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와 서민 소녀의 신데렐라 스토리 보다는 기성세대의 고루한 계급 편견을 극복하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에 촛점을 둔 대만판 꽃보다 남자 '유성화원(2001)' (사진을 누르면 주제곡 동영상으로)
멕시코로 돌아가는 확정 서류를 내려 서울에 갔는데 중국어 선생님을 하는 친구 집에서 머물렀다. 덕분에 어쩌다 요즘 장안의 화제였던 꽃보다 남자 얘기도 나왔는데 예전에 MBC에서 새벽 1시쯤 해줬던 대만판 꽃보다 남자 인 ‘유성화원’ 얘기를 꺼냈더니 중국에서 그 DVD 를 사왔다고 틀어주는 게 아닌가.
한글 자막도 없고 엄청 긴 드라마인데 뭐 재미있을까 했는데 아니, 중국어 모르는 내가 대충 봐도 이게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세상에, 저렇게 재미있는 드라마를 리메이크 하면서 이렇게 수준미달로 만들 수도 있다니, 우리나라 드라마계는 각성해야 되는 것 아니겠는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꽃보다 남자’ 는 일본 만화가 원작인데 그걸 처음으로 드라마로 만든 게 대만의 ‘유성화원’ 이었다. 나는 그때 멕시코로 가기 전 밤늦게까지 이 일 저 일 할 때 새벽에 공중파 MBC에서 이 드라마를 늦게까지 해주길래 졸음 방지용으로 그냥 틀어놨었는데 손으로는 컴퓨터를 치면서 곁눈질로 가끔 보이던 드라마가 뭔가 매력은 있는 듯 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드라마 자체가 굉장히 잘 만들었다는 게 한눈에 보이는 것이다.
장소를 이동할 때 그 장소를 알려주는 원경샷을 잡은 뒤 실내 장면으로 넘어가는 등 초 저 예산 드라마인 것이 한눈에 보이지만 그런 한계를 뛰어난 연출력으로 극복하는데, 끝없이 울리는 각종 OST 노래 대신 잔잔한 기타와 피아노 음악과 그 또래의 감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풋풋한 신인 배우들을 스피디한 전개와 재치있는 대사로 감싸 안는 그 능력이 대단했다.
내용은 ‘잡초’ 라는 뜻의 ‘산차이’ 라는 이름의 서민 집안 여자 아이가 상류층 자제들을 위한 대학교에 들어가 대재벌의 아들이자 F4 멤버인 ‘따오밍 스’ 의 괴롭힘을 당하다가 오히려 따오밍 스를 변화시키고 따오밍 집안의 반대를 F4 친구들의 우정과 도움을 통해 극복해 둘 간의 사랑을 지켜나간다는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 물이다.
원작이 일본 만화라 집단 이지매 등 문제될 부분이 있지만 한국판과는 달리 그런 부분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산차이와 따오밍스 둘의 그야말로 풋풋하기 짝이 없는 청춘의 예쁘디 예쁜 사랑과, F4 의 따뜻한 우정에 초점을 맞춘 유성화원, 과연 우리는 이런 드라마를 만들 능력이 없는 건지, 시청률에 연연하여 능력이 됨에도 돈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인지, 8년 전에 만들어진 대만 드라마를 보며 드는 복잡한 단상이었다.
사진 출처: www.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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