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말린스 홈경기 (VS 신시네티) 관람기
2015년 7월 11일, 마이애미 말린스 홈경기 (VS 신시네티) Marlins 14 VS 3 Cincinnati, 말린스 승
작년 1 월, 비시즌이라 말린스 경기장 밖만 쳐다보고 돌아온 게 아쉬워 이번엔 경기를 보러갔는데 시내에서 어슬렁거리다 시간이 지체돼 늦을까봐 경기장 근처를 막 뛰어가고 있으니 경기장 근처에서 ‘주차비 쌉니다’ 표를 들고 있던 아주머니가 지름길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 결국 비싸게 산 표 본전 안 아깝게 경기 시작 전에 도착은 했는데, 요즘 메이저리그는 ㅓ녕 한국 야구도 못보고 있으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게 있어야지, 아무 생각도 없이 경기장에 모자 등등을 들고 들어가 보니 어라? 실내 돔 구장이다. 햇빛 막으려고 해안용 챙 아주 넓은 모자까지 들고 왔는데 햇빛이 문제가 아니라 에어컨 바람 때문에 춥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가끔 중계 볼 때 하늘이 보였었는데 내가 뭘 착각했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경기 다 끝나고 나니까 스르륵 천장을 연다. 그런데 왜 비도 안오는데 닫고 하냐 싶은데 덥다고 그러는 게지… 에어컨 왕국 마이애미답게…
경기 끝나고 천장을 연 모습
그래서 사진찍기에 전체적으로 좀 어두워 밝은 데를 찾아 외야와 내야 1루석 딱 경계로 가서 어떤 부부에게 내 사진 좀 찍어달라 부탁을 했더니 ‘아 이치로?’ 이러더니만 내 뒤에 연습하고 있는 말린스 우익수를 배경에 넣어서 찍어준다. 게다가 말린스의 상징 외야의 돌고래 그림까지 들어갔으니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찍어주시긴 했는데 졸지에 나는 이치로 보러 온 일본인이 되어 버렸다. 한때 야구 전문가 노릇을 했던 입장으로서는 창피한 일인데, 이치로가 말린스에 와 있는지도 몰랐다. 이치로 나이가 도대체 몇인데 아직 메이저리그 주전인고 싶었는데 보니까 8번타순이었고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최근 굉장히 부진했다 한다. 그런데 내가 본 이 날 안타를 쳤고 아무튼 이치로의 인기는 상당했다. 내 뒤에 콜롬비아인 부부가 앉았는데 ‘나의 이치로 상’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아낌없이 존경을 표하더니 이치로가 안타치니까 기립 박수, 다른 관중들도 기립 박수, 어쨌든 지금 나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성실하게 활약한다는 자체가 대단하긴 하다.
경기는 말린스의 대 역전승이었는데 5회에 경기를 뒤집을 때 아주 긴장감 넘쳤다. 그리고 야구야 어디든 똑같지만 좀 이상한 상황도 나왔는데 포수와 투수가 공을 주고 받는 사이 주자가 한루 도루를 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때만 해도 ‘말린스 참 못하네‘ 싶었는데 어떻게 한번 뒤집으니 또 타선이 폭발했다.
경기장의 여러 모습들
그래서 시야가 탁 트인 맛은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맛이 있는 말린스 구장에서 재미있게 야구를 보고 나오니 밖에서 푸에르토리꼬 계 가수 제리 리베라의 공연을 하는데 일단은 푸에르토리꼬 살사-발라드 가수 답게 세션들의 악기 구성도 화려하고 해서 볼 맛이 있었고, 무엇보다 이 야구장이 ‘리틀 아바나’ 라 불리는 라틴계 밀집지역에 있는데 그래서인지 푸에르토리꼬 계를 비롯해 라틴계들이 전부 신이나 모여들었다. 당연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곤 하는데 내 바로 옆에 있던 한쌍은 여자는 현란한 스텦을 자랑하는데 남자는 목석처럼 꿈쩍도 않는다. 마이애미에 사는 라틴계가 살사를 들으면서 몸도 한번 안 흔든다는 거는 있을 수 없는 일, 아마 남자는 라틴계가 아닌 거 같았는데 저런 궁합도 좀 문제가 되겠다 싶었다. 다른 짝들은 연인끼리 신나게 춤을 추는데 이거는 여자 혼자만 난리고 남자는 거의 우울한 분위기로 기둥에 기대고 있으니… 여자한테 ‘나하고 추자’ 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여자의 화려한 발동작에 따른 스피드를 내가 도저히 못 따라갈 것 같았다. 아무튼 제리 리베라의 콘서트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마지막 곡을 연주하고 있었고 혼자서도 끈질기게 춤을 추던 여자는 춤추는 와중에도 가방을 열어 T 셔츠를 꺼더니 마지막 곡의 엔딩에 맞춰 셔츠를 뱅뱅 돌리기 시작하는데 색깔이 노란 색, 국가대표 축구팀 유니폼 색이 노란색이라면 어느 나라? 역시나 꼴롬비아였다. 그녀는 살사를 못 추면 제대로된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꼴롬비아 출신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일석이조 야구도 보고 콘서트도 보고 일석이조 멋진 오후였고 시간은 8시 반이 되었는데,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마이애미에 바로 딱 붙은 도시, 별로 멀지도 않은 하이얼리어로 지하철인 메트로레일을 타고돌아가려니 지하철까지 가는 버스가 올 생각을 않는다. 동네 주민 말로는 주말엔 버스가 한시간에 한대 꼴 정도로 온다고… 진짜로 1 시간여를 기다려서, 게다가 주말 심야 할증이라 1 달러 더 내야 하는 버스를 겨우 잡아 타고, 지하철에 가서 또 20분 이상 기다려 하이얼리어 역으로 가면서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한다. 왜냐면 이미 밤 10시를 넘었는데 내가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하이얼리어 역에서 내가 사는 동네까지 가는 버스 마지막 시간이 밤 10 시 10 분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버스가 10시 10분에 끊기랴, 업데이트를 안한 거겠지 싶었는데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그것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냐. 버스가 끊겼을 경우 이 밤에 어떻게 거기까지 걸어가냐, 길에 택시는 보이지도 않아 잡기도 힘들어, 역무원에게 부탁해서 차를 빌려봐, 아님 길 방향이라도 알아봐 별 생각을 다했는데 다행히 인터넷 안내와는 달리 밤 11시에도 버스는 있었다.
하여튼 마이애미 대중 교통 시스템에 학을 떼면서, 택시 타면 한 40분 정도 걸릴 거리를 3시간, 서울 부산간 KTX 시간보다 더 긴 시간, 아니 마이애미에서 푸에르토리꼬를 갈 수 있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걸려 겨우 돌아왔다. 여기 사람들은 그럼 식구수 대로 차가 있는 건가 아님 뭐 자전거로 해결을 하는 건가 어쨌든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미국의 대중 교통 시스템, 주말이라 더 그랬지만 주말에는 사람들더러 집에만 있으란 건가.
마이애미 시내에 공중에 휙휙 돌아다니는 메트로무버 라는 게 있는데 그건 좋고(게다가 공짜) 지하철과 버스 연계 시스템은 자체는 좋은데 일단 좀 자주 와야지, 정말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