북중미 축구 협회와 멕시코를 어쨌든 포용해야만 하는 남아메리카 축구 협회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클럽 대회의 경우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라고  해방자들컵이라 이름을 붙여 멕시코를 남미의 클럽 대항전에 포함시킨다.

그리고 국가 대항전인 코파 아메리카의 경우는 초청팀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서 참가를 시켰는데 이번에 북중미 축구협회에서 왜 북중미의 축구팀이 남미 대회에 더 신경을 쓰느냐며 코파 아메리카엔 올림픽 대표로 한정해 내보내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코파 아메리카의 로고를 보자, 남아메리카 축구 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회임에도 로고 속의 지도에는 남아메리카 뿐이 아닌 중미와 멕시코까지 포함하고 있고 슬로건은 ‘“남아메리카의 최고 대회가 아닌 ‘“라틴 아메리카 América Latina의 최고 대회라 쓰고 있다.

 

우리는 흔히들 지리적인 개념이 객관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지리적인 구분도 실은 정치적인 힘에 왔다갔다한다. 이스라엘이 유럽일까 아시아일까? 멕시코가 북미일까 중미일까? 그걸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인 힘이지 과학적인 객관적 개념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문화적인 구분이 더 객관적일 수도 있다. 같은 아시아라 해도 중동이 오히려 아프리카의 이집트나 여러 이슬람 국가와 동질성이 강한 걸 보더라도또 멕시코가 좀 북쪽에 있더라도 라틴아메리카의 이름으로 남아메리카와 더 같은 동질성을 느끼는 걸 보더라도뭣보다 사람 사는 데 모든 것인  언어가 같으니

 

경기장으로 향하는 페루 팬들: 페루는 이번에 준결승까지 올라왔는데, 아르헨티나에는 많은 페루 이민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지키고 있는 셈인데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서 힘들게 살고 있는 많은 페루인들을 기쁘게 했다.

 

갑자기 얘기가 장황하게 옆으로 샜는데, 아르헨티나는 지금 겨울이라 너무 추워서 멕시코서 내려간 기자, 리포터들이 입이 얼어 붙어 말을 제대로 못하던데, 그런데도 밤 9 45 분에 축구를 시작하네얼어 죽는 한이 있어도 밤 생활을 해야하는 아르헨티나

실은 내가 좋아하는 비노띤또가 불운과 모호한 판정이 겹치며 그야말로 '안티 풋볼' 팀에게 져 열 받는데 ( 방송에서 전문가들도 다  유감스러운 결과라고 ), 좋아하는 팀들 이야기는 결승 후에... 진정한 챔피언은 이미 정해진 듯...

 

축구계의 우고 차베스 혹은 남미의 무리뉴, Vinotinto (베네수엘라) 의 젊은 수장 세사르 파리아스 감독. 아직 3.4 위전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번 대회의 진짜 주인공이었다. 

(저작권자 로고 없는 사진들 출처: Ovacion 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