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채플린은 천재다! 영화 Monsieur Verdoux
이미지 출처: http://www.dvdbeaver.com/FILM/DVDReviews17/monsieur_verdoux_dvd_review.htm
무슈 베르두 (한국 개봉 제목: 살인광 시대47) 이거 채플린의 후기 작품으로 여자들을 골라 죽이는 연쇄 살인마 이야기라서 비판도 많이 듣고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니 이것도 걸작이다! 줄거리도 괜찮을 뿐 아니라 살인광 역할을 하면서도 웃길 때는 너무 웃기는 천재적인 코메디 연기가 빛을 발하는데 목소리 시끄러운 골빈 여자 보네 부인을 살해하려고 몇번이나 시도하다가 돌발적인 상황 때문에 실패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간만에 큰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그리고 사람 죽이고 기계처럼 돈 세는 장면…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줄거리는 생각해 볼만한 멧세지를 담고 있다. 은행원이었던 베르두는 대공황으로 실직하게 되자 신분을 속이고 돈 많은 여자들을 꾀어서 결혼한 뒤 살해하고 돈을 가로채는 연쇄살인을 시도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신 불구의 아내를 끔찍하게 아끼고, 꽃 한송이도 소중히 키우고, 채식주의자일 뿐 아니라 불행한 상황에 빠진 불쌍한 여인을 사심 없이 도와주기도 한다. 결국 베르두는 히틀러가 등장할 시기에 앞서 말한 골빈 여자 보네 부인을 살해하는 데 실패해 꼬리가 밟히게 되는데, 당당하게 스스로 체포되어 법정에 서서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제가 먹고 살기 위해 사회에 도움도 안 되는 여자들 몇 명을 죽인 것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폭탄을 떨어뜨려 무고한 아이들과 여성들을 학살하는 것 중에 어느 게 더 나쁜 일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사람 죽인 덕에 엄청난 부를 차지하는 무기 공장들은 또 어떻구요?”
이 영화 때문에 채플린은 미국 사회에서 더더욱 빨갱이로 몰리고, 결국 추방되게 되는 데 일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글쎄 아니 채플린이 평화를 이야기하고 전쟁의 문제점을 꼬집는 게 왜 빨갱이와 연결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매카시 선풍 직전의 미국은 그랬다고…. 뭐 한국은 아직도? 아니길 바라며…
다른 각도에서 채플린이 이중으로 비판을 받았던 것은 그의 사생활과 영화 속의 멧세지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인데 무슨 소린고 하면 채플린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부자들을 비판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는데 그 자신은 성공 이후 계속 ‘부자’ 로 살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끝내주는 여성 편력까지… 그런데 사실, 어려서 끔찍하도록 가난에 시달려 굶어 죽다시피 한 엄마를 바라봐야 했던 채플린에게 늙어서까지 가난하게 살라는 건 좀 잔인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는 행동하는 사상가도, 정치가도 아닌 그저 예술가이자 엔터테이너였을 뿐인데, 사상과 행동의 일치까지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았을지... 예술의 장르 안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입장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많은 일을 한 건 아닌지… 무슈 베르두가 말하는 군수업체의 문제도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제가 아닌가? 무기 장사에 희생된 사람들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을 텐데…
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주로 행동, 따로 이상 따로 로 살면서도 남한테는 행동과 사상의 일치를 지나치게 강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차없이 비판을 하기 좋아하는 거 같다. 그런데 모두가 체 게바라처럼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내 생각에는 내 밥그릇만 챙기는 거 외에 다른 사람이나 이 세상을 위해 뭐 한가지만 해주고 살아도 아주 잘 산 거라 보는데 그런 면에서 채플린은 할 만큼 했다 싶다.
아무튼, 내가 채플린의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모던 타임즈지만, 참 하나 버릴 게 없게 모든 작품이 괜찮은 거 같다. 아무튼 무슈 베르두,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요즘 시각에서 봐도 웃음을 일으키는 채플린의 슬랩스틱 연기, 유성 영화 시대가 시작될 때 앞으로 영화속에서 대사를 해야 한다는 것에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더니 내 생각엔 목소리도 좋은 거 같은데… 참 그런데 이 영화 대본의 원안은 오손 웰즈가 썼다 한다. 역시나, 천재들의 만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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