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F 조 한국과 멕시코의 마지막 경기들
2018 러시아 월드컵 F 조 마지막 경기 한국 - 독일 (한국 2 대 0 승)/ 멕시코-스웨덴 (스웨던 3 대 0 승) 후 잡담. 완전히 한국 덕분에 멕시코는 16강에 진출, 한국은 멕시코의 패배 때문에 16강이 불가능했으나 그 사실을 모른 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전 대회 우승팀 독일을 잡음. 한마디를 안 남길 수가 없는 어제의 상황...
Los tres tristes tigres 가 노래로 전하는 한국에 대한 감사 메시지와 멕시코-브라질 전망.
내용을 알아들으면 꽤 재미있다. 중간에 '감-사-합-니-다' 라고도 하고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도 한다.
어젯밤 한국의 극적인 멕시코 서포트와 그와 상반된 멕시코의 배신 때문에 그야말로 불타는 밤이 되었는데... 나는 처음에는 멕시코-스웨덴 경기를 조고 있었는데 페널티킥으로 0-2 되길래 이쪽은 글렀다 싶어 이후 한국 경기만 쭉 봤는데 아마 멕시코 사람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자책골 넣어 0-3 되는 순간부터는 분명히 한국 경기만 봤을 듯.
그래서 한국이 독일에게 첫 골을 넣자 고맙다고 멕시코에서 문자들이 막 날라왔는데 아마 걔네들은 우리 경기가 1 대 0 으로 끝났다고 생각한 모양. 손흥민의 두번째 골 나오기도 전에 고맙다는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으니.
아무튼 간만에 나도 우리나라 경기를 살 떨리게 봤다. 내가 보면 재수가 없는 거 같아 우리나라 경기는 안보려 하는데어쩔 수 없어 이판사판으로 봤더니 징크스를 깨주네?
까딱하면 한국-멕시코 다 떨어지는 참사를 봐야했는데 하나라도 올라간 걸 잘됐다 생각해야 할까, 아님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이겨줬는데 도와주기는 커녕 초를 친 멕시코를 원망해야 할까. 멕시코-스웨덴 경기에서 심판이 스웨덴 쪽에 유리하게 끌고 가는 듯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3 대 0 으로 질 정도로 멕시코가 순식간에 무너진 건 납득못할 일.
2002년 월드컵까지만 한국에서 보고, 2006년, 2010년, 2014년 세번의 월드컵을 다 멕시코에서 봤었는데 사실 어제 멕시코에 있었으면 학교에서 헹가레 받았을 듯.
그런데 넷상을 뒤엎은 온갖 패러디물들 중 나는 이게 제일 웃겼는데
성 유다 타대오 San Judas Tadeo 의 성화에다 우리나라 골키퍼 조현우를 합성했는데,
성 유다 타대오는 과달루페 성모와 거의 쌍벽을 이루는 멕시코의 수호 성인이라 할 수 있다. 멕시코시티 이달고 역에 내리면 이 성 유다 타대오의 성상을 끌어안고 성당으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성당 자리에서 기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 유다 타대오의 축일이 10월 28일인데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매달 28일이면 성상을 끌어안고 소원을 빌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진출처: El Poder de la Palabra)
이거는 하도 사람들이 성 유다 타대오 상을 끌어안고 다니길래 나도 사온 조그만 거... 싸구려라 조잡하긴 한데 머리 위에 성령이 꼭 뿔처럼 보여 처음엔 그게 신기했었다.
어쨌든 참 별 일이 다 생기는구나 싶고 한동안 바빠서 연락도 못하고 멕시코는 잊고 있었는데 축구 한방에 어쩔 수 없이 자동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유다 타대오 상을 끌어 안고 희망을 찾고자 기적의 성당으로 모여들던 사람들도 떠오르고...
멕시코는 사실 월드컵 축구 분석 프로그램들도 굉장히 뛰어나고 (축구 평론가 분석가 이런 사람들이 우루루 나와 경기 하나하나 골 하나하나 다 분석 함), 브라질 월드컵 때는 대형 마트나 시장에도 계속 브라질 음악이 나올 정도로 월드컵 분위기는 확실하게 떴었다. 학교 식당이나 건물에도 월드컵 기념 장식 같은 것도 하고...
그나저나 멕시코는 이번 일요일에 대통령 선거다. 역사가 바뀔 것인가 하는 중요한 선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