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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삼국(삼국지)2-배우평과 진수의 삼국지 오서와의 비교

alyosa 2024. 4. 13. 02:28

(*아래 글에 드라마 내용 및 일부 결말이 포함되어 있음)

 

1. 조조 

드라마 중국식 관계 포스터

 

진건빈은 <견환전: 옹정황제의 여인>의 황제역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중국식 관계>라는 현대극에서 그를 가장 인상깊게 보았다. 그 드라마에서도 아주 매력적이었는데 <신삼국지>에서는 어찌된 셈인지 조조가 귀엽게 나오다가 갑자기 정색을 할 때는 눈매에서 살기가 뿜어나온다. 잔인하지만, “나는 반드시 살아남는다, 내가 잘못했더라도, 이미 지나간 일은 생각치 않는다”는 목적에 충실한 조조로 묘사되었다. 대사도 재미있어 명언들을 많이 남겼는데 "욕 먹는다고 안 죽는다" 는 취지의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2. 유비

유비 역의 우화위 (위허웨이). 상해 TV 페스티벌 포스터.

 

유비 역의 우화위를 나는 조조역을 했었던 <사마의>와 무슨 형사로 나왔던 현대물에서 먼저 봤었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 조신하게 유비를 연기하는 우화위를 보자니 원래 한 성질 하는데 그걸 꾹꾹 내려 누르고 있는 듯 보여 오히려 유비의 감정이 더 실감났다. 조조와 유비 연기 둘다 뛰어나 한쪽을 선택하기는 힘든데, 우화위 본인의 연기 스타일을 보자면 조조 역이 약간 더 자신의 스타일에 걸맞아 보기는 한다. 

 

드라마는 연의의 주인공, 인의의 유비를 충실히 그려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조조와 다른 게 무언가?’ 하는 생각을 하게도 한다. 인의를 내세우지만 그것 때문에 주변 인물들을 자꾸 힘들어지게만 할 뿐, 결국에는 이 논리 저 논리로 정당화하여 할 것은 다 한다. 유비 역시 황제의 조서없이 한중왕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유비의 촉이 조조의 위와 자웅을 겨루고 오나라를 코너에 몰았다는 등의 설정은 나관중의 머릿 속에서 나온 소설일 뿐, 실제 역사에서는 국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비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작든 크든 선을 행해야 하고, 악을 행해선 안된다던  유비의 유언은 가슴에 새겨둘만 하다. 

 

3. 제갈량과 공근 주유 

왼쪽 제갈량 역의 배우 육의와 오른쪽 주유 역의 황유덕 (커플룩?) 연기력을 갖춘 중국과 대만의 대표 미남 배우 둘이 삼국지에 기록된 공식 미남 둘 역할을 맡았다 (사진출처: sina.com)
왼쪽부터 공명-소교(조가 분)-주유, 오른쪽 황유덕은 <대당유협전>의 액션 이미지가 강해 여포 혹은 조운 역으로 내정됐었으나, 배우를 직접 만났을 때 다른 느낌을 받은 감독이 주유 역을 맡겼다

 

3.1. 공명

제갈량이 왜 유비를 주군으로 택했는가 하는 부분이 늘 궁금한데, 워낙 자신만만해서 일부러 가장 힘이 약한 유비를 선택했을 가능성, 아니면 조조 곁엔 이미 쟁쟁한 책사 그룹이 자리잡고 있었고 오나라엔 주유가 있어 자신이 자유롭게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유비에게 갔다는 가설이 가능한데, 물론 이 드라마에는 그런 시각이 반영되지 않고 그냥 제갈량은 무조건 유비의 책사이어만 하는 것처럼 나온다. 

 

3.2. 주유

주유 역의 배우 황유덕 (황웨이더) 은 삼국시대 3대 영웅 셈인 주유를 제갈량에게 열등감만 갖는 인물로 묘사한 대본이 모순적이다 생각해 “역사 드라마라면 연의에 쓰여진 소설 속 주유가 아니라 정사의 진짜 주유도 반영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이의를 계속 제기했다. 

 

그러다 마지막 촬영 전에는 “임종 장면에서만이라도 정사에 기록된 진짜 주유의 유언을 하게 해달라”고 제작진에 간청까지 해봤다 한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할수없이 연의의 픽션인 “기생유 하생량 (하늘은 왜 나 주유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를 처절하게 외치고 퇴장했다. 제작진도 좀 미안했는지 마지막 대사 전에 주유의 실제 유언 비슷무리한 문구들을 좀 넣어주긴 했다. 

 

고금을 연주하는 주유. 예전 삼국지 관련 드라마들에 비하면 그래도 주유의 서사가 늘어났기 때문에 주유의 후손들은 신삼국지의 주유 연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에서는 주유가 제갈량을 만났다는 기록 자체가 없으며, 적벽대전은 주유 혼자의 업적이고, 전쟁에서 졌다는 기록도 없고 이겼다는 내용만  적혀 있어 주유를 백전백승의 명장이자 지략가처럼 서술해 놓았다. (음악에 조예가 깊다는 기록도 있다). 다만 유비와 연합을 한 적은 있어 아마도 나관중이 거기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제갈량을 질투하는 주유의 캐릭터를 창조해 낸 듯 하다. 

 

그리고 조인과의 남군 전투 중 화살을 맞아 그 상처가 악화되어 (형주가 아닌) 촉을 정벌하러 가는 여정 도중에 사망한 걸로 기록돼 있다. 조인은 주유에게 남군을 뺏기긴 했지만 부상을 입힘으로써 동오와 삼국의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나 한 셈이긴 하다. ( 물론 조인이 직접 활을 쏴 맞췄다는 건 아니고 교전 중 날아온 화살에 부상을 당했다. )   

 

그리고 주유의 진짜 유언은 ‘죽음은 슬픈 게 아니지만 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주군의 명을 다시 받지 못하게 된 것이 슬플 따름이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그렇게 끝까지 주군에게 충성하는 말을 남긴 걸 보면 드라마 상으로 묘사되는 손권과의 갈등도 딱히 근거를 가진 내용은 아니다. 

 

4. 여몽 

여몽 역 배우 상술 (사진 출처 n63.net)

 

이 드라마에서 눈에 띄는 게 여몽이 오나라 스토리의 끝판 대장처럼 나온다는 점인데, 처음엔 엑스트라처럼 등장해서 이후  대도독 쳐다보는 연기를 주로 했다. 그런데 이 배우가 그저 바라보는 연기를 참 잘한다. 울고 불고 싸우고 이런 강한 연기는 사실 표현하기 쉽다. 그러나 남을 쳐다본다거나 하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오히려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자잘한 부분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더니 주유의 장례식부터 관우의 목을 치는 부분까지 눈빛 연기가 폭발하는 것이다. 

 

‘괄목상대’ ‘오하아몽’ 사자성어의 주인공인 여몽은 밑바닥에서부터 대도독까지 올라왔을 뿐만 아니라 점령지에서 백성들을 깍듯이 아끼고 죽기 전에는 나라에게 받았던 것들을 모두 돌려주고 장례식도 검소하게 하라고 했다 한다. 내 기준으로는  거의 완벽한 인간, 가장 본받을 만한 인물 증 한명이었다. 

 

드라마에는 이런 정사 여몽의 성격이 반영되지는 않고 손권에게 독살당한 듯한 암시를 주며 퇴장하는데, 드라마 내내 시종일관 “대도독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든다” 는 정신에만 충실해 손권의 말을 자주 거스르는 것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런 가공의 최후로의 연결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여몽이 손권의 지시를 무시하고 관우를 쫓았다는 것은 물론 허구이고, 관우는 여몽에게 죽거나 자살한 게 아니라 붙잡혀 정식으로 처형당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니 주군인 손권이 처형을 지시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실제 손권은 아픈 여몽의 곁을 지키며 극진히 간호했을 뿐 아니라 여몽의 병세가 나빠지면 안타까워 밤에 잠을 못 자고 여몽이 죽고 나서는 상복까지 입었다니 독살설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손권이 여몽의 병세에 같이 힘들어 하고 괴로워 하다 여몽이 물이라도 한 모금 넘기면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분이 진수의 삼국지 여몽전에 길고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왜 그렇게 길게 서술해 놓았을까 궁금할 정도이다. 그런데 손권은 주유가 죽었을 때도 소복을 입고 애도했다고 한다.

 

5. 손권

대진제국3의 영직, 삼국의 손권 등 겉과 속이 다른 왕 역할을 많이 맡아 아주 깊은 감정 연기를 할 기회는 많지 않았던 장박 (장보).

 

손권 역의 장박은 대진제국3 에서도 왕으로 나왔고 (소양왕 역), 개인적으로는 ‘참 반듯하게 잘 생겼다’ 생각하는 배우인데, 이 드라마 삼국지에는 젊다못해 어리다 싶을 정도로 풋풋하게 나와 주유, 노숙, 태부인과 티키타카(?)를 하는 동안엔 연기도 좋고 손권의 내적 고민도 묘사되고 괜찮았다. 그런데 수염 달고 나오면서부터는 일방적으로 간교한 인물로 묘사돼 아쉬웠다. 그즈음부터 오나라 입장이 그냥 평면적으로 유비의 적으로만 보여지다 이릉대전 이후론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배우들과 감독: 왼쪽부터 유비-손권-가운데 연출자 가오시시-여포-주유 (출처: 웨이보)

- 그외 메모들 - 

 

- 노숙의 자는 자경(子敬)이고, 여몽의 자는 자명(子明)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헷갈린다.

 

- 이런 역사 드라마 보면 늘 드는 생각이 "주변에 죽어나가는 저 많은 병사들은 도대체 뭔가?" 하고 안타까운데 주유와 노숙의 대화중 "그땐 쌀만 있으면 모병이 가능했다"  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징집하긴 하지만 또 워낙 살기 힘들 때니 밥만 먹여주면 들어와 병사가 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는 이야기. 

 

- 조운(조자룡)은 왜 항상 동오군 장군들과 똑같은 흰색 옷을 입을까? 헷갈리지 않을까? 그런데 모든 삼국지 관련 매체들 속 조자룡은 항상 그런 차림이긴 하다. 

 

- 육손은 여몽이 추천했고 여몽의 지도를 받았는데, 손권의 명을 어겼다는 가상 상황을 만들어 여몽을 퇴장시키다 보니 육손의 묘사도 이상해 졌다. 오나라의 힘은 주유-노숙-여몽-육손까지 대도독들이 후계자를 잘 선택하고 키워냈다는 점인데 육손을 손권의 사람처럼 묘사했다.

 

- 노숙 역의 배우 곽청은 배우 갈우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는데 정말 꼭 닮았다. 갈우가 조금 더 날카로운 인상이긴 하다. 갈우는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에서 눈물 어린 연기를 펼쳐 깐느 남우 주연상을 탔는데, 아마 그 보다는 <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을 희롱하는 대인 역으로 나온 걸 사람들이 더 잘 기억할 거 같다. 

 

 

노숙 역의 곽청 (위 )과 영화 인생에 출연한 갈우 (아래)

 

 - 드라마 속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방통의 등장부분, 왜 술주정뱅이에다 장례식에서 행패를 부리는 인물로 등장시켰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방통이 적벽대전 때 이미 일했다고 스스로 말하면서 오나라 장수들 앞에서 행패를 부리니 앞뒤가 안맞는다. 실제 방통은 적벽대전 때 한 일이 없고 또 못생기지 않았고 그냥 얌전하고 똑똑한, 전형적인 책사였다 한다. 연의에서 못 생겼고 적벽대전 때 활동했단 설정이 창작되었는데, 일찍 사망한 것은 사실이다. 

 

- 실소를 자아낸 부분은 적벽대전 직전 동남풍이 안분다고 주유가 피토하며 쓰러지는 대목, 그 설정은 어이없지만 이후 남군 전투의 부상 때부터 사망시까지 주유가 서서히 죽어간 건 정사상으로도 맞는 얘기다 (제갈량이 약 올려서 악화되었다는 건 빼고). 그렇다면 천하통일을 꿈꿨지만 자기 목숨이 얼마 안남은 것 같아 서둘렀다는 드라마에서의 묘사는 거의 유일하게 정사상의 주유를 잘 해석한 설정이었는 듯.

 

- 드라마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안좋게 표현된 인물은 관우가 아닌가 싶다. 앞뒤 맥락 설명없이 그저 오기만 부리다 다 망치는 것으로 묘사 되었다. 장비도 비슷하게 부정적인 면만 표현돼 유비의 동생들 사랑과 그들의 죽음으로 인한 분노에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힘들었다. 배우 우화위가 유비의 분노를 열연하긴 했지만. 

 

- 남의 일임에도 마속의 등산은 볼 때마다 열받는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뭔가 그럴 듯한 분석이 있는지 궁금하다.  

 

참고 서적: 진수 삼국지, 오서, 김원중 번역, 민음사 2007 1판 2쇄

장쯔이와 영화 <모리화(2006)>에 나온 육의(루이)
임희뢰(오른쪽), 토니륭(양가휘)과 영화 <탈명심도 (夺命心跳, 2011)> 에 나온 황유덕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공작조: 현애지상 (2021)> 에 출연한 예대홍 (사마의 배우, 위쪽) 과 유비 우화위.(아래쪽)

 

신삼국지의 3배우(섭원 황유덕 장박)가 전국시대의 비슷한 운명의 인물들을 연기하는 <풍운전국2> (2022년작, 드라마, 풍운전국지효웅)

풍운전국2 소개글

현생 2024년의 사이좋은 손권과 주유 (장박(왼쪽)과 황유덕). (사진 출처 장박 공식 웨이보)

 

[영상] 음률에 능통한 미주랑? 신삼국지 초연방송에서 노래하는 주유 황유덕 (live)

 

https://www.youtube.com/watch?v=7PAh_zMUB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