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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숙명의 분홍신을 신은 그녀들 - 영화 간단평/발레 영상

alyosa 2011. 3. 10. 12:12

참으로 간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 발레 소재에다가 좋아하는 위노나 라이더, 뱅상 카셀도 나온다길래중반까지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조연급으로 나왔던 <사랑과 갈채의 나날> 처럼 틀을 깨고 나오는 발레리나의 성장 영화 처럼 봤다. 그런데 보고 나니 21 세기 <분홍신> 다름 아닌 같네,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죽을 때까지 춤추고, 죽어서야 분홍신, 분홍 토슈즈를 벗을 있었던 분홍신의 여주인공… 그 <분홍신> 처럼 <블랙 스완>도 공연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발레리나들의 숙명과 완벽을 향한 강박 관념을 색다르게 그린 심리 드라마 아니었나 싶다.

 

요즘 헐리우드도 무슨 남미 소설처럼 현실과 환상이 경계 없이 오가는 유행인 모양인데 지나치게 공포 영화처럼 피가 튀기고 뭐가 튀어나고 하는 그런 부분은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헐리우드 받아서 영화 만드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자극적인 요소를 집어 넣는 것은 어쩔 없는 같고, 주연 데뷔를 하는 범생이어린 프리마 돈나의 넘치는 정신적 중압감을 극단적으로 표현을 했던 같다. 사실 주인공 니나는 완벽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교과서적발레리나인데, 그런 그녀가 매력적인 라이벌이 나타났다고 해서 필요도 없고 이미 주연이 확정된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부담을 느낄 이유는 없다.

 

롤랑 쁘티 카르멘류의 현대 발레 작품도 아니고, 고전 중의 고전 백조의 호수라면  최고의 테크닉이 장땡~, 흑조의 유혹적인 매력이 없니 마니 하는데 32 회전 페떼를 해내야 하는 흑조는 테크닉 없이 되는 역할인가, 그야 말로 고전적인 테크닉의 완벽함이 최우선인 역할이 오데트/오딜인데흥행을 위해 뭔가 색다른 필요했던 단장은 흑조의 유혹적인 관능미를 제대로 표현을 못하느냐고 니나를 다그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방안을 곰인형으로 채우고 오르골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그녀가 관능 표현하기엔 역부족~.  그런 그녀앞에 성공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소 ‘관능적인 릴리가 나타나 그녀의 대역 자리를 차지하고... 

 

이런 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앞서 말했듯 지나친 괴기 영화적 표현들은 거슬렸지만 마지막에 결국엔 비극의 오데트 자체가 되어 버린 니나의 마지막 대사를 듣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지지가 않았다. 나는 발레리나들은 세상 사람들이 아닌 같은데, 극심한 다이어트와 하루도 없는 연습, 사생활도 없는 삶도 그렇지만 이게 발레단이라는 단체에 들어가 모두를 실력으로 물리쳐서 프리마 자리까지 올라가야 되고, 새로운 실력자들의 도전을 이겨내고 자리를 지켜내야 되니... 완벽... 그게 뭐길래... 어쨌든 가슴이 아련해지는 엔딩이었다. 어찌 보면 서편제..? 눈을 멀게 해서 한서린 소리를 만들어 내던 경우 같달까...

 

위노나 라이더 잠깐씩 나왔지만 반가웠고, 뱅상 카젤은 나이 들어도멋지고, 갑자기 그가 풋풋했던 시절의 명작 < 증오 > 생각도 났고, 그런데 니나의 엄마역 배우가 바바라 허시 더라, 미모 했었던 여배우였는데, 나는 피터 오툴과 나온 <스턴트 > 부터 생각이 나는데 그것 말고 다른 대표작이 있는데 기억이 안네, 어쨌든 귀엽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던 여배우였는데 니나의 문제 엄마로 나오시더라고, 친구는 영화를 부모의 자식에 대한 집착에 대한 영화로 받아들이던데 그것도 맞지… 아무튼 사는 게 뭐고 예술이 뭔가 싶다...

 

레옹의 마틸다, 나탈리 포트만, 진짜 고생했을 거 같고, 첫 꿈 장면에서는 그래도 역시 발레리나 출신이 아닌 게 몸짓에서 표가 난다 싶었는데 나중에는 뭐~ 어차피 발레 장면이야 연습 장면이 대부분이고 몸매는 진짜 발레리나에 맞춰 뺐고 공연 장면은 당연히 현역 발레리나 출신 대역과 섞어 찍었을 테고, 어쨌든 한편으론 저렇게 다양한 삶을 체험할 수 있으니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진짜 힘들겠다 싶기도 하고...

 

영화 분홍신 중 발레 장면 일부  

 

( 뒤늦게 발레 부분 전체 영상을 찾았는데 직접 링크가 안된다. 다시 봐도 무대 미술이 환상 그 자체, 영화적 효과를 이용한 공간 이동도 요즘 툭하면 쓰는 인조적인 CG 보다 차라리 나은 거 같다, 모이라 시어러도 예쁘고 잘 하고... )

 

* 영화 <분홍신> 발레 부분 1 http://www.youtube.com/watch?v=BksDeYMlbMo

* 영화 <분홍신> 발레 부분 2 http://www.youtube.com/watch?v=3NWn4nn7sL0    

 

환상적인 발레 장면 만으로도 명작으로 기록될 영화 < 분홍신 Red Shoes> 은 1948 년의 컬러 영화다. 여러 면에서 놀라운 면이 있는 작품인데 도저히 애들 읽는 동화라 말하기 힘든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한 동화 분홍신 혹은 빨간 구두 만큼이나 이 영화도 뭔가 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줘서 난 그게 참 놀라웠다. 동화야 물론, 일요일에 교회 안가고 불경스럽게 빨간 구두 신고 춤 좀 췄다고 죽을 때까지 춤추다 다리를 도끼로 자르고 신의 품에 안기는 이야기인데 이게 무슨 동화라 할 수 있을지, 진짜 뭐랄까 신교 적인 지나치게 잔인한 징벌주의 그런 느낌을 주는 게 안데르센이 일부러 그런 의도로 썼나 싶기도 했는데

 

동명의 이 영화도 섬세한 설명과 묘사 없이 발레리나를 열차에 치어 죽게 만들고 피에 젖은 다리에서 그녀의 숙명이었던 분홍색 토슈즈를 벗겨내는데 어릴 때 봤을 땐 진짜 괴기스러웠다, 그런데 발레리나의 숙명을 또 그렇게 극적으로 잘 표현한 장면도 없을 듯... 아무튼 위 영상은 영화 < 분홍신> 에 삽입된 발레의 도입 부분... 물론 내용은 안델센의 동화... 발레 부분 전체를 보면 진짜 환상적인데 전체 영상을 못 찾겠다... 공간 이동이 당시 영화 기술을 뛰어넘고 배경 미술 표현도 참 신비스러웠는 듯...

 

앞서 말한 < 사랑과 갈채의 나날들 (원제 터닝 포인트)> 도 발레 영화로 괜찮다, 결혼해서 은퇴한 발레리나 셜리 맥클레인과 그녀의 라이벌로 그녀의 은퇴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발레리나 앤 밴크로프트가 머리채를 잡고 싸우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바리시니코프가 발레리나가 된 셜리 맥클레인의 딸 (아마도 레슬리 브라운?) 의 파트너로 나와서 둘이 마지막에 직접 돈키호테를 췄고... 발레 작품으로는 매우 드라마적인 영국 로얄 발레 <마농> 이랑 한복 비슷한 의상 입고 나오는 러시아 발레 <석화 (돌꽃)>,  그리고 서정시 같은 단편 발레 <라일락 정원> 정도 추천...

 

그런데 그, < 블랙 스완 > 에 주인공 니나 와는 다른 매력의 릴리 말인데... 뭐 그런 면도 있긴 있다, 그렇게 사람을 유혹해서 성공하는 애들도 있고... 그런데 그래도 이 바닥에서는 눈에 확실하게 띄는 실력자가 있으면 그냥 얘기 끝이다, 결국 릴리가 니나 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는가, 실력이 상대가 안되는 거 알았는데 어디 앞에서 까불어, 예술이라는 게 객관적인 기준이 좀 모호하기 때문에 실력이 비등비등할 때 문제가 생기는 거지 실력이 확실하면 아무리 설쳐도 상대가 안되는 건데,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니나의 성격도 참 안타까웠고, 또 사실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또 그렇게 늘 불안하고 경계심이 들고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겉으로는 당당한 척 자신감 있게 행동하면서도 속은 불안감에 타들어가고 있을 지도...