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여행기 Mis escritos

<라틴음악기행: 음악으로 만난 중남미 (천의무봉)> 를 쓰면서, 끝내면서

alyosa 2016. 9. 28. 00:19


1.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

나의 세번째 책 <라틴음악기행: 레게, 삼바, 보사노바, 트로바음악으로 만난 중남미 (출판사:천의무봉)>   지난 추석 직전에 출간되었다. 너무 오랫동안 힘들게 쓴 책이라 처음 원고를 다 끝냈을 때는 자꾸 눈물을 흘리면서 며칠동안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이후 에 원고의 수정과 편집 과정도 짧은 게 아니었다. 특히 사진이 많아 그 수정과 정리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일본에 가서 불편한 호텔 의자에 앉아 밤을 새며 원고를 수정하고 미리 예매를 했기에 바꾸지도 못하고 도쿄돔에서 야구 보고 온 날 밤, 마지막 수정본을 넘겼는데 어쨌든 이후 출판사에서 책을 멋지게 뽑아주어서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 지긋지긋한 책을 끝내면 나에게도 해방이 다가와 드디어 남들처럼 제때 밥 먹고 저녁이나 휴일에는 여유롭게 TV도 보며 쉬고, 친구들도 만나 수다도 떨고, 그렇게 꿈꿨던 행복하고 정상적인 삶을 누릴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가 않다. 제일 먼저 간 곳은 목 디스크 치료를 위한 병원이요 병원에서 제시하는 치료를 다 받을 시에는 인세로 받은 원고료로도 모자랄 판이요 그래서 이미 망가진 척추를 그냥 안고 살아가려면 어차피 '행복할 수만은 없거니와 그동안 일에 치여 히스테릭해진 성질머리는 정상적인 감정 상태로 돌아오기 힘들겠으니 역시 뭐 하나 이루는 것에는 대가가 다 있는 거구나 싶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런 푸념들도 다 배부른 소리인 것을, 여기까지 내 인생을 이렇게 책으로 정리할 수 있는 행운이 아무에게나 오겠는지, 그간 피 말리게 노력했던 나 자신에게 먼저 수고했다한마디 해야겠지만 남다른 기회를 내게 준 세상과 하늘과 사람들에게 더 많이 감사해야 할 것이다.

2. 책 내용의 정리와 뒷 이야기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내 스스로 가서 머물고 공부했던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체험과 여행을 <우리들 꿈꾸는 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화예술기행(2009)>에서 이미 정리를 했고, 이후 국비 장학생으로 이전과는 약간 다른 입장에서 멕시코로 리턴해 또 방학마다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 2009년부터였다. 그리고 2012년 연말에 공부를 끝내고 귀국했기에 이 시기 체험과 여행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생각되었다.   

그래서 에콰도르, 콜롬비아의 마그달레나 주, 코스타리카, 다시 간 쿠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이 시기에 간 여행 이야기와 산 넘고 물 건너며 찍었던 소중한 여행 사진들, 또 멕시코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글을 쓰고자 했는데 음악기행으로 방향을 잡게 된 것은 2011년부터 멕시코에서 음악 전공자로서 나의 정체성을 되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큰 음악 활동을 한 건 아니지만 다니던 이베로아메리카 대학교에 출강하는 음악 교사들, 그들의 제자들 등과 교감하면서 음악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게 되었고 이전까지 열심히 모아 놓기는 했던 라틴아메리카 음악 악보들과 자료들의 먼지를 떨어내면서 나의 여행기의 방향을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음악 지식과 교차되는 '여행기 + 라틴 음악 안내서'로 잡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후로 학기 때는 한국에서 강의를 했지만 방학이 되면 음악과 관련된 나라를 돌고 멕시코로 돌아가 음악 자료를 수집하고 미니 콘서트 등 소규모 음악활동도 계속했다. 그래서 책을 위해 필요한 나라라 생각된 자메이카나 푸에르토리코를 갔다가 마이애미를 거쳐 멕시코로 가 멕시코에서 또 책에 필요한 장소들, 예를 들면 실비오 로드리게스의 노래 <나비들 Mariposas> 과 관련되는 장소인 나비 순례지 같은 곳에 다녀 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1년 내내 쉴 틈이 없었고 또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멕시코 정부에서 주는 장학금을 타려고 온갖 서류를 다 쓰고 하다 보니 사는 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1년 중 4개월을 멕시코나 그 주변국에 있다 보니 내가 귀국을 한 게 맞는지 내가 지금 멕시코에 사는 건지 한국에 사는 것인지 나도 헷갈리고 친구들도 헷갈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배멀미하며 찍은 발데스 반도의 고래가 아르헨티나 파트의 메인 사진으로 들어갔다.

 3.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사실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의 '삶'에 관한 것이다. 카리브 해 지역을 예로 들자면 삼층 빛깔의 카리브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나처럼 뻣뻣한 사람도 절로 몸이 흔들리게 신나고 즐거우며 길을 잃고 헤매는 외국인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서 도와줄 만큼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도 아름답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이해가 되지 않게 불공평하다. 극단적인 가난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그들에게 미래란 없다.

그 나라의 정치가들의 책임이라며 욕하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단기의 임기로 선출되는 정치가들이 근원적인 변화를 꾀하기에는 쉽지가 않아 보인다. 1492년 콜럼버스의 도착 때부터 빼앗기는 사람들은 계속 빼앗기고 부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계속 더 부를 쌓아가는 시스템이 시작되었으니 이미 오백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되어 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불평등한 모습들을 보며,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람다운 마음씨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보며, 그러한 한계를 극복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쓰는 이들도 보며 우리 모두 사람다운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할지 함께 고민해 보게 되는 땅이 라틴아메리카였다.

그게 음악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냐고 한다면 음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세상 모든 이들이 다 함께 감동할 수 있는 곡’이라는 것을 떠올려 보고 싶다. 모짜르트의 선율에 감동을 느끼는 것에는 언어도 국경도 국적도 피부색도 상관이 없다. 그래서  음악은 소통이고  연대이며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 칭송된다. 세상이 음악처럼 소통되고 연대하며 서로 위해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이상향'이 되는 것이기에 우리 모두 음악의 상태를 동경하는 것이다.  

토마스 모어나 호세 마르티가 꿈꾼 완벽한 사회나 이상적인 세상은 아니더라도, 삶이 힘겨워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줄어드는 미래를 꿈꾸며, 나의 흔들려만 가는 이상주의는 적어도 아직까진 살아 남아 있다, 마치 음악처럼.

 






이베로 아메리카 대학교에서 짬짬이 찍은 사진들도 유용하게 쓰였다.

카혼 사진의 모델은 이베로아메리카나 대학교의 타악기 선생이었다가 지금은 프로 밴드의 드러머를 하고 있는 페르 에르난데스. 책에 찬조 출연(?)한 친구들이 많다.

  


겉표지와 속표지는 브라질 페르남부쿠 주의 올린다, '그리움 (Saudade)'이 그대로 전해지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