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지하게 바쁘지만 우리나라 축구 16 강 우루과이전을 보고 짧게 한마디를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1 대 2 우루과이 승). 실은 오늘 낮 날씨가 후덥지근해 이럴 때 늘 그랬듯 몸에 휘감기지 않는 통풍 잘 되는 축구 T 셔츠를 꺼내 입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푸르스름한 걸 꺼내 입었는데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 순간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이거 우루과이 국가 대표 T 잖아, 내가 적군의 옷을 입고 있네!”
그때 몬테비데오에서 큰 맘 먹고 산 저지였는데, 사실 그때 우루과이까지 굳이 간 것도 그렇고, 좀 비쌌던 이 유니폼을 산 것도 그렇고, 발단이야 다 뻔하지 내가 왼발잡이 우루과이 미드필더 알바로 레코바의 팬이었기 때문이고, 그렇게 간 우루과이에서도 광장의 카페에서 축구보고 또 우연히 페나롤 축구팀 선수들 만나고 그때 그렇게 만나본 우루과이 사람들이 마음에 들고 정이 가고 이래저래 하다보니 이후로는 우루과이 축구팀의 팬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그러다보니 오늘 운명의 16 강전 한국 대 우루과이의 경기도, 주로 내가 멕시코에 있을 때 발탁돼 나로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젊은 선수들이 주가 된 한국팀의 전술보다는, 포를란과 타바레스 감독 등 눈에 익은 사람들이랑 월드컵 남미 예선을 볼 때마다 사람 복장 터지게 하던 우루과이의 전통적 전술이 더 훨씬 눈에 들어왔는데,
일단 골을 넣는다 -> 그리고 지킨다, 시간도 끈다, 총체적으로 좀 느슨해진다 -> 그러다 결국엔 한골 내준다 -> 갑자기 뒷북치며 열심히 하다 다시 한골을 넣어 이기거나 아님 우왕좌왕하다 진다
이 습관을 우루과이가 또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은 전반 7 분여 만에 한국이 한골을 먹길래 이게 못 된 일인지 잘 된 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내가 아는 우루과이는 그럼 좀 공격 더 해보다가, 골 더 안들어가면 후반 부터는 잠그기와 시간 끌기를 시작할 게 뻔하기에 그러다 우리가 후반 말미 쯤 골을 넣으면 오히려 우루과이가 당황해 하다가 남미 예선 때처럼 자멸을 할 수도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우루과이가 그 좋은 선수들을 갖고, 아르헨티나나 브라질도 잡는 실력에, 또 우리나라 부산시 만도 못한 국민수의 나라 전체가 완전히 축구에 미쳐 있으면서 왜 이렇게 지키기 식으로 나오다가 망하곤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데
그런데 그게 강대국 틈바구니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되는 약소국들의 본능이라는 말도... 강자들로부터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수비적으로 나오는... 실은 파라과이도 상당히 수비적인 거 보면 꼭 틀린 말도 아닌 거 같고... 우루과이야 파라과이 못지 않게 설움 많은 역사를 갖고 있고 스페인-포르투갈-브라질이 연달아 식민지배를 하고 그 와중에 본인들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르헨티나로부터 독립된, 작은 나라의 전형적인 수난을 겪어 브라질과 붙으면 곧 죽어도 이겨야 된다고, 우리나라 한일전 때 마음가짐 비슷하게 나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브라질의 영향은 더 커지고 있지만... 이민도 많이 들어오고...
하여튼 그래서 아니나 다를까, 예측대로 우리나라가 후반전에 골을 넣어서 1 대 1 이 되었다. 이제 게임은 다시 원점, 근데 한국의 동점골이 좀 빨리 터진 감이... 난 후반 루즈 타임 때 극적인 동점골, 그리고 연장전서 역전 이런 거 상상하고 있었는데...
아무튼 한골을 먹은 우루과이는 또다시 뒷북 치며 공격적으로 나오는데 문제는 우루과이가 동점골에 당황하며 허둥지둥 해야 되는데, 그래야 자멸을 하면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데 이 친구들이 별로 당황을 안하는 것이다. 이제 그런 짓 하도 많이 해봐서 당황도 안된다는 건지, 반응들이 보니 ‘그럼 우리 이제부터 한골 넣으면 되지, 우린 할 수 있어’ 이런 자신감이 엿보이는 것이다. 전엔 안그랬던 거 같은데...
그런데 이번에 멕시코-우루과이 전도 보니까 확실히 이번에 우루과이가 예전보다는 좀더 전력이 탄탄해진 것은 사실인 거 같았다. 일단 공격에 확실한 골잡이가 둘셋씩이나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루이스 수아레스의 기가 막힌 추가골이 나왔고 남은 시간은 이제 10분, 이젠 아무래도 한국이 이기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루과이는 경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도 믿을 수 있는, 찬스를 만나면 바로 골로 연결 수 있는 확실한 골잡이들이 있는데
(스페인리그 전 득점왕 포를란 + 네덜란드 리그 현 득점왕 수아레즈),
우리는 한골을 넣기 위해서는 열 번 이상 골문을 두드려야 가능하니 만일에 후반 막판에 다시 동점골을 넣더라도, 그럼 우루과이는 다시 공격을 시작해서 연장전서 찬스 때 골을 넣을 것이고 우리는 다시 십수번 골문을 두드려야 하고 그럼 체력은 어쩌라고, 그러니 아무래도 그게 바로 실력 차이고 우루과이의 강점이자 스스로 '믿는 구석' 이고, 우리에게 아직 모자라는 부분인 거 같았다.
그래도 참 우리나라 잘하지 않았는가, 근데 솔직히 난 도시 당췌 이해가 안된다. 어떻게 피겨 불모지에 김연아 같은 선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고, 프로 축구 경기장이 썰렁한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을 갈 수 있는지, 역시 한국 사람들은 대단해 싶은데 그래도 축구의 바탕은 지역 프로축구 아닌가, 정말로 축구를 사랑한다면, 월드컵 때만 거리로 나오지 말고 꼭꼭꼭 프로축구를 보러갔으면 하는 바램을 다시 한번 가져 본다. 물론 무엇보다 축구 관계자들이 국민들을 K 리그로 끌어 올 수 있는 제대로 된 마케팅과 행정을 해주어야 될 것이고...
언론도 마찬가지... 뭐 다른 분야도 안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축구 기사들 보면 정말... 분석이라고는 없고 감정적인 타이틀만... 라틴아메리카 지방 신문만도 못한 전문성... 게다가 멕시코만 해도 각 공중파 방송사 마다 축구 해설단이 열댓명씩 있어서 그 사람들이 다 둘러 않아 남의 나라 경기까지 싹 다 분석하곤 하는데, 우리의 월드컵 독점 방송국은 그런 거 있나...?
우루과이든 어디든 결코 단지 선수들만 잘해서 축구 강국이 된 거 아니라는 거... 전체적인 저변과 바탕을 쌓아 나가야 한다는 거... 유소년 및 프로축구 활성화와 전문화된 언론에서부터...
아무튼 오늘의 잡담은 여기까지...
p.s.>> 심판 판정 수준 이하... 못 본 거 천지... 전반은 우루과이 억울 (잘못된 오프사이드 선언- 페널티 지역서 핸드링 못 봄), 후반은 한국 억울 (페널티 지역서 발 밟기 등등 상당히 많았던), 내 생각엔 아마 전반에 잘못된 판정에 대한 보상 심리로 후반에 한국에 불리하게 계속 불어댄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아무튼 수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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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8 강 우루과이 - 가나 전 이후 추가 (1 대 1 무승부 후 승부차기 4 대 2 우루과이 승) ]
나름 이번 대회 최고 스타(?)가 되어 버린 우루과이 스트라이커 Luis Alberto Suarez 의 FC그로닝겐 (네덜란드)시절.
사진 출처: http://www.fotolog.com/el_danustone
요즘 시차 적응이 안돼(?) 일찍 일어나는데 아침 7시부터 테니스 두 경기 축구 두 경기,
브라질 멜루의 자살성 골 * 자살성 퇴장쑈 보고 (실은 골키퍼 실수도 컸던 듯) 혈압 어디까지 솟더니
우루과이는 두시간여 경기 끝에 드라마 한편 쓰면서 준결승 가네... 가나 불쌍해서 어떡하나...
사실 경기는 우루과이가 주도해서 끌어가긴 했는데, 첫 골은 가나가 내긴 했지만 포를란의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동점 만들고
경기 종료 직전, 연장 후반 루즈 타임의 루즈 타임 때 축구공이 무슨 당구공 처럼 몇번 튕긴 뒤
우루과이 골대로 들어가는 거를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손으로 팍 쳐내서 막고 퇴장당했는데,
그거 페널티킥을 가나의 기안이 실축... 실축과 함께 경기 종료... 1 대 1 무승부 상태서 승부차기 돌입...
눈시울을 붉히며 퇴장 당하다 물끄러미 뒤를 돌아 봤던 수아레즈는 기안이 실축하자 좋아서 팔짝팔짝 뛰고...
여기 멕시코 TV 말로는 수아레스 골키퍼 해도 되겠다고... 발로 막고 손으로 막고 반사신경이 골키퍼 이상이라고...
진짜 그러고 보니 손으로 막기 전에 발로도 한번 막았다... 최전방 공격수가 골대 안에 들어가 온몸 던져 수비...
하여튼 그러고 나서 승부차기를 하니 김 빠진 데다 아무래도 킥 능력이 우루과이 보다는 떨어져 보이는 가나의 패배...
가나 너무 안됐다...
기안이 계속 다리가 아픈데도 뛴 건데 왜 기안에게 페널티킥을 시켰는지...
하긴 아무래도 그런 상황엔 팀의 간판 골잡이를 믿을 수 밖에 없지만 내가 보기에도 좀 불안했는데...
그리고 어차피 승부차기까지 가면 가나가 불리할 거 같았는데 연장 초반 좀더 공격을 해야 되지 않았는지..
연장 후반부터는 가나가 공격을 좀 많이 하긴 했는데 좀 늦은 감이 있었고,
그래도 연장 루즈 타임 지나 운좋게 들어갈 뻔 한 거를 살신성인 수와레스가 손으로 쳐내고
퇴장, 그리고 페널티킥, 가나가 이기고 끝나는 줄 알았더니 세상에나 그거를 실축...
아무튼 가나는 안타깝게 됐다...
(사진 출처:Javier Garcia Martino / Photogamma )
그런데 나의 불만은 가나도 그렇고 우루과이도 그렇고 꼭 연장후반 경기종료 직전까지 가서 골대 앞에서 이 난장판을 벌여야 되겠냐는 건데... 내가 볼 때 우루과이는 승부차기 가도 좋다고 방심하다 큰 실수했던 거 같고, 가나도 공격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시쳇말로 '뽀록' 찬스를 잡은 거였던 거 같은데, 좋은 공격수들을 가진 팀들이면서 왜 진작에 적극적으로 골을 만들어 나가지 못하고 승부를 질질 끄는지... 그런데 보니까 골대 앞의 둘이, 공을 쳐다보는 자세 자체가 완전히 배구 브로킹 준비 동작이네... 공을 너무 집중해 바라보면 다 저렇게 되는 건가...
아무튼 그 다음 장면은 이렇게 돼가지고, 양손 모아 공을 쳐낸 친구는 당연히 퇴장, (사진 출처: AFP)
그리고 가나는 끝내기 페널티킥을 얻었는데 그것을 하늘로~ 실은 크로스바 맞고 밖으로... 관중석 아프리카 응원단의 탄식과 함께... (사진 출처 : Gettyimages.com)
아래는 백문이 불여일견 신의 손 해프닝 장면 동영상. 뒤에, 처연히 퇴장하던 수아레스가 좋아 펄펄 뛰는 장면이 들어가야 제대로인데~ 그런데 상황 보니 우루과이 수비수들이 완전히 대형 실수한 거를 수아레스가 비호처럼 골대로 뛰어 들어가 장갑 없는 골키퍼로 변신, 발로 한번, 손으로 한번 두골을 막아냈네, 진짜 야신이 따로 없다... 우루과이 수비수들 수아레스한테 엎드려 절해야 될 듯... 그런데 슛 전에 이미 가나의 오프사이드 같기도?
[동영상] 가나 VS 우루과이, 종료 직전 핸들링 PK 상황. 음악 좀 시끄러움
* http://www.youtube.com/watch?v=wn_oYeugGiw
정말 축구는 드라마다...
거기 비하면 브라질은 욕 들어도 싸고... 도대체 뭘 한 건지...
지금 우루과이 완전히 다 뒤집혔겠다... 진짜 몇 십년만의 4 강 같은데...
공중파 TV 에서도 이 경기는 안해줘서 ('~과이'들 경기는 멕시코선 잘 안해주더라고)
이태리 TV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봤는데, 가나 여자랑 우루과이 남자 앉혀 놓고 중계하던데 그 가나여자 안 운게 신기하다...
그런데 경기 도중 우루과이 애 하나가 기절한 거 같던데 (푸실레?), 거기서 스트리밍이 끊겨서
애가 어찌된 건지 모르겠다. 나중 보니 정신 차리고 뛰고 있긴 하던데...
(사진 출처: AP)
(사진 출처: Fotogamma)
사진 보니 푸실레 맞네, 섬뜩했는데 벌떡 깨어나 바로 다시 뛰었나 보네, 나중에 문제 생길 수도 있는데...
월드컵이라 모든 면에서 그냥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다, 진짜로...
어쨌든 포를란 좋겠다... 2002 월드컵 때부터 나왔는데 2006 년 땐 지역 예선 탈락해 나오도 못하고...
이젠 노장급인 아브레우도 교체멤버로 나와 승부차기 마지막 킥 성공시키고...
아브레우 별명이 '미친 놈 (el loco)' 인데, 멕시코 프로팀에서도 오래 뛰었는데 페널티킥을 칩 슛이라 하나,
살짝 넘기 듯, 속이듯 차는 슛을 잘한다. 여기선 주로 파넨카 (Panenka) 페널티라고 하는데...
아무튼 이번 이 살 떨리는 승부차기서도 그런 식으로 차니 멕시코 TV 왈, "El loco es loco = 미친 놈(아브레우)은 역시 미쳤어".
참 2002 년 월드컵 땐 그때 부산서 우루과이 경기 봤다. 우루과이-프랑스 경기... 지단도 나오고 레코바도 나왔던~
참 재미없었던 경기... 0 대 0 으로 끝난...
아무튼 가나는 너무 안타깝게 된 듯...
그런데 우루과이는 전에도 뭔가 이상한 이런 짓을 좀 했던 거 같은데,
경기 끝나기 직전 이상하게 튕겨 들어가는 골을 급한 김에 손으로 쳐 내고 울면서 퇴장하고 이런 거 본 거 같은데
그게 '~과이' 나라들 아니면 안 나올 상황인 거 같은데 사실 뭐 남미 축구 보다 보면 별 상황이 다 나온다...
손으로 쳐내는 것도 당연 나온다. 수단 방법 가리는 게 어디 있는가? 사생결단 축구가 남아메리카 축군데...
남미 애들이 축구를 즐기면서 한다고? 글쎄, 걔들에게 축구는 전쟁이고 생존의 수단인 것을,
그래서 코파 아메리카랑 프로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등등 보면 별 일이 다 생기고
게다가 우루과이 보면 골대로 들어가는 공을 수비수가 따라와 차내고 쳐내고 이런 거 많이 하더라고...
워낙 공격이 강한 두 나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늘 상대하다 보니 수비수들이 골대 안에 들어가서 온몸으로
육탄 수비 하는 건 기본이고... 그러다 보면 본능적으로 손이 나가기도 하고...
아무튼 얘네 '과이' 나라들 축구 하는 것도 보면 나름 눈물 겹다... 온몸 던져 필사적인 처절한 축구...
물론 오늘은 가나가 더 눈물 겹게 됐지만...
아무튼 케이블 스포츠 채널들이 지금껏 계속 앉아서 브라질 욕하고 내일 아르헨티나 경기 어찌 될까
얘기하다가 지금부터 우루과이 얘기로 도배를 하기 시작하는 듯...
우루과이 지금쯤 한참 춥겠다, 다들 마테차 마시며 열광하고 있겠네...
안그래도 축구에 완전히 미친 나라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을 듯... 나도 마테차나 마시자... 몸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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