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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TV에도 왕년의 축구 스타 에릭 칸토나가 진행하는 '죠가 보니투(Joga bonito)'라는 N 스포츠 용품사의 광고 시리즈가 많이 나오고 있는지 모르겠다. '죠가 보니투'는 '아름다운 플레이'란 뜻의 포르투갈어로 월드컵을 겨냥해서 유럽과 남미의 축구선수들을 시리즈로 내 보내고 있지만 제목이 포르투갈어인 데서 알 수 있듯 주로 브라질 선수들의 아름다운 개인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 선수는 어린 시절 비디오까지 찾아내 눈에 띄게 구성한 호나우지뉴다. 호나우지뉴(Ronaldinho)가 '호나우드'(Ronaldo)의 축소사라는 것은 웬만한 축구팬들은 다 알고 있는 상식일 것이다. 원래 3명의 국가 대표 출신 '호나우드'가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호나우드에게 본 이름을 주고 나이가 어린 호나우드에게는 '호나우지뉴'라는 축소된 귀여운 이름을, 그리고 더 나이가 많은 호나우드에게는 '호날다웅'(Ronaldao~)이라는 확대사를 붙여서 구분을 했던 것이다.
호나우드와 호나우지뉴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고 호날다웅이 누군지 알고 싶으면 94월드컵 우승 영상 자료에서 환호하는 브라질 선수들 중 덩치가 좋은 선수를 한명 찾으면 된다.
브라질, 남미 대륙의 절반에 가까운 땅을 차지하고 있는 이 나라는 라틴 아메리카 안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쓰는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으며 또 워낙 넓기 때문에 그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각자 또 다른 문화와 기후와 자연을 갖고 있다.
브라질을 알고 싶으면, 살바도르부터
하지만 브라질을 알고 싶으면 '여기부터 가라'고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 주의 수도 살바도르다. 아프리카와 가까운 이 열대의 도시는 '흑인들의 로마'라고 불리며 뜨거운 태양만큼 강렬한 문화를 지닌 곳이다. 이 도시의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홀린 예술가들 중 마이클 잭슨이 흑인 음악의 상징 도시로 이곳에서 뮤직 비디오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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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살바도르 다 바이아의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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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영 |
| 하지만 한편으로 이 북동부 지역은 흑인들에게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브라질 용병들이 골을 넣은 뒤 세리모니로 하는 통에 조금은 알려진 무예 '카포에이라'(Capoeira)라는 것이 있다. 거의 발동작만으로 이루어져 음악에 맞춰 퍼포먼스를 벌이는 말 그대로 '무술+예술'인 이 무예는 바로 이 살바도르가 본고장이다.
이 카포에이라에는 두 가지 기원설이 있는데 하나는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이 손이 묶여 발밖에 쓸 수가 없어서 발동작만으로 이루어졌다는 설과 흑인들이 반란을 일으킬까봐 무술을 익히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무술이 아닌 춤을 추는 척 하다 보니 음악이 곁들여지고 발과 발끼리 살짝 살짝 피해가는 동작이 주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 살바도르가 낳은 유명한 축구 선수로는 94 월드컵 영웅 주제 호베르투 가마 데 올리베이라, 일명 '베베투'(Bebeto)가 있다. 베베투는 주제(Jose)의 애칭인데, 사실 그가 스페인리그 라 코루나 팀에서 훨훨 날 때 지금처럼 위성방송이 활성화됐더라면 호나우지뉴 이전의 '죠가 보니투', 아름다운 플레이의 대명사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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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바도르 다 바이아의 열대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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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영 |
| 이 살바도르 출신은 아니지만 브라질 북동부 출신의 유명 선수로는 이번 월드컵 대표에도 뽑힌 주니뉴페르남부카누가 있다(페르남부쿠 출신의 주니뉴란 뜻으로 또다른 주니뉴, 주니뉴 파울리스타와 구분하기 위한 별칭이다).
브라질이 축구의 나라이며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에 브라질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뽑았을 때,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중남미 나라들에서도 '그들이 그들의 병사들을 뽑았다'라며 특별한 표현을 썼다. 내가 직접 가서 보기에도 축구에 대한 열정은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보다 조금 더하지 않나 싶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축구를 잘 배우고 잘 익힌 기술로 한다면 브라질 선수들은 영혼으로 한다는 느낌….
우리가 흔히 하는 브라질 축구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브라질 선수들은 축구를 즐기면서 슬슬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축구를 즐기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슬슬 하는데도 천부적인 재능 덕분에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브라질 축구의 힘, 백사장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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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우 데 자네이루 해변에서 연습하는 프로 선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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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영 |
| 브라질에 널리고 깔린 바닷가 백사장에서는 주말마다 프로 선수들의 비치 사커 경기가 열린다. 모래사장에서 축구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모래사장 위를 누비며 잔디 위에서와 똑같은 개인기를 보여준다. 왜냐면 그들은 어려서부터 매일같이 모래사장에서 공을 차며 발목 힘을 키웠고, 축구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엄청난 경쟁을 뚫고 엄청난 훈련을 소화하며 프로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결국은 흘린 땀의 결과다.
예전에 축구는 브라질의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 역전의 상징이었다. 호마리우와 호나우드가 그랬고, 그 집념의 힘은 브라질 축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요즘은 브라질의 잘 사는 사람들도 아이들을 축구 학교에 많이 보낸다. 그만큼 축구의 저변이 더 넓어졌다는 얘기다.
브라질이 이번 월드컵에서 여섯 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왜냐면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유럽 외의 대회에서 강했고, 월드컵 연속 제패라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카나리아 색 '노란 옷'을 보고 두려움을 갖지 않을 팀이 어디 있겠는지, 과연 그들의 Joga Bonito 가 어느 선까지 활약을 보일지, 이제 진짜 월드컵이다. |
2006-06-08 1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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