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Mexico

2004년 11 월 멕시코에 도착해 소칼로와 카테드랄에서

alyosa 2008. 4. 8. 04:00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2004 년 11 월 멕시코 막 도착해서 며칠 뒤 쓴 글 예전 망해버린 네띠앙 게시판 백업해 둔 거 이제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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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소깔로의 일요일,  멕시칸들의 일요일 ■DATE=20041130043131

며칠이 지나니 이 번잡스런 소깔로 광장 주위도 서서히 익숙해져 갑니다. 오늘 일요일 아침, 대림 첫주인가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처럼 청명한 날에 사람들이 예쁘게 장식한 초를 많이 들고 다니더군요. 성당에 갖고가는 대림 초인 것 같았습니다.

 

소깔로 광장에는 멕시코에서 제일 크다는 카테드랄이 있는데 스페인 세비야의 대 성당을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라틴식 카테드랄이었습니다. 오늘 세례식이 있는지 어린 아기들에게 하얀 옷을 입혀서 다들 안고 가더군요.

 

그리고 세례식과 별도로 주말 미사가 있었는데 초도 켜 놓고 성가대 음악도 엄숙한 전형적인 대성당 미사였습니다. 미사에 가면은 좋은 게  하나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인사하는 대목. 저는 성당 구경도 할 겸 파이프 오르간과 성가대의 합창 감상도 할 겸 미사드리는 사람들 옆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엉겁결에 멕시칸들의 따뜻한 인사와 악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성당들은 백이면 백 다 비슷하고 진짜 일반인들의 미사를 구경하려면 뒷골목에 있는 작은 성당에 가는 게 낫습니다. 오늘도 대 성당 뒤의  Iglesia nuestra senora del pila la ensenanza  에 갔는데 아담한게 성당도 마음에 들었고 오르간이 없어 기타를 쳐서 노래를 하더군요.

 

어쨌든 성당은 성당이고,  일요일에 소칼로는 멕시코 시티 사람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인디헤나 전통춤을 추는 공연단들, 브레이크 댄스를 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소칼로 주위 카테드랄의 벽면에는 무언가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의

격문들이 나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파티스타 해방군의 스카프들이

널리고 체 게바라의 사진이 나붙고 그중에서도 압권은 ‘ 세계 제 1 의 테러리스트 ‘ 라고 쓴 구호 밑에  오사마 빈 라덴의 머리 모양과 수염을 단 한 부시의 사진이 찍혀 있는 스카프였습니다.

 

 

처음엔 시끄럽고 정신없는 멕시코 사람들과 지저분한 소칼로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저 역시 이 광장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물들게 됩니다.

 

그리고 다섯시 반이 되자 그 많은 사람들이 군인들에게 밀려나 강강수월래하듯 큰 원을 만들어 둘러서게 됩니다. 그 유명한 국기 하강식이 시작되는 것이었지요.

 

여기 소칼로에 걸려 있는 국기는 우리나라 붉은 악마의 응원용 태극기 만 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큰 국기가 공중에서 내려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헌병들이 일렬로 좍 서 있길래 왜 저렇게 서 있나 했더니 내려오는 국기 받아서 빨리빨리 돌돌 말려고 서 있는 거더군요. ( 빨리 호흡 맞춰 잘 말지 않으면 감당이 안됩니다 )

 

어쨌든 국기 하강식은 소문대로 볼 만 했습니다. 하지만 평일에는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어젯밤에 국기가 그냥 걸려있는 걸 분명히 봤거든요.

 

국기가 내려오자 일부 사람들은 멕시코 특유의 ‘ 국기에 대한 경례’ 를 합니다.

멕시코의 국기 사랑은 유별나기로 유명한데, 이 광장에 모인 이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들을 한 나라의 국민으로 묶을 수 있는 강렬한 무언가가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면에서 국기 사랑이 강조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국기 하강식 때 음악을 연주한 악기 부대는 부대로 돌아가는 트럭에 타기 전에도 대로에서 한바탕 절도있는 연주를 해줘 사람들의 박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국기 하강식이 끝나자 둥그런 원을 그리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다시 광장 안으로 모여듭니다. 그리고 원래 그 자리로 딱 돌아가 브레이크 댄스를 하고 인디오 춤을 추고 초상화를 그리고 합니다.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지자 사람들이 지하철로 몰려들며 집으로 갈 채비를 합니다.  라틴 나라들이 다 그렇지만, 멕시코 역시 차도를 아무렇게나 걸어다닙니다. 한국에서 내가 차도를 막 걸어다닐 수 있었던 것은 87년 민주항쟁 기간 때 하고  2002 월드컵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뭐 맨날 사람들이 차도를 누비고 걸어다닙니다. 경찰들도 제지를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경찰들이 시민들에게  무단횡단 딱지를 뗀다는 건 상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소칼로의 일요일은 인상적이었고 카테드랄의 맑은 종소리를 들으며 숙소로 돌아올 즈음에는 서서히 여기에 적응해 가는 나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엔 일률적으로 키 작고 까무잡잡한 혼혈 메스티소로 보이던 멕시코 사람들이 하나하나 자세히 훑어 보니 또 각각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키가 작은 것만은 사실인 것 같네요.

 

우리의 체 게바라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키가 작은 게 우연이 아닌 모양입니다.

 

 

P.S.>> 카테드랄에서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아버지 (성부) 상을 보았는데  그런 건 또 처음 봅니다.

 

P.S.>> 라틴 나라 성당에 가면 아기 예수를 한 손에 안고 있는 수도사  상이 거의 꼭 있습니다. 늘 헷갈렸는데 오늘 보니까 성 안토니오가 분명하더군요. 이쪽 문화는 카톨릭과 땔 수가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성상의 형태를 잘 알아야 하니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