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시네마·문화 Cine y cultura

노다메 칸타빌레(2006)를 보고 짧게...

alyosa 2014. 10. 25. 22:52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노다메의 쓰레기장 자치방, 남얘기가 아니야...

내일도 칸타빌레 인가, 요즘 만화 원작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해 방영한다는 뉴스를 보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게, 친한 언니가 노다메 칸타빌레 너무 재미있다고 꼭 보라고 몇 번을 당부했는데 피일차일 미루다 결국 안 본 게 떠올랐다. 그래서 할 일이 많고 바쁠 수록 뭔가 쓸데없는 짓을 더 하고 싶은 심리에 따라 인터넷으로 조금씩 봤는데,

하하하하하하 아니 이게 왜 이리 재미있는지, 클래식은 음악이 재미 없는(¿) 데다가 연습 장면 이런게 많다 보니 무거운 느낌을 줘 드라마화 하기가 쉽지 않은데, 만화적 표현으로 가벼운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니 적당하게 강약조절이 되어 참 재미있다.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 클래식 음악을 잘 알고 만들었다는 생각, 그리고 음악하는 청춘들의 고민, 끝없는 연습, 그 와중에 상처 받고, 또 재능은 있는데 틀이 잡히지 않은 이들의 장점을 어떻게 끌어내느냐는 고민 등등 나는 그야말로 웃고 울면서 봤다.

적당히 졸업해 유치원 교사나 하겠다는 노다메나, 이른바 떨거지들을 보니 남 얘기 같지도 않고… 천재성이 있지만 심리적 문제를 해결 못하는 노다메의 상황도 이해가 가고, 나는 음악을 즐기고 싶은데 왜 강요하냐 하는 그녀의 항변도 이해가 가고...

S 오케스트라의 악기를 돌리면서 하는 연주나 상황 등은 어쩐지 엘 시스테마나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참고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는데,

어쨌든 일본이 코미디에는 강하다 싶고, 국적을 초월해서 이렇게 좋은 클래식 음악 드라마를 만든 건 박수보낼 만하다 싶다. 개인적으로 내게 생각할 꺼리도 많이 던져주었고, 옛 생각도 많이 나게 했고, ‘교육에 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케 했다.

웃겼던 장면들은 남 얘기 같지 않았던 노다메의 빨렛줄 쳐진 쓰레기장 집 에피소드랑 노랑 머리 바이얼린 정공자 미네가 락 버젼으로 멋(?)을 내며 베토벤의 봄을 연주하다 치아키에게 욕 먹던 거, 또 스타일이 같은 노다메랑 둘이서 흥에 겨워 완전 산으로 가는 연주를 하면서도 즐거워 하던거, 그리고 이후 멋지게 시험을 통과한 뒤 밴드를 집어치우고 클래식에 내 인생을 바치겠다하던 부분 등등

사랑에 빠진 뒤 행복하게 연주하던 모짜르트 오보에 협주곡 연습 에피소드도 웃겼고,  감성을 폭발시켜야 하는 라흐마니노프를 연습하며 치아키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내용도 좋았고, 페트르슈카 악보의 음표들을 보고 눈이 왕방울이 된 노다메가 콩쿨을 위해 악보를 보면서 걸어다니던 장면 등등도 웃기면서도 뭉클했다.   

베토벤의 7번 교향곡이나 바이얼린 소나타 ’, 페트르슈카 등등은 나도 좋아하는 곡인데, 간만에 LP 꺼내서 들어봐야 겠다. 드라마 전체적으로 음악도 아주 적재적소에 들어가 그것도 재미있다. 슈트레제만이 노다메에게 키스를 강요할 때 돈 조반니의 석상의 노래가 나오는 것도 웃겼고 음악 음향도 굉장히 사실적이다. 너무 연주를 잘 하는 소리를 넣지 않고 대학생들 수준에 맞는 음원이 들어간 것도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연습이 힘들어서 울고 무대에서 실수할까 두려워서 울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꼭 클래식 음악을 해야 될까 싶기도 하고, 또 그야말로 젊음의 힘이 있을 때 외에는 도전할 수 없는 것이다 싶기도 하고나도 항상 그 양쪽의 마음을 반반씩 갖고 있었던 거 같다. '평생 건반만 바라보고 사는 건 미친 짓이다' VS '진정한 음악의 세계는 인생을 모두 바쳐 도전할만 하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 번을 오케스트라 파트와 피아노 파트로 나누어 이중주를 하고 있는 노다메와 치아키 영상

내 때는 피아노 두대 놓기가 힘들어서 앙상블 시간에 피아노 두대가 아닌 피아노 연탄, 두명이 한 피아노에서 치는 거를 시험 쳤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모짜르트를 쳤던 거 같은데... 멕시코서 애들이랑 노래 반주 맞출 때도 그렇지만, 음악을 나눈다는 그 짜릿함과 교감은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 감성도 참 잘 나타낸 거 같다.

 

화질이 안 좋지만 나름 유명한 S 오케스트라 데뷔 연주 장면,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생각도 났다.

볼 때는 그냥 재밌게 봤는데 이 정도 수준으로 촬영, 편집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한국판 드라마 조금 봤다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