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3월 25일, 26일에 구스타보 두다멜과 LA 필하모닉 내한 공연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다. 이런 저런 연유로 첫날 25일의 오픈 리허설과 말러 6 번 연주 공연을 봤다. 리허설에서 두다멜은 1 악장을 지도하면서 타악기 음향이 잘 들리는지 1층 객석 중간에 한 관계자를 앉혀놓고 체크를 했는데 오픈 리허설에 초대되어 온 학생들의 자리가 두다멜의 말을 듣기에 너무 거리가 멀었다. 음악도들에게 리허설을 오픈하는 것은 지휘자가 어떻게 지도를 하는가를 보고 들으며 배우기 위함인데...
아무튼 두다멜은 연습에서 생각보다 카리스마 있고 강단있게 단원들을 리드했고 키는 작지만 어깨빨은 좋아 보였다.
이날 연주곡은 거대한 나무 망치와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안단테-스케르코 악장과 1 시간 반에 다다르는 긴 연주시간으로 유명한 말러 6 번 교향곡 ‘비극적’이었다 . 두다멜은 느린 악장의 기본 템포를 늦게 잡는 편이라 분명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그리고 나는 이 작품이 분명 고대 그리스의 디아니소스의 비극 축제처럼 ‘축제’에 가까운 곡이라 생각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여기 저기 평론에 다 ‘참으로 암울한 곡’ 이라 쓰여져 있다. 내 생각엔 “별로 안 암울한데?” 싶은데 권위있는 평론가들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래서 개인 강연에서는 그냥 ‘축제 같은 비극’ 이라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두다멜의 말러 6 번은 역시 어둡지 않았다, 감정의 소용돌이, 감정 정화의 비극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연주는 1 악장 시작하자마자 뭔가 좀 삐끗하면서 악기들의 소리가 엉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후로는 상당히 좋았다. 2악장에 안단테 악장을 배치했는데 나는 두다멜의 특기가 느린 악장에서의 결코 서둘지 않는 인내력이라 본다. 그런데 역시나 이 안단테 악장에서 아주 천천히 끈질기게 한발 한발 클라이막스로 나아갔다가 또 천천히 다시 내려오곤 했다. 이 안단테 악장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고 스케르초 악장은 뭐 그럭저럭, 4 악장은 원곡 자체가 감정의 소용돌이로 왔다갔다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나무 망치를 두번 내려쳤다. 버전에 따라 3 번 내려치는 경우도 있다.
무대가 좁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멀리서 들리는 느낌을 주려는 건지 대형 카우벨 등 일부 타악기가 무대 밖에 배치되어 있어 타악기 주자가 무대 옆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이 끝날 때는 거의 1분간 모든 연주자들이 부동 자세로 마치 영화 필름이 멈춘 듯 가만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리고 그 여운이 인상적이라 다들 박수를 치지 않고 한참을 그냥 있었다.
신성한(?) 말러의 대곡을 연주했으니 그 여운을 깨지 않게 앵콜도 없었는데 내가 조금 놀란 것은 두다멜의 뒷통수가 상당히 카리스마 있더라는 것이다. 물론 조금 짧게 자른 머리의 뒷통수가 카리스마 있다는 것은 아니고, 뒤에서 바라보는 팔 동작이나 가끔씩 옆으로 돌려서 보여주는 옆모습 등 비쥬얼 면에서 굉장한 매력을 내뿜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연주 시작 직전에 관계자가 나와 지휘 보조대를 치우면서 ‘두다멜은 암보로 연주한다’ 는 것을 암암리에 공표하던데 어쨌든 대중이 좋아할 만한 카리스마를 지녔구나 싶었다.
어쨌든 참으로 오랫만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좋은 음향으로, 말러의 대작을 잘 들었다 싶다.
(그날 만났던 음악도들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제군들 다들 반가웠습니다, 좀더 훈훈한 분위기의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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