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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음악, 베네수엘라 여행, 브라질 풍의 바흐 외 [잡담/영상]

alyosa 2011. 8. 3. 03:29

베네수엘라 음악과 베네수엘라 여행에 대한 개인적인 주저리... 잡담과 3 곡의 노래 (+추가 2, 브라질 풍의 바흐 5번 외)

 

1. Ansiedad  

 

베네수엘라의 대표 성악가였던 알프레드 사델이 야네라 하프 반주로 부르는 "Ansiedad",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고 베네수엘라 호로포는 하프 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다.  

 

지난주 과달라하라 다녀와 사진도 올리고 해야 되는데 여행에서 돌아와 현실에 만족 못하는 여행 후유증을 앓다 못해 아예 폭발 지경이라 그냥 내 마음가는 대로 베네수엘라 얘기를 써보고 싶은데... 왜 갑자기 베네수엘라냐면... 나는 항상 문제의 시발점이 축구인데 얼마전 코파 아메리카에 베네수엘라가 나와 내 귀에 익숙한 걔네들 국가 부르는 거 듣고 하다 보니 생각이 나 알프레도 사델의 호로포 음악, 베네수엘라에서 사온 호로포 음악 CD 를 꺼내 자꾸 틀었던 것이다. 과달라하라 가서도 계속 틀어 놓았더니만 지금 과달라하라의 추억과 베네수엘라에서의 추억이 뒤죽박죽이 되어 기분이 심란한데...

 

 

그런데 나는 이 호로포 음악이 너무 좋다. 특히 알프레도 사델의 CD 는 진짜 아무 것도 모를 때 싼 맛에 그냥 사들고 온 건데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특히 내가 힘들 때... 주로 시끄러울 때... 예전 살던 로마 지구서 옆의 레스토랑에서 온 동네가 울리도록 앰프 켜 놓고 밤새도록 파티하고 놀 때, 나는 이 호로포 음악 해드폰으로 들으며 겨우 겨우 잠들었었다.  아름다운 하프 소리가 날 꿈나라로 보내주리라 바라며... 아무튼 이래저래 나는 이 호로포가 너무 좋고, 그래서 내게 베네수엘라는 음악의 나라다. 미녀들의 나라가 아니라...

 

그런데 사실 여행 갔을 때 이 나라 별로 안 좋아했다, 특히 대도시인 카라카스의 잘 사는 사람들 좀 얄미운 느낌도 있었고... 그런데 돌아와선 가면 갈수록 생각이 많이 난다. 밤에 푸에르토 라 크루스에 도착때 바닷가를 따라 깜깜한 길을 걸을 때, 그때 밀려오던 바닷 바람의 반가움, 그리고 사막이 있는 코로에 도착했을 때 건조하지만 아주 쾌적했던 바람의 느낌, 코로에서 밤중에 야구 구경할 때 잔디의 풀냄새, 밤 버스 타고 새벽에 내렸을 때 대합실 TV 의 아침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던 호로포 음악의 맑은 하프 소리, 근처의 까페에서 마시던 모닝 커피의 향, 따뜻한 빵 냄새, 이런 게 아직까지 생생하다.

 

무엇보다 그 하프 소리, 호로포는 콜롬비아-베네수엘라에 걸쳐 있는 야노 지역의 음악이라 내 콜롬비아 친구는 자꾸 호로포가 자기네 음악이라는데 솔직히 콜롬비아는 호로포 많이 안 듣잖아, 살사나 꿈비아, 그리고 그, 이름 까먹었는데 그 다른 민속 음악을 많이 듣지... 그리고 멕시코 베라크루스도 하프 반주를 많이 써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난 호로포가 더 익숙해져 좋다.  

 

 

사실 베네수엘라는 이젠 유명해진 클래식 음악 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나, 구스타보 두다멜과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에 진출한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멤버들, 위의 알프레드 사델, 위 노래 Ansiedad 을 작곡한 Chelique sarabia, 시몬 디아스, 유명한 클래식 기타리스트들 등 음악의 나라라할만 한데 나는 이 나라 국가(國歌, himno) 도 인상적이었다. 곡 구조가 일반적인 라틴 아메리카 국가와 좀 다른 데다가 그때 베네수엘라 국영 방송에서 시도 때도 없이 국가를 자주 틀어줘 자꾸 듣다보니 세뇌가 된 면도 있는데... 아름다운 베네수엘라의 자연과 잘 어울리는 것도 같고... 특히 그란 사바나의 폭포 물 떨어지는 느낌... 음표가 폭포 물방울 같은 게... 

 

 

2.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고 어린이-청소년 합창단이 노래하는 베네수엘라 국가 國歌

 

그런데 두다멜은 역시 두다멜, 이 국가 원래 음악적으로 괜찮은 곡이지만 그래도 또 이렇게 감동적으로 연주하는 건 처음 듣는 거 같다. 지휘자가 지휘, 편곡을 잘 하니 같은 곡이 이렇게 달라진다. 두다멜의 강점은 연주자들의 열정을 끌어내 음악에 따뜻한 감정을 입힐 줄 아는 거 아닐까 싶다. * 연습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h_HZKgYQris

 

나는 어쨌든 쿠바나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가 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처음에 여행 다닐 때는 사람 친절한 데가 좋았는데 요즘은 친절이 밥 먹여 주냐 싶으면서 뭔가 변화를 위해 애쓰는 동네가 좋아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지역 중 하나가 카리브해고, 거기 사람들이 좀 행복해 졌으면 싶은 바램이 있다. 시우닷 볼리바르에서 밤 버스 기다릴 때, 버스 터미널 수돗가에서 물 받아가던 어린 소녀... 집에 수도가 안 나오는지, 아님 아예 집이 없는지 페트병을 여럿 들고와 거기 물을 받아서는 이고 지고 가던데 그런 아이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고 살기 위해선 어느 정도 사회적 희생 혹은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튼... 

 

3. 해리 벨라폰테 - 베네수엘라

 

원로 가수 해리 벨라폰테는 자마이카계 미국인으로 알고 있는데, 라틴 노래들을 많이 불렀고 베네수엘라에 방문해 우고 차베스랑 인사도 하고 그랬다. 아무튼 이분이 아주 옛날에 부른 추억의 노래가 <베네수엘라> 인데 워낙 옛날에 녹음해 나도 솔직히 이 노래 몰랐다. 그런데 해리 벨라폰테 좋아하시는 울 어머니가 자꾸 <베네주엘라> 란 노래가 좋다고 해서 찾아 봤더니 진짜... 영상은 엉뚱하게 아르헨티나 탱고 그림이 나오는데 어쨌든 이 노래도 좋다... 작은 베네치아 (=베네수엘라) 에서의 추억을 그리는...   

 

* 호로포 (Joropo) : 하프, 마라카스, 미니 4 줄 기타류인 꽈뜨로, 탐보르 등이 들어가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야노스(llanos, 평원) 지역의 민속 음악.

 

 


 

 

올해 2011년 2 월 구스타보 두다멜과 우고 차베스 대통령. (사진 출처 EFE )

 

 

아무리 생각해도 하늘이 베네수엘라에 내려준 선물 임에 틀림없는 두다멜. 원래 바이얼린 신동이었다 지휘로 전향했는데, 혼자 바이얼린 기가 막히게 잘 켜는 천재가 한명 있는 거 하고  음악을 완성하고 연주자들을 리더하는 지휘자가 있는 거 하고는 천지 차이 아니겠는지,  두다멜의 존재는 엘 시스테마나 그들의 오케스트라나 베네수엘라 음악계에 큰 힘이 아닐 수 없는데 앞으로도 그 역할을 잘해줬으면 좋겠다. LA 필이나 예테보리 심포니 등 바쁘겠지만 그래도 하늘이 두다멜에게 맡긴 미션을 절대 잊지 말아 주기를... 

 

 

* 살사 그룹  La Otra banda 의 트럼본 주자인 두다멜의 아버지 오스카르의 연주 (잘 안보이지만 트럼본 세명 중 가운데) 

 

 

아들은 훌륭한 클래식 연주자로 키워놓고 본인은 또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는 그 아버님도 참 멋있으신 듯...

 

 

그리고 아래는 내 인생을 이렇게 타국에 떠돌게 만든 장본인 브라질의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 로보스의 곡중 제일 대중적인 곡 셈인 브라질 풍의 바흐 5 번 전곡 (총 2악장). 노래하는 아나 마리아 마르티네스는 푸에르토 리코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라 푸에르토리코에서는 국민 성악가 대접을 받고 있다.

 

Heitor Villa-Lobos < Bachianas Brasileiras No.5 > Gustavo Dudamel y Ana Maria Martinez

 

목소리 좋고 잘 부르는데 곡 끝내기 직전에 꼭 숨을 한번 끊는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이곡은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의 오래된 녹음 음반을 추천... 그리고 브라질 풍의 바흐 중에는 이 5 번보다 4 번 피아노 모음곡을 더 좋아하는데 (그런데 관현악 편곡판이 더 인기), 빌라 로보스의 작품들 통틀어서는 쇼로스 시리즈가 최고 걸작이 아닐까 싶다.  

 

 


 

9월 3 일 추가 >> 미라플로레스에서 노래하는 차베스와 호로포 가수들. 

 

2011년 9 월초 최근 상황인 거 같은데 아름다운 반주 소리가 하프 (ARPA 아르파), 그래서 저런 음악을 베네수엘라 아르파라고도 하고... 남자 옷차림이 보통 항상 저렇다. 회색 로만 칼라복에 농민 모자... 3차 화학 치료를 마쳤다는 차베스는 결국 머리를 밀었는데 뭐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쿠바가 마라도나를 살리기도 했는데 그래도 쿠바 의료진만 믿어서 될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