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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남아메리카 4 팀 총평 (사진/글)

alyosa 2010. 7. 7. 06:20

누가 우승하든 내가 좋아하는 팀 다 탈락, 한국 탈락, 라틴아메리카 팀 다 탈락으로 나의 월드컵은 다 끝난 듯...

개인적인 느낌들을 정리해 보자면

 

우루과이 – 펠레스코어, 종료직전 드라마는 우리 몫, 도깨비 팀 혹은 축구계의 '우'작가?

 

그러고 보면 이번 대회 우루과이는 멕시코를 조 2 위로 밀어내 아르헨티나랑 붙게 하며 1 위로 조 예선 통과, 한국 이기고 8 강 진출, 마지막 아프리카 팀 가나 승부차기로 떨궜으니 나로서는 원수(?) 나 마찬가지인데, 뭐 어쩌랴 내가 가진 제일 비싼 축구 유니폼이 우루과이 9 번인데... 근데 왜 하필 9 번... 레코바는 주로 20 번이었는데... 그때 호나우두 때문에 세계적으로 9 번이 유행이었긴 했다만...

 

아무튼 다소 수비적이지만 역습에 강하고 한방이 있는데다가 근성이 강하고 악착같은 우루과이식 축구가 매력적이란 걸 잘 보여준 이번 대회였던 거 같다. 오늘 4강전서도 우루과이 주 특기인 뒷북치기 나오던데... 3 대 1 로 지고 있는 상황서 3 대 2 만들고 경기 종료 직전까지 상대팀 간 떨리게 공격하던 거... 그런데 꼭 뒷북을 쳐야만 될까... 앞북 좀 치면 안될까.. 하긴 그게 실력의 한계인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기 언론에서도 우루과이의 투혼에 대해 칭찬 일색인데 어찌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도 인구가 적어 원정 응원단이 몇 안되는 우루과이인데 8 강에선 아프리카 팀 가나, 4 강에선 남아공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살고 있는 네덜란드 등 거의 홈팀이나 다름없는 팀들을 연달아 상대하고 솔직히 4 강선 심판 판정에 불리함도 있었던 거 같은데 ( 우루과이 단독 돌파시 잘못된 오프사이드 판정 / 그 부심이 오프사이드 선언 가능한 네덜란드 두번째 골 상황에선  기를 아예 안 들어 결국 골 인정 등등 ), 그런 불리한 환경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투혼을 불사른 건 사실인 듯물론 가나와의 경기에선 하늘도 좀 도왔고 

 

그런데 그러고 보면 조예선에서도 홈팀 남아공과 한 조... 홈어드벤티지는 아랑곳 없이 무려 3 대 0 으로 이겨 홈팀 최초 탈락의 단초를 만들어... 아프리카의 Verdugo, 뭐라고 해야 되나, 아프리카팀들의 숙적이었다 할 만 하네...  

 

                           사진 출처: EFE

                        

 

                          사진 출처: EFE / 촬영 Juan Carlos Hidalgo, 남성 폭력에 반대하는 캠페인에 나온 포를란

 

우루과이의 '디에고', 디에고 포를란 역시 최고, 골 하나하나가 그림 같았다, 이번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가장 잘 다루는 선수 중 하나인 거 같고... 슛이 빨랫줄처럼 쫙쫙 뻗는 게... 8 년 전 한일 월드컵 땐 교체로 나와 그때도 그림 같은 중거리슛 한골 넣었는데 이제 벌써 서른살이 넘었구나그런데 '마에스트로' 타바레스는 네덜란드와의 4 강전 막판에 왜 포를란을 뺐을까…? 이해가 안되던데...

  

 

아약스의 수아레스 이때는 살찐 토끼가 아니라 그냥 어린 토끼 같네... 

사진 출처: forum.projectfooball.net

 

수아레즈 오른쪽은 푸실레, 경고 누적으로 4강에 못 뛴... 그러고 보니 이번 4 강전에 우루과이는 수아레스, 푸실레, 다리 부상 루가노, 아예 골절상 로데이로 등 핵심 주전 4 명이 빠졌었네... 그중 하나라도 있었으면... / 사진 출처: 로이터 통신 (c) Reuters (저작권 괜찮으려나?)

 

루이스 수아레스 이 선수 예전에 단발머리에다  입다물고 있을 때는 사모라노와 살라스 섞어 놓은 거같이 보였는데,  머리 자르고 한국전서 뛰어 다닐 때 보니 자꾸 약간 살찐 토끼’  가 연상 되더라... 조금 더 살찐 토끼 였던 브라질의 호나우두 만큼 앞으로 활약하기를... 다들 '신의 손' 건만 떠올리는데 한국과의 경기 때의 두번째 골은 이번 대회 최고 멋진 골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그만큼 잘했다는 이야기…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웃기기는 하다

 

네덜란드와의 4 강 경기 때 손가락에 붕대 감고 벙거지 뒤집어 쓰고 관중석에서 기도하고 있는 거 보니 웃음을 참을 수 없더라는…  보통 그렇게 골대 안에서 공 쳐내고 울면서 서럽게 퇴장당하는 건 주로 수비수가 하는 짓인데, 3 골이나 기록한 팀의 핵심 공격수가 손발 다 써가며 수비하다 퇴장당해 다음 경기 못 나오다니...그런데 한국전서도 경기 말미에 수아레스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하긴 했었다.

 

 이 희대의 코메디는 생각할 수록 웃기지만 왼쪽 푸실레의 필사적인 손짓을 봐도 알 수 있듯, 공에 대한 집착이 엄청난 우루과이 애들 아니면 하기도 힘든 짓이다, 본능적인 반사 신경이지만, '이대로 질 순 없어, 난 죽어도 막을거야' 이런 승부근성에 사로 잡히지 않으면 저렇게 손가락 부러질거 각오한 브로킹까진 못나오지...수아레스도 나름 몸값 높은 스타 골잡이인데, 조국의 승리를 위해 체면 불구 몸 사리는 것 없이 펀칭, 어찌 보면 코메디가 아니라 눈물 겨운 희비극이었던 듯...  (사진 출처: 로이터 통신 (c) Reuters) 

 

근데 4 강서 수아레스 공백이 진짜로 컸다... 멕시코 TV 말마따나 그의 희생(?) 으로 4 강에 올라갔지만 그 희생으로 인한 퇴장의 덫 때문에 4 강전서 아주 불리하게 되었다고... 딱 맞는 말이네...  

 

 

 

          사진 출처: http://www.hi4arab.com/vb/showthread.php?goto=newpost&t=96828

 

 

사진  © Grazia Neri

 

'애기' (=El Nene, Nestor 의 애칭으로 많이 씀) 라는 별명의 우루과이 골키퍼 네스토르 페르난도 무슬레라…(사진 오른쪽). 8 년 전 카리니를 연상케 하는 젊고 이쁘게 생긴 골키퍼근데 카리니는 어디로 갔나? 갸도 그때 어린 유망주라 했고 이태리서 뛰었던 거 같은데 아무튼 무슬레라 지금 라치오 소속이던데 앞으로 잘 커 주길… 우루과이 애들은 다소 거친 스타일이라 그런지 이탈리아 리그에 잘 가더라고... 

 

상대적으로 약세인 우루과이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거함 사이에서 살아 남으려면 거칠고 끈적끈적하게 달라 붙거나 파라과이처럼 잠 오는 수비 축구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수면 축구 보다는 거친 축구가 훨 축구 답더라는~ 이번 월드컵 땐 별로 거칠지도 않았고...어쩌다 보니 배구를 해버려서 그렇지... 그런데 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느낌도...그런데 이 친구 무슬레라도 약간 얼빵 토끼 인상... 우루과이 선수들은 다 좀 토끼같다는... 레코바도 그랬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선수들 근성의 반만 가졌더라도

 

브라질은 그냥 욕 먹어도 싸다. 둥가 감독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감독이 암만 전술 짜 봤자 선수가 자폭쑈를 하고 퇴장당해 버리면 뭘 어째내가 볼 땐 둥가 탓도 아니고, 수비수랑 골키퍼 소통이 안돼 자책골 (나중 스네이더 골로 정정) 내주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열 받는다고 팀이야 어찌되든 말든 상대 선수 밟고 퇴장당해 버린 건 옛날 베컴 퇴장 이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인 듯.. 세계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줌

 

아르헨티나는 사실 브라질 만은 못하다는 게 원래 전체적인 평가인데, 꼭 실력 때문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선수들 기질이 좀 큰 대회에서 우승컵 들어올리기에 문제가 있다.  첫 골 먹고 나면 스스로 불안해 하고 허둥대고꼭 축구 뿐 아니라 테니스도, 데이비스컵 그렇게 바라면서도 찬스를 잡았을 때 불안감에 사로잡히며 스스로의 자중지란으로 망하곤 했는데 그런 기질을 바꾸지 않는 한 독일 처럼 강하게 밀어 붙이는 팀을 만났을 때 극복해 내기가 쉽지 않을 듯

 

 마라도나 감독이 잘 한 것도 없지만 마라도나 탓만 할 일도 아닐 듯아르헨티나가 마지막으로 월드컵을 들어올린 게 마라도나 한 선수의 능력과 근성의 힘이 정말 컸던 것을 되돌아 본다면 제일 답답한 건 바로 마라도나 감독 자신일 듯.. 아무래도 배부른 입장에서 몸 안 다치게 뛰는, 즉 악바리 근성이 모자랄 수 밖에 없는 작금의 아르헨티나 선수들 바라볼 때 아마 말도 못하게 답답하고 '아 그냥 내가 나가서 뛰고 말지' 싶은 마음을 꾹꾹 참으며 선수들을 독려했던 게 마라도나 감독 아니었을까 싶다.

 

덧붙여 멕시코도 마찬가지... 선수들의 면면은 지금 꽤 화려한 게 사실인데 근성도 좀 부족하고 우루과이에 비하자면 결정적인 골게터가 부족... 멕시코 언론에서는  근성 부족을 더 비판하더라고... 우루과이 정신력 좀 닮으라며...

 

파라과이 과라니들이여, 수비 축구 혹은 수면 축구는 이제 좀 그만

 

파라과이랑 일본이 16 강서 만난다고 할 때, 세상천지 이보다 더 재미없을 순 없다싶은 경기가 될 께 정말 뻔해 보였다. 파라과이의 보는 사람, 하는 사람을 질리게 하는 수비 축구는 남미 예선에선 위력을 발휘해 거의 항상 웬만하면 지옥의 리그남미 예선을 통과하게 해줬는데 솔직히 보는 입장에서는 지겹다 좀 그만해라~ 싶은그런데 사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그리고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콜롬비아 이런 나라들 이기거나 비기려면 수비적인 게 훨 실이익이 되는 게 사실이다.

 

아무튼 이번에 파라과이 선전했고 스페인과의 경기는 좀 억울한 면이 있었는데, - 심판이 파라과이와는 악연으로 뭉친 과테말라 심판이 배정된 데다가 아니나 다를까 그 심판이 오프사이드가 아니랄 수도 있는 골을 무효화 시키면서 경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던 우루과이- 네덜란드 전에서 네덜란드의 골은 인정된 걸 보면 파라과이에서 억울하다고 방방 뛴 것도 무리가 아닌 듯... 그러니까 한마디로 심판들이 똑같이 모호한 상황에서 네덜란드가 골을 넣었을 땐 인정해줬고 파라과이가 골은 넣었을 땐 무효시켰다는 이야기, 이러니 축구가 FIFA 의 지시를 받은 심판들 놀음이란 말까지 나오지 않겠는지 - 

 

하여튼 파라과이 좀 너무 무지막지한 수비는 이제 좀 자제하고 우루과이 수준으로라도 공격수들을 키워 나갔으면… 좋은 공격수가 있긴 있는데 그래도 일단 방어적으로 하는 거긴 하다… 파라과이 돌아간 카바냐스는 요즘 괜찮은지... 우루과이의 다리오 실바 생각도 나네... 교통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던...

 

심판 유감 판정 유감

 

이미 말했듯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 4 강 이상 간 유럽 팀들이 이번 대회 유독 오락가락했던 심판 판정에 유리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 않나 싶다. 독일도 마찬가지, 잉글랜드 오심 골 그것도 분위기를 가르는 데 중요했지독일의 실력이야 아무도 의심을 않지만 어차피 월드컵 양대팀은 브라질과 독일, 하나 더 넣으면 이탈리아 정도그다음은 아르헨티나 정도? 이번엔 새 팀이 나오려나? 관심 없다네덜과 스페인 다 내 스타일은 아니라… 게다가 이번 대회 올라오는 과정도 그다지 별로...

 

카스트로의 한마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이번 대회 유럽팀 끼리 결승이 된 게 유감스럽다고 했는데, 심판 판정이 전반적으로 유럽에게 유리하게 갔고, 아무튼 전 세계 축구팬들을 위해선 남미팀들, 특히 아르헨티나 브라질 같은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팀이 더 선전했어야 했다고 하던데, 나는 카스트로를 보면 정말 체력이 대단하다는내가 멕시코 처음 오자마자 바람같이 쿠바부터 갔는데, 그게 이제 카스트로 죽기 전의 쿠바를 봐 놓고 싶어서였는데 그때 그렇게 급하게 간 뒤로 만 5년이 넘어 6 년이 다 되어 가고 있는데 아직도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하여튼 역동의 시대를 산 사람들은 육체도 거인인 모양

 

어쨌거나 결론은 한마디로 이게 다 브라질 너 때문이다! 나랑 카스트로랑 박지성 포함 전 세계 축구팬들을 실망에 빠뜨리고 유럽팀끼리 결승전으로 가게 만든 원흉이 바로 브라질... 그런데 남아공은 솔직히 유럽이나 마찬가지인 거 같다. 말이 아프리카지 백인 나라 아니었나, 큰 기대 자체를 말았어야 했던 듯... 그래도 한국과 일본 16 강 간 거 까지는 유럽 텃세를 벗어나 진정한 실력대로 대결할 수 있었던 아프리카 개최 덕을 좀 봤다고 생각한다. 뒤로 갈 수록 남아공의 정체성이 드러난 듯 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