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에 대해서는 전 대한민국이 24 시간 연속 방송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테니 나는 일단 2 등한 아사다 마오와 그 코치 얘기부터 조금 하자면…
아사다가 쇼트 음악으로 썼던 하차투리안의 가면 무도회(왈츠), 이거 내가 좋아하는 곡인데, 아사다가 쇼트에서 쓰는 연주는 너무 무겁달까, 안 어울린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동안 실수 연발, 경직된 경기만 보다가 이번에 제대로 잘 하는 거 보니 그 쿵짝짝 하며 울리는 음악이 극적인 표정이나 희로애락 표현이 모자란 편인 아사다의 빈 안무 공간을 음악이 잘 감싸주는 것이다. 그걸 보니 역시 보는 눈이 다르긴 다르구나 싶은 게 아사다 코치가 타라소바라고 유명한 러시아 코치다.
야구딘, 쿨릭, 지난 번 올림픽 여자 싱글 우승한 아라카와도 올림픽 직전까지 이 아줌마 코치의 지도를 받았고, 그런데 이 코치가 참 놀라운 게 싱글만 지도한 게 아니라 아이스 댄싱인가 페언가? 아이스 댄싱이었던 거 같은데 하여튼 한참 잘 나갈 때는 종목을 불문하고 잘 하는 선수들 옆에는 이 코치가 항상 거구의 몸을 이끌고 앉아 있어 혀를 내둘렀었다. 남녀 싱글과 아이스 댄싱은 완전히 다른 피겨 세계라 볼 수 있는데도...
그런데 이번에 아사다를 맡아서 고생하는 듯싶더니 어쨌든 은메달리스트로 만들어 놓았다. 내가 볼 때는 은메달을 따게 만들어 준 것만 해도 가히 ‘타라소바 매직’ 이라 할 만 한 거 같은데… 그리고 끝까지 자기 제자를 감싸는 것도 자기 직무에 충실한 거고…
아무튼 일본은 이번에 여자에서 은메달, 무엇보다 남자에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메달, 그만하면 됐지 솔직히 4 년전 아라카와가 우승한 건 정말 의외 아니었나, 운도 상당히 따랐고, 그런 마당에 일본이 여자 싱글에서 2 연패를 하겠다고 하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던 거 같은데 그 나라도 참 엄청 부담 주는 거 같다는... 아시아 동쪽 나라들의 공통점인지... 아무튼 대신 아시아의 선수가 올림픽 여자 싱글을 연패한 셈…
야구딘과 타티아나 타라소바, 꽤 옛날 사진 같은데....
출처는 http://www.maths.tcd.ie/~daria/skaters.html
이거는 올림픽 전인 거 같은데... 하여튼 이 무렵 피겨 대회 보면 메달리스트 옆엔 종목 불문하고 이 아줌마가 앉아 웃고 있었다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김연아에 대해 내가 늘 느끼는 것은 도대체 저 발레리나 몸으로 어떻게 강하게 도약해야 하는 피겨를 저렇게 잘 할 수가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는… 북미 선수들 몸 보면 전부 헬스 선수 아니면 육체미 선수 같지 않나, 그게 다 피겨에서는 또 좀 힘이 받춰 줘야 게임이 되서 그런 건데… 그래서인지 김연아가 쇼트는 늘 완벽했지만 체력적으로 딸리는 롱 프로그램 (프리) 에서는 항상 조금씩 실수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실수 없이 끝낸 거 보고, (오히려 쇼트에서 스텝이 한번 삐끗)
그 체력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올림픽 전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었을지 상상이 갔다. 그래서 프리 경기 끝나자 마자 눈물을 보인 거겠지… 그 완벽한 연기를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싶어서… 노력한 만큼 결과가 그대로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러니 김연아는 이제 행복하게 살고, 피겨를 계속 하든 않든 자기 맘대로 원하는 대로 살고, 아사다 마오는 금메달이 아쉬우면 계속 은반에서 노력하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싶은… 미국의 타라 리핀스키가 올림픽 금메달 딸 때 나이가 15 살이었나 그랬는데 금 따니까 그 어린 나이에 가차없이 은퇴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저게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
그리고 외적인 얘긴데 내 개인적으로는 고난도 점프에 대해서는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 남자의 쿼드러블 (4 회전)이나 4-3, 혹은 4-3-2 에 대해서는 당연히 점수를 더 줘야 되고, 여자의 트리플 악셀 (3반) 의 경우도 지금 제대로 구사하는 선수가 거의 없는데, 제대로 하는 선수에게는 점수를 더 주고 새로운 기술이나 구성을 시도하는 선수에게는 또다른 점수를 주는 등 다양화를 하는 게 인기가 점점 떨어지는 피겨계를 살리는 길이라 본다.
다만 동일선상에선 남자의 경우 기술과 파워 우선으로, 여자의 경우는 아름다움을 우선으로 채점을 해야할 거고... 그게 남녀 경기의 차이고.. 또 그게 원래 기준인 걸로 알고 있고... 남녀 세부 점수를 각각 다르게 채점했으면 싶기도 한데 하여튼...
그런데 그럼 김연아도 트리플 악셀을 뛰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그거는 아니다. 김연아는 이미 3-3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게 3 악셀을 할 필요는 없다.
여기 멕시코 해설자들까지도 딱 얘기하는 게 김연아가 3-3 을 뛸 때 전혀 속도가 죽지 않고 그 속도를 유지하다 점프해 올라간다고, 저런 질 높은 점프는 다른 선수들에게서 찾기 힘들다고, 그게 김연아의 수준을 보여주는 거라 하는데 그런 판에 뭐하러 3-3 을 포기하고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겠는가. 그럼 3-3 도 뛰고 트리플 악셀도 뛰면 되지 않냐고?
김연아가 그 발레리나 몸매로 3-3 을 그렇게 완벽하게 뛰어 오르는 것만도 신기해 죽겠는데 그거 뛰는 데 힘을 확 소비한 뒤 나중에 또 트리플 악셀까지 시도하라고? 누구 죽일 일 있나, 그럼 점프에 체력이 다 딸려서 경기 후반에 스텝이고 스핀이고 내 실력대로 마음껏 구사할 수가 없다. 점프 위주로 경기하는 선수들이 안무가 좀 모자란 건 다 그런 이유라고.. 체력 문제를 무시할 수가 없다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거라…
3-악셀은 예전에 키 작고 땅땅하던 이토 미도리란 선수가 아주 잘 구사했는데 아무래도 키가 작고 힘이 좋으면 점프에는 유리한 법.
김연아 만은 못해도 몸선이 가늘고 길고 날씬한 편인 아사다 마오가 현재로서는 이 3 악셀을 구사하는 유일한 여자 선수이고 이번 올림픽서 쇼트에서 한번, 프리에서 두번 세번을 성공시킨 것은 최초라고 여기 멕시코 방송에서도 아주 높이 사는 평가를 하더라. 역사적인 연기였다고... 비록 실수를 했고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아무튼 까딱하면 무릎이 나갈 수도 있는 이 괴로운(?) 기술을 끝없이 시도 하고 노력하는 거 그거는 인정해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 기억엔 김연아도 그런 소릴 한 적이 있었다. 같은 피겨 선수들끼리야 더 잘 알겠지....
그런데 아사다의 경우는 점프시 몸이 먼저 돌아가는 자세의 문제가 있는데 이번에 올림픽 때 세번의 트리플 악셀 땐 허용 범위 안에서 성공했다고 본다. 심판도 인정했고... 다만 프리에서 3 회전에서 몸이 먼저 돌아가는 게 확연하게 보였고 프리 막판에 체력이 떨어져선지 두번 정도 실수를 했는데 실수를 안했더라도 앞선 김연아가 이미 실수없이 경기를 마쳤기 때문에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으리라 본다. 다만 본인으로서는 실수를 하고 끝냈다는 게 아쉽겠지... 3 악셀을 두번이나 뛴 뒤라 아마 체력적으로 막판에 힘들었을 듯...
그러니깐 점프에 집중하면 안무가 줄어들고 안무를 많이 넣으면 점프가 흔들리고, 둘다 잘하는 김연아의 경우가 신기한 거지 선수들 입장에선 어느 한쪽에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하여튼 이번 올림픽, 플루센코하고 김연아 아니었으면 남녀 싱글은 제대로 안 보고 말았을 거 같은데 일각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좀더 다양한 연기를 하는 다양한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
우연히 북한에서 공연하는 야구딘 동영상을 봤는데 러시아 농민춤 같은 거 하던데 8 년 전에 금메달 따고 관절부상으로 은퇴하고 아이스쑈 하고 있는 그 야구딘이 그냥 바로 올림픽에 나와도 등수 안에 들거 같이 잘 하더라고… 지금도 3 회전 정도까지는 매끄럽게 하는 거 같던데… 이번에 우승한 미국 선수보다 더 매끄럽더라고… 간만에 봤는데도 내가 왜 야구딘을 좋아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여튼 이제 피겨도 그만, 올림픽도 그만, 내 생활로 돌아오자… 그런데 아카풀코에서 하는 ATP 테니스 대회 거의 전경기 해주고, 두바이 ATP 도 계속 중계해 주고 있다… 한동안 TV 볼 게 없어 음악만 들었는데 스포츠 중계가 너무 많아 어제 멕시코 축구팀 친선경기는 하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어제 전기요 위에 누워 졸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렸던 박수소리가 그거였구나... 볼리비아를 5 대 0 으로 이겼다는 거 같았다...
P.S.>> 갈라쑈 보고나서 : 김연아 그야말로 한떨기 꽃 같았다, 조금 실수가 있었지만 이 타이스의 명상곡 갈라, 빙판의 발레리나 다운 연기였다... 빙판의 오필리어는 어떨까... 물 위에 꽃잎처럼 떠내려가던 오필리어 생각도 나던데.... 여기 멕시코 해설자도 어찌 저리 아름다울 수 있냐고 감탄... 한마리 비둘기라고... terra TV 에서는 왜 그녀가 최고인지 보여주는 퍼포먼스라고...
플루셴코 : " 나는 아파요" 인가 "나는 마음이 아파요" 인가 하는 제목의 (Je suis Maldade) 프랑스 샹송을 배경에 깔고 고난도 점프라 갈라에선 잘 안 뛰는 3-악셀에다 몸부림 치는 듯한 스텝 등등으로 빙판에 쓰러져 뒹구는 동작으로 마치고 나니 멕시코 캐스터 왈, "온 몸으로 멧세지를 던지고 있네요, 누가 진짜 금메달리스트인지" , 그리고 다시 남자 싱글 결과를 비꼬기 시작~ 그런데 나머지 두 해설자 진짜로 감명 받았는지 한동안 말을 잃고 있다 갑자기 "저런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이는 없어요, 유일해요! "
아무튼 지난 올림픽 때 바이얼리니스트와 실황 라이브 등 원래 갈라에서 꼭 한 건씩 하는 쑈맨십 강한 선수인데 이번에는 또 다르게 끼(?)를 발휘해서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속상해서 마음도 아프거니와 몸도 아파 보임... 이래저래 " 이봐 당신들 나 아픈데 4회전까지 뛰는 거야, 나라도 도전을 해야 뭔 발전이 있을 거 아냐, 답답해서 지금은 마음이 더 아파 !! " 하고 외치는 거 같은데 그렇다고, 아예 대놓고 '나 아파!' 하는 노래를 들고 나올 줄은 몰랐다. 곡 골라내는 재치도 재치거니와 곧 죽어도 할 말은 하고 살겠다는 배짱이 느껴진다는...
그런데 이번 갈라에서 라이사첵은 지난 시즌 프리곡의 엔딩 부분, 거시윈 랩소디 인 블루를 그대로 썼는데 그 프로그램이 그에게 더 잘 어울렸던 듯... 하지만 terra TV 의 동영상에 녹음돼 나오는 아르헨티나 캐스터 말로는 Injustamente 하게 (공정하지 못하게, 혹은 편파적으로) 플루셴코 목에 걸릴 금메달을 벗겨버린 라이사첵의 연기라고... 여기 캐스터들은 아주 대놓고 이번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라이사첵을 계속 공격하는데 올림픽 전부터 미국이 심판 로비와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것 때문에 더 그러는 듯...
(여자 싱글과 갈라쇼 동영상은 아래 주소 terra TV 의 동영상 코너에... 스페인어권은 저작권 법에 그리 빡빡하지 않아서, 여기 Terra.com 에 들어가면 별별 동영상이 다 나온다... 다만 전부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스페인어 못 읽는 분들은 뭐가 뭔지 좀 헷갈릴 듯... )
[Terra TV 벤쿠버 올림픽 피겨 동영상 메인 페이지]
http://terratv.terra.com.mx/Deportes/Vancouver-2010/7621/Patinaje-artistico.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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