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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배우들의 향연 - 영화 간단 노트

alyosa 2011. 3. 25. 12:58

 어느새 중후해진 가이 피어스, 참으로 반가웠던 깜짝 조연 중 한명

 

우리 동네 시네멕스에서는 <킹스 스피치> 끝난다고 하길래 내가 지금 한가하게 영화나 보러갈 시간이 있는 팔자인가...몇번이나 반문해 보면서도 결국 마지막 회를 보러 허겁지겁 극장으로 향했다. 주인공 콜린 퍼스도 콜린 퍼스지만, 헬레나 본햄 카터도 나온다길래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이젠 기품있는 귀부인이 <전망 좋은 > 영국 처녀 헬레나 카터나, 나이들수록 잘생겨지는 같은 '미스터 달시' 콜린 퍼스보다도 '사드작' 제프리 러시가 영화를 지배하고 있고, 그외에도 아주 개성적인 배우들이 조연으로 많이 나오는데 특히 심슨 부인과 결혼하는 형 에드워드 8 세 역으로 < LA 콘피덴셜> <메멘토> 의 가이 피어스가 나온다!!

 

얼굴이 보톡스 맞은 마냥 통통해 처음엔 저게 설마 가이 피어스의 얼굴은 아니겠지 했는데, 목소리가 <프리실라> 에서 여장 남자 역으로 나올 때의 나긋나긋한 목소리 그대로다. 좋아하는 배우라 반가웠고, 거기다 처칠 역으로는 <비밀과 거짓말> 사진사 역, 그외 왕과 왕비, 추기경 역도 전부 왕년의 명배우들, 하여튼 영국, 호주계 연기파 배우들의 대향연이였다. 돌아가시는 왕의 왕비, 조지 엄마 역은 클레어 같던데 캐롤 리드 감독의 흑백 영화에 나오시던 분이 아직 건강히 살아계시네

 

그런데 어쨌든 저런 왕실 이야기 다룬 영화들 보면 정말 갑갑한게 총리나 대통령, 정치가 들이야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고 능력과 자질이 되어서 뽑히는 거지만 왕들은 절대적으로 핏줄 때문에, 사람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무엇보다 자기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왕자가 되고 왕이 되는 거니 이게 요즘 세상 이치에 맞는 일인지, 왕위 이을 자식이 없으면 왕가가 끊어진다고 왕비를 쫓아내고 심지어 죽이고, 자식들이 너무 많으면 서로 살아남기 위한 권력 다툼으로 가족끼리 죽이고 살리고, 옛날 왕정 때 경우들이긴 하지만 이게 핏줄 의존하는 왕실 제도의 모순 때문 아니었던가,

사실 만민 평등 사상과 자연법의 발생지인 유럽에서 아직도 핏줄로 사람 차별 (?) 하는 왕실 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정치적인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대로 결혼도 못하고, 존경 받는 만큼 의무의 노예가 되어야하는 왕실 사람들 입장에서도 비인간적인 제도임엔 틀림 없는  그러고 보면 유명한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과감하게 왕관과 의무를 포기한 에드워드 8 세 정 대단한 같다한번 사는 인생에 왕실의 의무 대신 개인의 행복을 선택한 선택이 어찌 보면 현명한 선택인 것도 같고, 당시의 상황, 1, 2 대전 중간의 어지러운 국제 관계나 왕관에 부담을 느끼는 동생 등등을 보자면 엄청난 비난이 당연할 만큼 무책임한 짓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얼마전 수업 도중에 프랑스의 18 세기 작가 라끌로 얘기가 나와서 반가웠는데, 그런데 라끌로의 <위험한 관계> 영화한 작품들을 생각해 보니 밀로스 포먼의 <발몽> 생각나는데 주인공이 누구였던가 떠올리려 하니 자꾸 콜린 퍼스 이름만 생각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맞더라고, 그때만 해도 신예급 배우가 파격적으로 주인공에 발탁됐다 했는데 항상 연기는 좋았지만 뭔가 작품들이 무게감이 떨어진다 싶더니 이번에 맞는 작품을 받아서 아카데미 연기상도 받고 같다.

그리고 영화 속의 제프리 러쉬 보니까 < 피그마리온 (마이 페어 레이디)> 에서 일라이자 단련 시키는 히긴스 교수 생각이 나던데, 저런 발성 훈련, 딕션, 이런 것도 사는 도움이 때가 많다고 본다. 영국 배우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하나가 연극으로 단련된 좋은 발성과 목소리 때문인 것에도 있듯연극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그런 말하기 연습 이런 것도 흥미롭고 재미있었고, 심슨 스캔들이나 엘리사벳 2 여왕의 어린 시절 이런 것도 재미있는 가십거리였고 지금 여왕이 기르는 왕실 강아지 하고 같은 강아지도 나오더라고 영국 영화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래저래 흥미 진진하게 봤다.

영화 기술적으로는 무엇보다 연설 공포증이 있는 조지의 눈에서 사람들을 바라볼 때, 조지의 눈에 하나하나 들어오는 사람들의 표정, 벽에 걸린 역대 왕들의 초상이 주는 위압감 등등이 무대에 올라선, 많은 청중을 바라봐야 하는 사람의 떨리는 입장을 시점 쇼트로 너무 잘 잡아낸 거 같았다. 마치 내가 거기 서서 청중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물론 편집을 많이 했지만 조지의 시점을 잘 유지해서 생생한 느낌을 준 듯... 그리고 마지막 라디오 연설 때 장중한 베토벤 7 번 교향곡을 깐 것은 좋았는데, 그 다음에 황제 협주곡 2 악장이 흐르는 건 조금 도식적인 느낌을 주긴 했다. 

아무튼 영화 잘 보고 나오니 갑자기 로치 영화들이 보고 싶어 지고, 여장 남자들 이야기였음에도 뭔가 따뜻한 느낌을 주었던  <사막의 여왕 프리실라> 다시 보고 싶고 죽을 영화 있었던 시절이 그립네…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생각해야 할 듯...

        

                                                왕년의 미녀 여배우 클리어 블룸, 조지의 어머니, 노 왕비역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