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들의 미소 혹은 미소짓는 돌들의 대 향연 앙코르 툼의 바이욘 사원
나는 캄보디아하면 피터 오툴 주연, 리처드
브룩스 감독, 조셉 콘래드 원작의 영화<로드짐(1965)>부터 생각이 나는데, 그런데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전제를 계속 깔고 가는 원작 소설과는 반대로 한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영웅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주인공을 부각시킨 게 영화라서 좋은 작품이라 말하긴 좀 애매하다.
다만 마지막 순간을 연기하는 피터 오툴의 연기는 좋았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내전과 킬링필드에 들어서기 전의 캄보디아에서 촬영했던 영화였기 때문에 영화 속 풍경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프놈펜은 릭샤나 툭툭을 타고 돌아다니기엔 오토바이 매연이 너무 심했는데 어쨌든 우리나나 카카오 택시 비슷한 ‘패스 앱’ 깔아서 편하게 쓰긴 했다. 관광지나 관광객 대상 물가는 안 싼 듯 했으나 현지인 물가는 우리한테는 매우 싼 편. 영어만 하면 대충 될 것이다라는 오만한 자세로 간 게 역시나 에러, 관광 지역을 벗어나면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이 뭔 영어를 하겠는지, 식당에서 내가 그들에게는 폭탄 돌리기였다. 나를 딱 보면 다른 직원들을 막 찾는다, 서로에게 나를 상대하라고 막 미룬다. 그러게 내가 여기 크메르어를 조금이라도 배워 와야 그게 여행자다운 자세인데 대책없이 왔더니 현지인들 내가 괴롭히고 다닌 거 같다.
웃기는 일이 많았는데 두가지만.
톤레 삽 호수는 자유 여행으로 갈 수가 없어서 버스와 배로 데려다 주는 투어를 그냥 호텔에서 신청했다. 여행사와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아서 그랬는데 다음날 투어 버스에 오르니 호텔 직원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사복을 입고 있어서 처음엔 못 알아봤는데 아는 체를 하길래 자세히 보니 호텔 직원.
오늘이 휴가날이라 자기도 관광 간다는데 아마 내 거 여행사에 주선해주고 공짜로 끼여 가는 거겠지. 혹시 내가 2명분으로 돈을 낸 거 아닌가 일순간 의심도 했는데 내가 미리 조사한 가격보다 더 쌌기 때문에 그건 아니었고, 어쨌든 저 무슨 넉살인가 싶었다.
그리고 프놈펜에서 아침꺼리를 찾아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계란을 찌고 있길래 잘 됐다 하고
두개 샀다. 그런데 허브 잎에다가 양념등등 끼워주는 게 많더니 돈을 꽤 비싸게 부른다. 겨우 달걀 두개에 가격이 1달러(4천 리엘)가 넘어가네, 그래서 사기치지 말라 옥신각신 하다가 그냥 주고 말았는데 집에 와서 색깔을 보니 일반 달걀 같지가 않아 ‘그럼 오리알이겠지, 그런데 좀 작네’ 하고
말았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껍질을 까는데 뭔가 시꺼면 국물이 나오면서 뭔가 이상한 게 튀어나올 거 같은 느낌이... 그제서야 생각나는 게 세상 어느 나라에서는 부화 직전의 달걀인가 오리알인가를 쪄 먹는다던가… 도저히 겁이 나서 더 못 까겠고 그대로 비닐 봉투에 싸서 쓰레기통행. 나도 현지 음식 웬만한 건 다 먹는 편이지만 부화한 달걀이라니, 오리 태아 시체를 먹는 셈인데...
그런데 그 외의 캄보디아 음식들은 다 맛있었다. 그리고 프놈펜의 시내 버스는 아주 좋았다. 한국에서 수입한 버스도 있던데 아무튼 버스에 타면 내리기가 싫을 정도. 매연 마시며 타야하는 릭샤나 툭툭에 비하면 천국이고 Near stop 인가? 버스 앱도 있어 위치 찾기도 좋았다.
하여튼 릭샤와 툭툭의 소음과 매연에 죽을 뻔 하기는 했지만 합장 인사를 하는 밝은 표정의 캄보디아 사람들이 벌써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바욘 사원의 돌로 된 얼굴들도 그렇고 다들 표정이 온화했다. 사방에서 나던 쟈스민 향기도 생각이 나고. 좀 힘들긴 했어도 요즘 잘 쓰는 말로 ‘힐링’ 한번 잘 했던 여행인 거 같다. 앙코르 와트에서 간만에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 들고가 사진 신나게 찍었는데 그 많은 사진들 정리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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