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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전국2 평 – 대진제국 3,4 (대진부) 와 비교해서

alyosa 2024. 8. 26. 19:58

(*아래 글에 드라마 내용과 결말이 조금 들어 있음)

1편의 끝장면이자 7편의 도입부 장면. 왼쪽이 창평군.

 

풍운전국2 (2022년작, 중화TV 및 티빙 등에서 방영중) 는 괜찮은 역사 기반 드라마인데 국내에서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놓고 홍보를 하지 않는 거 같아 후다닥 한번 글을 써 본다.

풍운전국 시즌2의 원 제목은 풍운전국지효웅으로 예전에 방송된 풍운전국지열국의 후속편이다. 전국 시대 각 나라들의 사정을 보여주었던 전편에 이어 이번 2편에는 전국시대 각 나라의 영웅들을 다루면서 자꾸 다큐멘터리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다큐를 지향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이다. 수많은 배우들이 나와 작가의 상상이 들어간 대본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있는데 장르가 다큐멘터리라 하면 역사 소설을 논문이라고 하는 격 아닐지.

 

다만 다른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대본을 쓸 때 참고한 역사서들을 미리 안내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 방영분에서는 참고 역사서 안내 자막이 잘린 듯??), 또 조선왕조 오백년 시리즈처럼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들어가 극에 개입하니 다큐-드라마, 혹은 다큐 지향 드라마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연출자가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으로 이런 다큐-드라마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드라마 구성은 4편의 제나라 전단을 제외하고는 전국시대의 최종 승자였던 진나라와 대항하거나 대립했던 인물들을 주인공들로 내세우고 있는데 연나라의 단, 진나라의 백기, 진나라의 선태후, 제나라의 전단, 위나라의 신릉군, 조나라의 이목, 초나라의 창평군 웅계가 각 45분~53분 정도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다.

 

여기서 연나라 단은 사실 시간적으로 1편이 아니라 6편으로 가야 하는데 첫 회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 1편으로 들어간 거 같은데 1편의 마지막 장면이 7편의 도입부 씬으로 이어진다. 연단의 머리가 도착했을 때 7편의 주인공 창평군이 진왕 옆에 앉아 있다.

 

그리고 진나라의 백기와 선태후가 왜 들어갔냐 하면 선태후는 여성 배당 및 초나라 출신으로 권력을 잡을 때까지 고생한 경우라서, 그리고 백기는 결국 소양왕과 대립해 자살한다는 점에서 진나라와 대립했던 인물 위주의 이번 시리즈의 인물로 선정된 듯 하다.

 

그리고 4편의 제나라의 전단은 진나라가 아닌 연나라와 대립할 때의 제나라 영웅으로 등장하는데 약간 뜬금없는 감이 없지는 않으나 남성 영웅들의 최후가 다들 안 좋으니 유일한 해피엔딩(?) 영웅처럼 들어간 거 같다.

 

배역으로 보자면 신삼국지의 3 배우가 동시에 나오는 게 눈에 띄는데 그중 조운 역에서 전단 역으로 똑같이 영웅 역할을 하는 섭원(네위안)만 신삼국의 이미지를 가져오고 있고, 신삼국지에서 손권이었던 장박(장보)은 신삼국 이미지 보다는 대진제국3 에서 소양왕 역할을 맡았었는데 이번에는 그에 대항해 동분서주하는 신릉군 역으로 입장을 바꿔서 연기하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신삼국에서 주유였던 황유덕(황웨이더)은 그보다는 <랑야방>에서 자신의 출신을 깨닫고 반란을 일으켰던 예왕의 전생 같은 느낌으로 창평군을 연기하고 있다. 다만 초나라인들의 노래를 듣다가 내면이 변한다는 점에서는 음률에 민감했던 주유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들 연기를 잘해서 좋긴 한데 제나라 전단의 이야기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제나라 주민들이 항복하고 싶어 하는데 전단이 좋은 머리로 거의 사기를 쳐서 연나라에 대항하게 했으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대진제국 드라마 시리즈 3, 4 와 비교해 본다면 마지막 7화 창평군 편을 제외하고 앞의 6편의 내용은 크게 차이는 나지 않아 보인다. 다만 1편 연단에서 암살자 형가에 대한 새로운 설정이 등장하고, 6편 조나라 이목 편에서 춘평군(춘평후) 조일을 간교한 인물로 표현한 게 약간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2편 백기의 20만 조나라 포로 학살에 대한 해석은 대진제국 3편과 거의 동일해서 또다른 해석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좀 아쉬웠다. 그리고 연나라 단과 진시황제와의 관계는 좀더 극적인 브로맨스적 관계로 그리고는 있으나 대진제국에서도 둘은 안타까운 우정과 애증의 관계로 나왔었다. 다만 암살자 형가에 대한 설정이 다른데... 이게 다큐 정신을 지향한다고 본다면 그 설정의 사료 출처가 의심스럽긴 하다. (그래서 결국엔 이게 다큐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얘기)

 

아무튼 <대진제국: 대진부> 와 완전히 다른 해석이 이루어진 건 창평군 편인데 대진제국에서는 창평군의 딸이 진시황 영정과 혼인하는 것으로 설정되었고 그만큼 가까운 사이였는데 실수로 군량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살아남기 위해 초나라에 주저앉았아 함양의 가족들은 나몰라라하는, 속된 말로 “찌질한” 캐릭터 정도로 묘사되었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자신의 동족들이 죽어가는 걸 보다못해 모든 걸 포기하고 반란의 길로 뛰어드는 비극적 인물로 전국시대의 영웅들을 다룬 시리즈의 맨 끝을 장식한다. 초나라 왕이 잡히자 망해가는 나라의 왕위에 스스로 올라 끝까지 저항했다니 꽈우떼목이나 투팍 아마루 같은 최후의 저항자인 건 맞다.

 

그런데 원래는 진나라의 총리 (승상) 였으니 자신의 지위와 온 가족 및 친족의 목숨을 다 내놓으면서까지 저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그렇게 보면 차라리 대진제국4의 해석이 더 현실적일 수도?? 하지만 기원전 이백년대의 특별한 사람이란 걸 감안하면 현대인의 사고방식으로 짐작하기는 또 무리가 있다. 

 

창평군은 사료가 적어 어차피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 가면 갈수록 다큐는 사라지고 드라마적으로 연출되었는데, 어쨌든 초나라 사람들을 마구 괴롭히던 눈치없는 군수를 처단할 때는 속이 시원하긴 했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영화적으로 클로즈업하는 컷들도 인상적이었고,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연출도 좋았다. 촬영의 각도, 앵글 같은 건 다 보고 배울만 한 듯. 

 

다만 각 인물당 1회씩 7부작으로 끝이 나니 좀 짧다는 느낌이 든다. 얘기를 하다가 대충 급하게 끝낸 느낌. 그래도 촬영에서부터 축약된 스토리까지, 영화를 보는 듯한 그 느낌은 좋았다. 제3부 시리즈를 만든다는 설이 있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