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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인터뷰] 퇴출은 큰 상처, 그러나 롯데팬은 최고!

alyosa 2008. 1. 14. 20:11

 

2007.6.15. 08:28    2007 OhmyNews

"퇴출로 큰 상처, 그러나 롯데팬은 최고!"
[현지인터뷰] 멕시코로 간 호세 "한국서 지도자 생활하는 게 꿈"
장혜영 (alyosa)
▲ 멕시코시티의 포로 솔(Foro sol) 야구장. 외야 최대 거리 127 미터의 야구장으로 메이저리그 경기장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장혜영
멕시코 같은 '축생축사'(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의 나라에서는 좋아하는 축구 중계만 봐도 하루 24시간이 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야구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야구의 도시 부산 출신인 나는 멕시칸리그 야구 중계가 있는 날이면 그쪽으로 채널을 돌린다. 그런 즈음, 나에게 놀라운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난 지금 멕시코시티의 UIC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멕시칸리그의 아구아스칼리엔테스팀에서 뛰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3루수 에두아르도 리오스가 한국 롯데팀의 용병으로 갔다는 소식에다 무엇보다 그렇게 리오스에 밀려 퇴출당한 펠릭스 호세(42)가 바로 여기 멕시칸리그로 온다는 것이다. 호세는 지난 5월 11일 불명예스럽게 롯데를 떠났다.

최근 몇 년 동안 호세는 롯데의 간판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으로 99년에 롯데에 입단했으며, 타율 .327, 홈런 36, 타점 122으로 그해 외야수 부분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기로 했다. 2001년에도 역시 맹타를 휘두르면서 장타율과 출루율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한 때 메이저리그로 가기도 했지만 2006년에 다시 롯데로 돌아와 타율 .277, 홈런 22, 타점 78로 제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왼쪽 아킬레스 부상으로 올해 23경기에 출전해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그동안 한국 야구장과 비슷한 분위기에 끌려 메이저리그 중계도 마다하고 멕시칸리그 중계를 보던 나로선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결국 펠릭스 호세는 푸에블라 페리코스팀에 입단했고, 멕시코시티에 그 팀의 원정 경기가 있다고 해서 당장 야구장으로 달려갔다.

아무 대책 없이 달려갔지만, 야구장 앞에서 하필 푸에블라팀 전속 기자를 만나 그분의 도움으로 푸에블라 더그아웃으로 들어갔고, 반갑게 인사하는 호세 덕에 이틀에 걸쳐 자세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퇴출은 지워지지 않을 상처

▲ 멕시칸리그 푸에블라 팀에서 다시 출발하는 펠릭스 호세.
ⓒ 장혜영
호세는 지금 부상에서 회복되어 푸에블라팀의 외야수로 뛰고 있다. 아직 네 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제대로 평가를 하기에 힘들지만 이미 홈런과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호세에게 롯데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을 때의 심정을 물었더니 "너무 놀라 멍한 기분이었으며 아직도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다"면서 "롯데에서 돈만 벌려고 뛰는 그냥 용병이 아니라, 내가 한 식구이자 팀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고 서운한 심정을 드러냈다.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하다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는데도 부상 회복의 시간도 제대로 배정을 못 받았던 게 더 마음의 상처로 남았던 모양이다.

호세는 "롯데가 '내 팀'이라고 생각하고 애정을 갖고 뛰었는데 그게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걸 모르고 있다가 그렇게 단 한마디로 인연이 끊기고 나니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더라"고 몇 번이나 가슴을 쳤다.

그러나 호세는 부산팬들에 대해서는 칭찬과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호세는 "내년에도 다시 계약을 시도하고 싶은데 선수로 뛰면 더 좋겠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타격 코치나 인스트럭터로 한국 프로야구에 헌신하는 것"이라면서 상당히 상세하게 한국 타자들의 문제점과 그 대안에 대해 설명했다.

호세는 이대호 선수에 대한 칭찬을 하기도 하는 등 롯데 선수들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표시했다. 하지만 '롯데팀'의 타격 코치를 원하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다만 '한국 프로팀'의 타격 코치를 원할 뿐"이라고만 말했다.

최고의 순간은? 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전

▲ 사복차림의 호세, 한국팬들을 위해 잠도 줄인 채 아침 일찍 인터뷰에 임했다.
ⓒ 장혜영
하지만 호세는 여전히 카브레라를 통해 아주 최근의 롯데 성적까지 시시콜콜 자세히 듣고 있었다. 애정이 남아있지 않다면 굳이 그렇게 소식을 알 필요가 있을까?

자신의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어봤더니 메이저리그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안 나는지 한참 생각한 뒤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에 있을 때 올스타에 뽑혔던 순간을 꼽았다. 이어 한국에서는 서슴없이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전을 뽑으며 잠시 회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5차전에서 역전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호세는 "메이저리그 때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적응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리그 수준이 낮아서(?) 적응하기 쉬웠다는 게 아니라 "한국에는 금방 정이 들었고 어떻게든 오래 남아 살고 싶은 곳이라 느꼈다"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서 메이저리그 때는 미국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호세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다 같이 말이 안 통하는데도 미국에서의 영어 적응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호세는 "특히 부산은 정이 많이 가는 내 마음의 도시"라고 부산 사랑을 과시했다. 하지만 호세는 씁쓸해하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미국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고…."

도미니칸이자 피부색이 짙은 외국인으로 호세도 한국 사회에서 뭔가 어려움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자이언츠팬들은 최고"

▲ 멕시코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호세.
ⓒ 장혜영
호세는 에두아르도 리오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예전 멕시칸리그에서 함께 뛴 적이 있고 좋은 선수이니만큼 나 대신 잘해주길 바란다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갑자기 리오스의 번트 수비 문제가 생각나서 호세에게 번트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웃으며 하는 말이 "한국에서는 정말 번트를 많이 대는데 멕시칸리그나 도미니칸리그는 아주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번트작전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세는 "자기가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비해서도 한국야구가 그동안 많이 발전했으니 용병이 와서 뛰기엔 상당히 스트레스 많이 받는 리그"라고 평가했다. 세밀한 작전 투구와 번트 등 야구 스타일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거다.

이어 호세는 "내 실력은 그대로이거나 혹은 약간씩 떨어지는데 한국 투수들의 수준은 자꾸 높아져 갈수록 힘들어 졌다"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한국 야구에 새로운 스타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그런 점에서 이대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즘 메이저리그를 카리브해 출신들이 휘어잡고 있는 것에 대해 호세는 "도미니카에서는 아이들이 전부 야구를 하고 큰다"며 "나도 야구가 너무 좋아 그저 야구가 하고 싶어 덤벼들었던 그 아이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런 호세의 영웅은 70-80년대에 맹활약한 도미니카의 전설 '세사르 세데뇨'이며, 최근의 선수들 중에서는 '베리 본즈'를 좋아한다고 했다.

호세는 "2001년에 한국 프로야구 용병 대부분이 도미니칸 출신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연히 한국 겨울 얘기가 나오자 호세가 "너무너무 춥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하기야 도미니카는 완전 열대이니 추위가 무섭기도 할거다. 호세에게는 멕시코조차도 추울 테니까 말이다.

호세가 말하길 한국에선 4, 5월이면 봄이라는데 자기는 그때까지도 추워서 몸이 제대로 풀리질 않았다고 한다. 시즌 초 제대로 성적을 못 낸 이유 중 하나가 날씨였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잊을 수 없는 1999년 얘기를 다시 꺼낸다.

"그때도 초반 타격 성적이 올 시즌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올해는 왜 기다려주지 않았을까…."

아직도 호세는 사랑했던 팀에서 퇴출당한 아픔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영원히 남을 상처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호세에게 그가 떠나고 난 뒤 자이언츠팬들이 경기장 스탠드에 붙인 송별의 현수막이나 대자보를 찍은 사진을 전했다. 스페인어로 호세에게 감사를 전하는 대형 현수막을 보고는 그는 너무 좋아했다. '호세를 돌리도'라는 대자보를 든 팬들 사진을 보고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덧붙인 도미니카노 호세. 한국에서 호세 타격 코치님이나 인스트럭터로 다시 조우하길 기대해 본다.

▲ 게임 전 연습중인 멕시코 푸에블라팀의 선수들.
ⓒ 장혜영

덧붙이는 글 | 펠릭스 호세의 인터뷰는 현지시각 6월 12일(화) 멕시코시티 포로 솔 야구 경기장에서, 다음날 6월 13일 파베욘 콰우테목에서 이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