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Mexico

UNAM 여름 시즌을 위한 미네리아 심포니의 연습 참관

alyosa 2009. 8. 21. 13:27

 

 

 

40대라기에는 나이가 좀 많이 들어 보이는 마에스트로 카를로스 미겔 프리에토

 

 

 

내부 음향이 죽이는 콘서트 전문홀 살라 네사우알코요틀

 

 

Sinfonia Orquesta de Mineria 의 지휘자와 악장, 셔터 스피드가 부족해 사진이 흔들렸다...

 

지난주부터는 정신없이 바빴는데 그 와중에도 지난 목요일엔 아침 일찍 일어나 로레나를 만났다. 약속시간은 아침 9 ! 로레나는 UNAM 음악원 오케스트라랑 국립 오케스트라 전속 사진사라 리허설 때 사진 찍으러 갈 때 조수 노릇도 해줄 겸 같이 한번 가자고 옛날부터 말했는데 그 연습 시간이 이날 오전 10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 조수 노릇은 농담이고, 그냥 나를 초대한 셈인데 아침 일찍 일어나느라 죽을 판이었지만 UNAM 문화 센터에 도착해 네사우알코요틀 콘서트홀에 도착해서 연습 하는 것을 보니까아 얼마나 좋던지, 일단 콘서트 홀 음향이 죽여주는데 로레나 말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제일 좋은 음악홀이라고베를린 콘서트홀을 모델로 해서 만들었다는데 정말 음향이 좋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런 음악회 전용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들은지 한참 된 거 같은데, 서울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좀 너무 큰 느낌을 주는데 여기는 진짜 딱 콘서트 전용 홀로 정말 자연스러운 음향이 좋았다. 이번 연습은 미네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여름 시즌 공연 연습이었는데 미네리아 심포니는 여름 시즌만을 위해 결성한다는데 보면 대부분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지휘자도 카를로스 미겔 프리에토, 국립 오케스트라 지휘자고.. 그런데 40 대라고 하는데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인다. 그래도 성격 좋아 보이던데멕시코의 대표 지휘자인데 싸인이라도 받아올 걸 그랬나.. 그리고 단원 중엔 외국인들도 많이 섞여 있고이름이 미네리아 (광부의, 광산의)’ 인 것은 역사적인 사연이 있는데 2 백년 전에 광산 지역에서의 음악 아카데미가 시초가 되었다나자세한 설명은 전용 홈페이지에 http://www.sinfonicademineria.org/

 

아무튼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 교향곡과 멕시코 작곡가인 마뉴엘 폰세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연습하는데 악보만 있었으면 완전히 마스터 클래스였다. 그 연습 와중에 로레나는 조용히 왔다 갔다하면서 사진을 찍고, 그의 남편 베르나르도는 비디오를 찍었는데 내가 봐도 그게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베르나르도는 중간 휴식 시간에 매점도 안 가던데 내가 봐도 그 무거운 비디오를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할 건가, 그냥 뭐 비디오 지키고 앉아 있는게 낫지, 남편은 조금 한량 같은 느낌인데 부부가 같은 일을 하지만 운전도 로레나가 하고, 리더를 여자가 하는 거 같았다. 하기야 그 집에 여자가 세명 (딸 둘) 남편 혼자 남자니 좀 소외되는 느낌도 있겠다.

 

하여튼 그 와중에 로레나한테 조금 배웠는데, 셔터 소리가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모직 목도리 같은 걸로 카메라를 감싼 채 찍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로레나 카메라는 니콘이고, 나는 캐논 EOS 인데, 캐논 이게 가볍고 비교적 저렴한 건 좋지만 셔터 소리가 유난히 좀 시끄럽다. 거울 뒤집어 지는 소리가 팍팍 거리고 나는데, 모직물로 감싼다고 소리가 완전히 안나지는 않을 거 같고 좀 줄일 수는 있겠다. 그리고 이런 실내 촬영 때 빛이 모자라 아무래도 사진이 흔들릴 거 같은데, 로레나 말인즉슨 최저 한계 속도로 하면 괜찮고 그래서 찍는 데도 요령이 있는데 지휘자가 막 팔을 흔들 때 찍으면 안되고 음악이 느릴 때, 특히 동작이 거의 정지될 시점에 찍어야 흔들림 방지가 된다는 것이다.

 

 2 부 연습 때는 바이얼리니스트가 왔는데 멕시코 여자지만 성이 도보시에비츠 (Erika Dobosiewicz) . 유대계 아니면 어쨌든 동구권계 후손쯤 될 듯연주는 잘 했는데 내가 1부 연습 때는 2 층 뒤쪽 지휘자를 마주 내려다 보고 들었더니 정말 음향이 좋았다. 그런데 2 부 바이얼린 협주곡 때 1 층 맨 앞에 앉아 들었더니 뭔가 좀 소리가 받치는 느낌이 들어 답답한 것이다. 특히 바이얼린은 소리가 멀리 가긴 하지만 음량이 작아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한테 최대한 소리를 줄이라고 주문을 할 정도인데, 앞에서 들으니 뭔가 좀 소리가 벽에 탁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 자리를 좀 뒤쪽으로 옮겼더니 한결 나았다. 그러니까, S 석이 1 층 중간 아니면 2 층이지, 음악회고 뭐고 중간쯤이나 2 층이 훨 낫다.

 

 아무튼 부부가 함께 일하는 로레나와 베르나르도를 보니 참 보기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엄마 아빠가 저리 항상 바빠 집에 잘 없으니 애들은 과연 불만이 없을까 싶었다. 작년에는 오케스트라 유럽 공연 따라서 한달간 독일 벨기에에 다녀 왔다고 하고, 올 여름에도 오아하카에서 부부가 같이 사진 교실 했다는데 그래서 집 비우기 일상인 부모한테 약간의 반항심이 있어 보이던 루크레시아와 레나타는 애들이 참 예쁘고 특히 루크레시아는 16살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20 살 대학생으로 보인다.

 

숫자를 줄여서 18살은 되어 보인다고 했더니 로레나가 그렇잖아도 우리 집안에 어떻게 저렇게 키가 크고 성숙해 보이는 애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두른다. 그러고 보면 얘가 피겨 스케이팅 한다던 애 같은데, 피겨 하는 애가 16 살에 키가 저렇게 크게 좀 힘들 거 같다. 아빠 베르나르도는 그냥 그만 두라고 하는 거 같던데

 

내가 예쁘고 늘씬한 딸 둬서 좋겠다고 했더니 로레나 말인즉슨 좋은 건 둘째고 남자 친구를 이상한 놈 만나거나 데리고 올까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란다. 하기야, 여기는 워낙 이성 친구를 빨리 사귀고 해서 부모들 입장에선 예쁜 딸 걱정이 많이 되긴 할 거 같다. 집에도 들어갔다 왔는데 아무 예술적으로 꾸며 놓은 집이 너무 깨끗해서 어떡하면 이렇게 깨끗할 수 있냐고 조언을 구했더니 딸들이 깔끔한 걸 좋아해서 걔들이 다 치우고 정돈한다고딸 좋은 게 그런 건가, 나는 딸 아니던가.. 아무튼 그렇게 신세를 잔뜩 져서 언제 한번 갚아야 되는데 나도 바쁘고 로레나도 만만찮게 바쁜 사람이고, 어쨌든 다음에 갚아야지.

 

그리고 이주째 지나간 학교 생활은, 할 말이 많지만 아무튼 이 학교 돈값을 한다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학부 학생이 너무 많아서 좀 바글바글한 면은 있지만 모든 면에서 공부하기엔 참 좋게 해놓은 것이다. 도서관도 좋고 책도 많고 안내해주는 직원들도 많고 야 이래서 사립 학교 오는구나 싶었다. 한편으로 더 비싼 사립학교인 ITAM 이나 몬테레이 텍은 도대체 어느 수준인지, 정말 뭐 꽃보다 남자의 귀족 학교 수준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뭣보다 등록금을 아무리 많이 내도 서비스 받는다는 느낌은 전혀 안주는 우리나라 대학들은 문제라는 생각도 들고

 

UIC 에서 친했던 교수인 이본느가 여기 이베로에도 강의를 와서 어제는 이본느랑 그 여덟살배기 딸이랑 잠깐 같이 만났는데 딸을 학교에 데려와서 어쩔려고…’ 했더니 학교 내에 애들 봐주는 탁아소 같은 데가 있단다. 이미 나이가 좀 많은 이본느는 여기 시간 강사 셈이라 수업 다니는 게 옛날 내 꼴인데 차도 없는데 노트북에 책에 간식꺼리 이고 지고 잠시도 입을 쉬지 않는 수다쟁이 늦둥이 딸까지 데리고 다니는 걸 보니 정말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