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시네마·문화 Cine y cultura

발라드 오브 잭 앤 로즈 (감독 레베카 밀러)

alyosa 2008. 2. 25. 19:35

갈수록 관심이 없어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이지만 이번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수상이 유력하다기에 그 장면만 봤는데 그 김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 얼굴만 보고 베네수엘라서 사왔던 DVD <발라드 오브 잭 앤 로즈>에 대해 쓰자면 (스페인어 제목은 Nunca te dejare : 절대 널 놓아주지 않겠어 혹은 절대 널 버리지 않겠어란 의미),

 

이자벨 아자니같은 지성을 겸비한 절세 미녀의 구애도 마다한 채 독신을 고집하던 이 잘난 아일랜드 계 영국 배우를 매혹시킨 레베카 밀러, 즉 아서 밀러의 딸이자 데이 루이스의 아내가 감독한 영화인데 내용이 상당히 특이하다. 무인도나 다름없는 미국의 어느 섬에 히피 운동가였던 잭과 그의 어린 딸 로지가 살고 있는데 나이도 들 만큼 든 이 잭 (다니엘 데이 루이스) 의 꿈은 문명에 때묻지 않는 생태 공동체를 만들어 히피 운동의 정신을 잇는 것이었지만 현실의 벽은 냉혹해서 그의 아내마저 그 꿈을 버리고 떠나버린 섬에서 공주처럼 이쁜 딸 로즈 (카밀라 벨) 하나 키우는 맛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 로지가 사춘기를 넘어 여자로 커가야 할 시점이 되자 그 역시 한계에 부닥쳐 버린다.

 

그래서 여자 친구와 그의 가족들을 데리고 와 함께 가정을 꾸려볼 생각도 해보지만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선 전기도 자가 발전으로 충당하는 이런 미개한 (?) 섬에서의 생활이 행복할 리가 없고, 어린 딸 로지에 대해서는 아버지로서의 그 집착이 지나치다 못해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해 버려 다른 남자들의 관심이나 추파를 눈 뜨고 지켜보지 못하니 이제 그 자신의 마음마저 감당할 수 없게된  잭은 사면초가에 빠져드는데....

 

아름다운 영상이나 배우들의 호연에 비하자면 솔직히 나는 이 영화의 멧세지는 좀 모호하다고 생각이 된다. 이상주의적인 히피 운동가 잭의 꿈에 촛점을 맞추던지, 아님 잭과 로지의 금지된 사랑에 촛점을 맞추던지 한가지를 택했어야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느낌을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잭과 로지의 입장에 공감이 가게 해준 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명연기와 신비로운 소녀 로지 역의 카밀라 벨의 묘한 분위기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 한쪽 귀에 귀걸이를 걸고 연체동물처럼 비쩍 마른 몸으로 실패한 늙은 히피 운동가를 연기하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 때까지도 한쪽 귀에 귀걸이를 걸고 있는데, 이 영화서는 좀 늙어 보이던 그가 다시 한번 트로피를 거머쥔 아카데미 시상식 때는 달뜬 소년 같아 보이니 어쨌든 참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부럽다 레베카 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