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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월드컵 결산] 홈팀 뉴질랜드 우승, 아르헨티나 8 강서 좌절

alyosa 2011. 10. 23. 03:59

 

체 게바라 (사진 맨 오른쪽) 는 럭비 선수였다. 럭비에서 느낄 수 있는 동료애, 공동의 힘 이런 것들이 청년 체의 인생관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사진 출처: museo de Che Guevara)

 

체 게바라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으로 럭비를 사랑하는 나라다. '푸마 (Pumas, 표범과 동물)' 란 국가 대표팀 별칭으로 현재 세계 랭킹 7 위에 올라 있다. 이번 월드컵서 8 강에서 최강팀 뉴질랜드를 만나 떨어지는 바람에 랭킹이 6 위에서 7 위로 한단계 하락했는데 내가 볼 땐 남아공, 뉴질랜드, 호주, 세개의 강팀 다음 그룹 정도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거 같다. 세계 4 위 - 8 위 사이 정도의 실력... 대략 6 위 정도가 맞는 듯... 지난 2007 년 월드컵 때는 4 강에 들어 전 아르헨티나를 열광케 했다.

 

1. 2011 뉴질랜드 럭비 월드컵 홍보 영상

 

 

 

[2011 뉴질랜드 럭비 월드컵] ( 럭비가 유럽 보다는 오세아니아의 대표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걸 보여준 대회라 평하고 싶다 )

 

결승 : 뉴질랜드 VS  프랑스, 뉴질랜드 우승  

3, 4 위전 : 호주 VS 웨일즈, 호주 승-호주 3 위.

8 강 : 아르헨티나 VS 뉴질랜드, 뉴질랜드 승.  

 

 

2. 홈 잇점까지 포함, 처음부터 우승후보 1 순위였던 뉴질랜드 대표팀 '올 블랙스' 의 하카, 아르헨티나와의 8 강 경기 때

 

 

Haka  는 오세아니아 원주민들의 전사의 춤, 세레모니 같은 것인데 그게 럭비 선수들이 경기 전에 하는 세레모니로 정착화 되었다. 호주 빼고 다른 오세아니아 팀들은 꼭 이 하카를 한다. 일종의 신크레티즘, 오세아니아 원주민 문화와 유럽에서 건너온 럭비 문화가 혼합된 혼혈 문화라 할 수도 있는데 그래봤자 럭비는 럭비니까 새로운 창조는 아니다. 

 

( 신크레티즘은 서구 중심적인 본질은 그대로 둔 채 하카 같은 원주민 문화 일부를 양념처럼 덧붙여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처럼 포장한다고 해서 요즘은 비판 받고 있고 대신 잡종 (hibridacion) 문화를 추구해야 한다 하는데 하여튼 뭐 문화 이론상 그렇다고... ) 

 

그런데 뉴질랜드는 8 강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나 초반에 고전해 전반전에 트라이를 한번도 못하다가 후반에 힘이 딸린 아르헨티나를 몰아부쳐 점수상으로는 크게 이긴 듯 보였는데 사실 이 경기 전반전 때 열 좀 받았다. 심판이 모호한 페널티킥 판정을 남발해 트라이도 없이 그냥 페널티킥으로만 뉴질랜드가 9 점을 땄는데, 어차피 뉴질랜드는 강팀인데 심판이 그렇게 홈팀을 편든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 스포츠도 판정 문제가 좀 있구나 싶었는데 럭비 점수제를 간단히 적어보면...

 

 

[15 인제 유니온 럭비의 기본 점수 규정] ( 경기 시간 전후반 40 분씩 80분 )

 

트라이 : 5 점

( 미식 축구의 터치 다운 비슷. 공을 안고 경기장 끝의 트라이 존으로 들어가 공과 몸이 연결된 상태에서 공을 땅에 터치 ) 

 

트라이 이후에 주어지는 페널티킥 : 2 점

 

그외 경우의 페널티킥과 경기 진행 중에 바로 차는 드롭킥 : 3 점

 

(골은 골대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골대 가로선 밑으로 넘어가서도 안된다. 공이 정확히 골대 안으로 넘어갔냐 안 넘어갔냐,트라이가 정확하게 되었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디오 판독을 실시한다. )

 

- 아르헨티나 푸마스 대표팀 -

 

사진 출처: Ole.com.ar  

아무튼 체 게바라의 후예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잘 했는데 8 강서 하필 최강팀 뉴질랜드를 만나 좌절해야 했다. 조별 예선 상대들도 만만치가 않았고 그중 한점 차로 역전승한 스코틀랜드와의 경기가 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였는데...

 

3. 조별 예선 아르헨티나 VS 스코틀랜드 경기 루카스 곤살레스의 극적인 트라이 영상. 13 대 12 아르헨티나 승 

 

 

 

사진 출처: Ole.com.ar

이날 극적인 트라이를 성공 시킨 아르헨티나의 루카스 곤살레스 (왼쪽), 잘생긴 듯

 

사진 출처: Ole.com.ar

어쨌든 아르헨티나는 영연방권 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럭비계에서 유일한 변방 지역 출신의 강팀인 셈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아르헨티나 외에 우루과이와 칠레도 좀 하는데 우루과이는 좀 황당하게 플레이오프에서 루마니아에게 패해서 본대회에 못 올라갔다고 한다. 다음 대회 때는 예선 통과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럭비의 장점 중 하나는 위 하카 춤 같은 데서도 볼 수 있듯 은근히 문화적인 것들과 결합이 잘 되어 있는데, 아르헨티나 푸마스들도 이렇게 팀내 기타리스트도 있고 가수도 있고, 그래서 아름다운 아르헨티나 노래 한곡을 준비해 와 뉴질랜드 도착하자마자 팀원들이 다함께 합창을 했다. 하여튼 와일드하고 피 터지는 경기 내용과는 다르게 뭔가 또 스포츠의 낭만성을  강조하는 게 럭비인 듯...

 

[미식 축구와 럭비의 차이점] 

 

그런데 럭비가 한 경기 끝나고 나면 피 흘리는 건 기본이고 여기저기 다치고 부러지고 실려나가고 난리가 아니지만 그래도 생명에까지 지장이 가는 경우는 잘 없다. 그러니 운동 능력이 좋으면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거기 비해 럭비에서 파생되었다는 미식 축구는 목 부러지는 일이 가끔씩 생겨 아래 사진과 같이 중무장을 하고 뛰곤 하는데 그게 왜 그렇냐면...

 

  미식축구는 앞으로 획 집어 던지는 전진 패스를 허용한다.

 

그래서 멀리 뒷쪽에서부터 날아오는 공을 받으려는 선수는 하늘만 쳐다보게 되고 거기에 상대의 강력한 태클이 들어올 경우 대책 없이 사고가 나는 수가 있다.

 

사진 출처: http://blogbis.blogspot.com

거기 비해 럭비는 그런 손으로 하는 전진 패스가 럭비 정신에 위배된다고 하여 옆으로나 뒤로만 손으로 던질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발로 차서 보내는 것만 가능하다. 그래서 그야말로 한발 한발 발과 몸으로, 그리고 동료들이 몸을 던져 상대를 막아주는 그 팀웍으로 트라이까지 가게 된다. ( 그나저나 사진 속 무슬림 여성들 대단한 듯... 하기사 요즘은 여자도 럭비 다 한다 )

 

사진 출처: Ole.com.ar

그러다 보니 입술 터지는 건 기본이고 월드컵 같은 큰 경기의 경우 한 경기 끝나면 한명씩 다리 부러지고 팔 빠지고 중상자가 나온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보니 한 경기 치를 때마다 한명씩 탈락, 주로 다리 골절... 다리 부러진 채로 스크럼 짰다는 선수도 있고 경기중에도 의료진이 들어와 치료하고... 그래도 그 와중에 동료애, 팀웍, 혼자만으로는 할 수 없는 단체의 힘, 모두의 힘 이런 것을 끈끈하게 느낄 수 있는 게 럭비, 한마디로 싸나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한 그런 단체 스포츠의 꽃이 바로 럭비 아닌가 싶다.

 

사진 출처: ESPN Deportes.com

럭비에서 인상적인 게 또 이렇게 동료 선수를 들어 올려 스로인 공을 받는 건데 국가대표 급 선수들이 하는 걸 보니 사뿐~ 쉬워보이더니만, 우리 학교 럭비부 애들이 하는 거 보니 밑에 받치고 있는 애들이 힘이 딸려 팔이 후들후들, 애 떨어뜨릴까 불안해서 못 보겠던데 하여튼 저것도 결국엔 동료를 믿고 동료와 함께 하는 팀웍인 셈... 

 

- 럭비 스타들 -

 

 아구스틴 피초트 (아르헨티나)

사진 출처: Ole.com.ar

럭비는 거구의 한 덩치들만 하는 스포츠 같지만 결국엔 빠른 발과 잽싼 몸을 이용, 요리조리 피해서 트라이를 해야 되기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는 작은 체구에다 보통 번호 9 번의 선수, medio scrum 포지션이나 가장 빠른 윙, 날개 위치 선수가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아님 페널티킥을 차는 키커...

 

그러니깐 힘이 딸려 스크럼 짤 때 끼여 봤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스크럼 사이에 공을 놓고 (medio scrum), 경기 전체를 조율하고 팀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 medio scrum 인데 사진의 아구스틴 피촛은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2007 월드컵 4 강 진출을 이끌어 국민 스타가 됐다. 요즘은 거의 은퇴 상태고 이번 대회 현지 리포터로 나와 반가웠다.  

 

사진 출처: Ole.com.ar

이게 바로 럭비의 상징 스크럼, 보다시피 두명의 9 번 선수는 스크럼에 끼이지 않는다. 저것도 힘 차이가 많이 나면 저 상태에서 쭉~ 밀고 가서 트라이를 해버리는 수도 있다. 그래서 실력 차이가 많이 나면 100 대 0 이런 스코어도 나온다.

 

 

 브라이언 하바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날개 포지션)

사진: (c) Jason O'Brien/Action Images

진짜 번개같이 빠른 발로 질주에 질주를 거듭, 트라이를 하던 지난 2007 월드컵 우승의 주역 하바나. 왜 이름이 Habana 인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이 선수만 보면 혼자 막 뛰어가고 상대팀 선수들 뒤에서 우루루 쫓아오던 장면 밖에 생각 안난다. 럭비계의 우사인 볼트?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남아공화국은 8 강에서 호주와 접전끝에 아슬아슬하게 졌다. 그래도 잘하던데 그런데 남아공 럭비 팀을 보니, 선수들이 전부 하얗다... 이 하바나만 그나마 좀 쿠바의 Habana 스타일이고... 굳이 모건 프리맨이 만델라로 나오는 영화 떠올리지 않더라도, 아직도 남아공은 인종별로 따로 갈라져 지내는구나 싶었다. 남아공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거의 전부 피부색이 어두운 걸 보면...

 

 럭비계 최고 스타 중 한명인 영국의 조니 윌킨슨

사진 출처: 럭비 월드컵 2007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이번에 종주국 영국은 8 강서 의외로 프랑스에게 패했는데 아 윌킨슨~. 굉장히 유명하고 인기 있는 선수인데 아르헨티나 선수들이랑 소속팀이 같아 서로 친하고 그래서 라틴아메리카에도 잘 알려진 선수다. 특히 페널티킥 전문 선수로 유명한데 이 선수 킥 차는 자세가 바로...

 

  사진 출처: Petcarget.com

 

바로 다람쥐 자세다! 요즘 내가 매일 차풀테펙 공원을 가니 다람쥐들이랑 가족처럼 지내는 셈인데 다람쥐들 저 자세, 딱 럭비 킥 자세... 

 

 

 사진 출처: espnscrum.com

 

그런데 다 그렇게 차는 건 아니고 윌킨슨과 아르헨티나의 콘테포미 등, 이 다람쥐 자세로 손을 앞으로 모으고 정신을 집중한 뒤 킥을 차는 선수들이 많다. 이번 대회 초장부터 윌킨슨이 킥 실패를 많이 해 의아스러웠는데 그래도 결정적일 때는 꼭 넣어 줬는데 프랑스와의 준결승서 윌킨슨 체력이 딸려 뺐더니 다른 젊은 키커가 제일 중요한 순간에 별로 어렵지도 않은 각도에서 실패, 이래서 경륜이 중요하다고... 어쨌든 4년전 영국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던 윌킨슨의 이른 퇴장이 참 씁쓸해 보였다. 아무튼...

 

 

 

사진 출처: 2011 럭비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그냥 딱 봐도 강해 보이던 뉴질랜드 올 블랙스, 아르헨티나 애들은 익숙해서 그런지 다치고 아픈게 눈에 팍팍 보이고 와 닿던데 비해 이 오세아니아 전사들은 그들의 하카 처럼 그저 강인하게만 보였는데, 그래도 결승서는 7 대 8 진땀승이었다. 운으로 올라왔다 생각했던 프랑스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팀이었는데, 하여튼 축하...  

 

4. 2011 뉴질랜드 월드컵 ITV 애니메이션-'럭비의 찬가' 로 불리는 World In Union

 

 

노래도 괜찮지만 뭐니 뭐니해도 이 곡은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딱이라 이번 월드컵 방송 때도 오케스트라 연주 버젼이 주관 방송사 시그널로 사용되었다. 홀스트의 우주적인 멜로디와 뉴질랜드의 광활한 자연이 참 잘 어울렸다. 

  

5. 홀스트의 혹성 시리즈 중 <목성 (쥬피터) > - World in Union 의 원곡 (2:54 부터의 멜로디)

 

 

혹성들이 그리스 신화의 신들의 이름을 갖고 있다는데서 착안해 작곡된 홀스트의 혹성 시리즈 중 '목성'의 도입부는 우리나라 80년대 MBC 뉴스 데스크의 시그널 음악으로 친숙하고, 후반부는 럭비의 찬가 World In Union 의 멜로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쥬피터 (제우스)가 벼락을 내리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듯한 도입부나, 쥬피터가 천상을 거닐고 있는 듯한 장엄한 후반부나 참 어쨌든 역시 음악의 표현력은 글로써도 도저히 못 따라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 경기마다 합창단이 나와서 각국 국가를 정성껏 불러줘서 듣기 좋았는데 온음계 혹은 우리나라 음계 비슷하게 들렸던 스코틀랜드 국가랑, 유명한 민요인 걸로 아는 웨일즈 국가가 인상적이었다. 땅의 아버지인가 아버지의 땅인가 하여튼 어릴 때 어디 세계 민요집에서 보고 불렀거나 아님 영화에서 들었던가, 아무튼 유명한 민요였던 듯...

 

Felicitaciones Campeón de 2011, All Bl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